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63_식물이랑

내겐 너무나

사랑스러운 괴물

글·사진 임이랑 진행 염은영

처음 몬스테라한테 반해버린 순간을 기억합니다.

“태국은 11월이 최고야”라고 말해준 친구 덕에 어느 가을 방콕행 비행기를 예약하고 떠난 날이었어요.
내 첫사랑 몬스테라는 방콕 외곽에 있는 작은 호텔 정원에 살고 있습니다. 온갖 탐스러운 연두색 양치류가 온 건물을 뒤덮고, 키가 10m는 훌쩍 넘을 법한 관엽식물이 건물 한중간을 모조리 차지하고 있는 정말 멋진 호텔이었어요. 워낙 조경이 훌륭한 곳이라 시내에서 멀리 떨어졌지만 주저 없이 그 호텔을 골랐지요. 짧고 정갈하게 깎은 잔디, 밤이면 어슬렁어슬렁 산책하다 만나는 손바닥만 한 달팽이, 작은 연못에 살고 있는 연꽃과 거대한 플루메리아까지 모자랄 것 하나 없는 완벽한 곳이었는데, 난생 처음 보는 식물 하나가 특히 눈에 띄었어요.이파리 하나가 내 몸통보다 크고, 마치 날개처럼 찢어진 모양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기도 한 녀석들에게 순간 압도당했어요. 도대체 뭐지? 뭘까? 아름다워! 신경 쓰여! 어머나, 사랑에 빠졌네! 이런 순서로요. 한참을 감상하다가 숭숭 뚫린 구멍 아래로 비치는 빛과 바람에 흔들리는 모양을 보며 마음먹었지요. ‘서울에 돌아가면 몬스테라를 키워야지.’ ‘monster’, 즉 괴물이라 부르는 이 식물은 멕시코가 고향인데, 말 그대로 그 모양새가 괴물처럼 생겼다고 해서 몬스테라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답니다. 잦은 비바람과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살아남기 위해 이파리가 갈기갈기 찢기고 구멍이 뚫려왠지 기괴한 형상을 갖추게 되었죠. 정글의 거대한 나무에 붙어 자라는 이 친구들은 조건이 맞는 곳에서는 키가 20m도 넘게 큰다고 하니 왜 괴물이라 부르는지 알 것 같기도 해요.
당신은 몬스테라를 본 적이 있나요? 아마 당신이 그 이름을 모른다 해도 일상에서 여러 번 마주쳤을지 몰라요. 반짝이는 물건을 모아놓은 상점이나 액자 속 그림에서, 아니면 누군가의 멋들어진 인스타그램 피드 속 배경으로라도 만난 적이 있을걸요. 덩치가 너무 크고 성장도 빠른 편이라 과거 한국의 주거 양식이나 정서와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친구였던 것 같아요. 그렇게 인기 없이 눈칫밥을 먹으며 서서히 사라져가던 몬스테라가 몇 해 전부터 다시 갑작스레 재조명을 받더니 요즘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고 있답니다.

더 많은 이야기는 빅이슈코리아 매거진 N0.163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