《빅이슈》 신입기자, 김기자의 빅돔체험기

# 김기자의 빅돔 체험기

낭패다. 막상 닥치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단지 부끄러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실 미안한 마음이 컸다.
두어 발치 앞에서 사랑의 모금에 대한 설명을 힘겹게 뿌리치고 온 그에게 ‘빅이슈’라는 말이 또 다른 피로감이 될까, ‘미안해서’
수많은 전단지를 정중히 사양하고 온 그녀에게 ‘빅이슈’라는 말을 건넴으로써 또 한번 거절의 미안함을 더하게 할것 같아, ‘미안해서’
카톡에 집중하며 지하철 계단을 오르는 학생에게 ‘빅이슈’라는 말이 대화를 방해하는 말이 될까봐, ‘미안해서’
사실 그런 감정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저번주 월요일까지 나는 이곳을 지나는 행인이 아니었던가.

 

빅이슈를 판매중인 빅판

옆의 빅판 선생님(빅이슈 판매원을 직원들은 선생님이라 부른다)을 봤다. 그는 허리굽혀 인사하면서 외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세계10개국에서 팔리고 있는 소셜엔터테인매거진 빅이슈, 신간이 나왔습니다!” 지하철 출구가 가득 들어찰 정도의 인파가 그의 앞을 지나갔지만 사람들은 그의 말에 쉽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의 말은 허공을 맴돌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세계10개국에서 팔리고 있는 소셜엔터테인매거진 빅이슈, 신간이 나왔습니다!” 두 번, 세 번, 대답없는 말의 반복. ‘멸시’와 ‘무의미’가 뒤엉켜 입구 주변을 매우고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의 눈빛만은 흔들림이 없었다. 누가 듣던 듣지 않건, 무시하며 없는 사람 취급을 하든 말던 상관이 없어보였다. 그는 자신의 일에 집중하고 있었고 구걸하지 않고 자랑스럽게 잡지를 소개하고 있었다.
 
그에게 미안했다. 잡지를 팔려는 노력의 말이나 외침 없이 쭈뼛거린 것보다 더 미안한 건, 그가 홈리스인 것을 강조하며 사람들의 ‘자비(Mercy)’를 이용해 잡지를 팔려고 했던 나의 생각이었다. 그가 집이 없기 때문에 동정을 구하며 잡지를 팔아야 한다는 생각이 ‘오만한 편견’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생각을 고쳐먹었다. ‘빅돔’으로 함께 하는 동안만큼은 그의 스타일대로 당당하게 ‘빅이슈’를 외치며 도와드리기로.
 
먼저 ‘뻔뻔함’과 ‘당당함’을 구별해야 했다. 어떻게 뻔뻔하지 않으며 당당할 수 있을까. 빅이슈 판매에 있어 자신의 일에 당당하지만 상대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 그것이 뻔뻔함과 당당함 사이를 가르는 지점이 아닐까.
 
자신에게 당당하니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자신 있게 ‘빅이슈’를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마지막 과제가 남았다. 폐를 끼치는 것 같아 상대에게 미안하던 그 마음은 어떻게 해결할까. 물론 세상 시름 다 짊어진 표정의 사람에게 피로감만 더 안겨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여전히 있었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선 피로한 그에게 ‘빅이슈’는 기회다. ‘사랑의 기회’를 준다고 생각했다. 가슴 한켠에 있지만 잊혀진 이웃사랑의 실천, 인간의 근본적 감정인 ‘인류애’를 실천할 기회를 줌으로써 사랑의 기쁨을 누리게 돕는 잡지, 행복지수를 높이는 잡지가 ‘빅이슈’였다. 나의 커피 한잔 값이 누군가의 아버지인 그의 굶주린 배를 채우는 밥이 될 수 있고, 비 오는 판자촌의 지붕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빅돔 체험중인 김기자

“아름다운 당신을 더욱 아름답게 하는 잡지, 꿈을 상실한 이들의 꿈을 일으키는 잡지 ‘빅이슈’, 당신이 읽는 순간 세상은 더욱 따뜻해집니다.” 어느새 당당하게 외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주는 힘과 기쁨을 깨닫는 시간으로 하루가 채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