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63 _THE SERIES OF PORTRAITS

지독한 하루의 기록
의사 그리고 작가 남궁인

글 염은영 사진 정치호

사이렌 소리. 바쁜 움직임들의 뒤엉킴. 이동식 베드들의 다급한 교차. 이곳저곳에서 들리는 아우성. 심각한 표정. 안도하는 한숨. 피곤에 지친 걸음걸이들. 슬리퍼 끄는 소리. 응급실의 풍경이다.
소독약 드레싱 정도의 간단한 처치에서부터 죽음의 기로에 있는 누군가를 생명의 길로 돌이키는 어려운 시술까지. 응급실에 맡겨진 일은 심각하면서도 촉박하고, 단순하면서도 다양하다. 이곳에서의 치열함에 대해, 이곳에서의 엄숙함에 대해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남궁인의 기록이 없었더라면. 그의 세밀하고 진중한 고백이 없었더라면, 아주 모르는 세상의 일로만 끝났을 것이다.

응급의학과 의사이면서 작가로서 활동도 왕성하다. 지난해 <만약은 없다>에 이어 올해 <지독한 하루>를 발간했다. 쓸 시간이 있나?
있다.(웃음) 매일 쓴다. 한창 바빴던 레지던트 시절에도 글을 썼다. 쓰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로 쓰는 일이 내게는 중요했다. 생업으로 어떤 일을 하든, 언젠가 글을 쓰며 살기를 원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1년에 한 권씩 책을 내니 많은 이들이 “언제 그 많은 걸 다 썼냐”고 하는데, 아직 더 많이 있다. 쓴 것도 많고, 쓸 것은 더 많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책의 내용이 상당히 무겁다. 죽음을 목전에 둔 이들을 어떻게 살려냈고, 어떻게 떠나보냈는지 다룬다. 꽤 우울하고 어두운 이야기다. 그럼에도 책은 잘 팔리고 있다. 이유가 뭘까?
환자들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기술할 수 없어 재구성하긴 했지만, 모든 이야기는 실제 케이스를 바탕으로 했다. 따라서 내가 쓴 두 권의 책은 장르적으로 에세이에 속한다고 할수 있다. (책을 사는) 현대인은 에세이를 선호한다. 베스트셀러 순위가 그것을 증명하지 않나. 에세이 장르 중에서도 특히 잘 팔리는 책은 대부분 위로하거나, 공감을 불러일으키거나, 긍정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내 책은 이런 것들 사이에서 거의 유일하게 우울하다. 희소성 때문에 팔리는 걸까 하고 잠깐 생각해봤지만(웃음), 결국 이 우울한 이야기도 공감을 얻는 것 같다. 선택받을 수 있어 다행이고, 또 대단히 감사한 일이다.
<만약은 없다> 서문에서 “죽으려 한 적이 있다”고 밝히며 결국 “죽고자 했던 부끄러운 이유만이 발견됐다”고 살아 있는 이유에 대해 뭉뚱그려 설명했다. 무엇이었나, 그 부끄러운 이유라는 게?
당시로서는 부끄러운 이유가 아니었다. 그때의 나를 생각하면 죽어 마땅했다. 죽으면 내가 겪는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테니까. 이는 내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보통의 우리가 느끼는 것이다. 가령, 애인과 헤어졌다거나해결되지 않는 관계의 한계에 부딪혔을 때 죽고자 하는 열망에 휩싸인다. 그러니까 우리는 죽음을 목표로 하는 마음의 병을 앓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어떤가.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가 든다. 정확히는 죽음과맞바꿀 만큼 가치 있는 이유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와 부끄러웠다고 솔직하게 썼다.


더 많은 이야기는 빅이슈코리아 매거진 No.163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