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없고 콘텐츠는 너무 많다! 매번 어떤 콘텐츠를 볼까 고민만 하다 시작조차 못 하는 이들을 위해 일단 시작하면 손에서 놓지 못하는 웹소설을 소개한다. 키워드가 취향에 맞는다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5화’만 읽어보자.
글. 김윤지
어느 날 갑자기 내가 그린 그림 속에 갇히게 된다면 어떨까. 탈출할 생각부터 해야 정상이겠지만, <던전을 그리는 화가>의 주인공 서지오는 좀 다르다. 미술 교사였던 그가 화재 사고 후 눈을 뜬 건 숲속 오두막을 그린 풍경화 속. 어차피 죽을 거라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에서 죽고 싶었다며 태평하게 벤치에 앉아 그림 속 풍경을 눈에 담는다.
어떻게 저 상황에서 저렇게 태평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그림 밖의 상황이 밝혀지면서 조금씩 해소된다. 그림 속에서 정신을 차린 지 일주일. 그가 깨달은 몇 가지 사실이 있다. 그가 이곳에서 그린 것들은 모두 실제가 되고(단, 사람은 못 그린다.) 그림 속 액자를 통해 바깥의 풍경을 볼 수 있으며 현실과도 상호작용이 가능해 얼마든지 그림 밖으로 나갈 수 있다. 그런데도 그가 밖으로 나가지 않은 이유가 있었으니, 화재가 난 그날을 기점으로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 대재앙 이후 초능력자들이 하나둘 발현하기 시작했고, 그들이 집채만 한 괴수와 싸우는 믿지 못할 일들이 바깥세상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음식이야 그리면 그만, 괴물들과 부대끼며 살기보다는 월세도 전기세도 안 나가는 평화롭고 안락한 그림 속에서의 삶을 택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초반부는 먹고 자고 채집하고 요리하는 게 하루 일과인 주인공의 힐링 귀농 라이프 위주로 전개되기 때문에 단순 힐링물처럼 느껴질 수도 있으나, 31년 만에 액자 너머로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 생기며 평화로운 일상에도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정확히는 그가 그림 밖으로 발을 내디디고 다른 사람들 눈에 띄기 시작하면서부터. 스스로 묘사한 자신의 모습과 제삼자의 시선으로 본 지오의 모습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다.
햇빛을 한 번도 쬐지 못한 듯 창백한 피부에 눈을 마주치기도 힘들 만큼 검은 눈. 걸을 때 소리조차 내지 않는 존재를 인간이라 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의 눈에 그는 인간 외의 존재, 즉 귀신 정도로 인식된다. 그간 그가 스스로를 ‘강원도 햇감자’, ‘돼지감자’라 칭하며 무해한 이미지로 묘사해왔기에 독자들은 둘 사이의 괴리에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것뿐 죽은 적이 없으니 자신이 인간일 거라 틀림없이 믿고 있는 지오. 그의 말대로 그가 인간이라면 어떻게 그림 속에 들어가게 된 걸까? 5화까지는 던전의 던도 나오지 않지만, 제삼자의 시점에서 전개될 때와 주인공 시점에서 전개될 때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 좀처럼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드니 주인공의 정체가 궁금하다면 끝까지 주목해보자.
장르: 현대판타지
회차: 69화(24년 3월 22일 기준, 미완결)
플랫폼: 네이버시리즈
키워드: #착각계 #요리 #시스템 #인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