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이슈 판매원의 이야기
최원철 빅판
2021.11.04
무표정하지만 벨벳처럼 보드라운 성정을 지닌, 합정역 7번 출구 ‘최원철’ 빅판의 이야기
"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희망을 아주 놓을 수는 없어서 돌아왔어요."
"한번 빅판으로 일했던 분은 그만뒀다가도 다시 돌아온다고, 설령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빅판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죠."
01. 처음 빅판에 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거리에 있을 때, 노숙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돕는 한 시민단체를 만났어요. 그분들하고 같이 강화도로 도보여행을 갔는데 거기서 빅이슈 직원들을 만나서 하게 됐어요.
02. 심혈관 질환 있으셔서 날씨에 민감하시겠어요. 그만두셨다가 다시 돌아온 것도 혹시 질병과 관련이 있나요?
3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진 적이 있어요. 중환자실에 가면 전화를 못 쓰잖아요. 제가 중환자실에 있다가 중간에 빅이슈에 연락하니까 제가 입원한 줄 모르고 찾으러 다녔다고 하더라고요. 겨우 연락이 닿긴 했는데, 몸이 이러니까 일하기는 어렵더라고요.
03. 다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폐소공포증이 있어서 집에 혼자 못 있어요. 그래서 밖에 나와 있거나 한데 그것도 한계가 있고 그때 떠오른 게 빅이슈였어요. 혼자 집에 있으면 할 것도 없지, 그래도 빅이슈를 팔면 사람들도 만나고, 빅이슈 직원분들도 만나고, 일도 할 수 있으니까 오게 된 거죠.
04.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용자분들과 주로 어떤 활동을 하세요?
사진 모임을 해요. 카메라는 아니고 휴대폰으로 찍어요. 지하철 타고 다니면서 찍은 것도 있고, 경의선숲길을 찍기도 하고. 매주 수요일마다 같이 나가서 찍어요. 화요일은 검정고시 대비 수업에 참석해야 하고, 수요일은 사진 모임에 나가야 하죠. 매일 활동하려고 해요. 집에 안 있고.
05. 판매일 말고는 무엇을 하세요?
장애학 아카데미를 다니고 있어요. 거기서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어요. 자립센터에서는 그러는 거예요. 검정고시에 도전하고 사회복지사 자격증 따서 7년 뒤에 센터에 들어오라고요. “내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요.” 했더니 센터장이 “할 수 있어요. 우리도 하잖아요. 도와줄게요.”라고 하더라고요.
06.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검정고시 보고, 장애인들하고 어울리려고요.
[최원철 빅판님의 사진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