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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40 커버스토리

끌어당겨 장악한다 1

2020.12.15 | 배우 전혜진 인터뷰

전혜진은 작품 속에서 누군가에게 명령을 내리거나, 혹은 고뇌하는 얼굴로 기억된다. 딱딱한 듯 나긋하게 들리는 중저음의 정확한 발성과 눈빛의 변화, 손짓의 작은 움직임, 얼굴 근육을 모두 사용한 섬세한 연기 연출은 영상 너머 그만의 고유한 인장을 새긴다. 그동안 남성 상관을 보조하는 역할에 그쳤던 여성 경찰 캐릭터의 신기원을 쓰며 전혜진의 ‘인생캐’로 남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의 천 팀장을 전혜진 아닌 다른 배우로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비밀의 숲 2>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정보부장 최빛이 전혜진이라는 배우를 만나지 않았다면 제복을 챙겨 떠나는 그의 마지막이 그렇게 애틋했을까. 그 모든 장면은 결국 ‘전혜진’이라는 배우의 아우라로 수렴된다. 선역도 악역도 아닌, 그저 자기 욕망을 가진 복잡한 캐릭터를 설득하고 기어이 사랑하게 만드는 이로 전혜진만 한 배우는 없을 것이다.

<비밀의 숲 2>(이하 <비숲 2>)가 종영한 지 한 달이 넘었다. 드라마에 대한 반응은 확인했나.
찍을 때 반응이 있었으면 실감이 났을 텐데 찍은 지 한 달인가 지나서 방영했다. <비밀의 숲 1>이 워낙 인기가 좋아서 속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굉장히 많았고 나도 염려됐다. 게다가 최빛은 새로 등장하는 인물이라 캐릭터를 이해하고 풀어가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처음엔 감이 오지 않다가 촬영을 시작하고 시간이 좀 지난 뒤에야 ‘아, 이제야 알겠구나.’ 싶었다. 촬영할 땐 그랬고, 방영을 시작한 뒤 나도 시청자의 마음으로 한꺼번에 몰아서 봤는데 점점 몰입감이 커지더라. 역시 <비숲>이구나.(웃음) 시청자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말한 대로 <비숲 2>는 경찰청 수사구조혁신단의 단장으로서 검경의 수사권 조정에 관여하는 최빛의 비중이 컸다.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대본이 어려웠다. 스토리가 범인을 잡는 문제뿐 아니라 검경의 수사권 조정이라는 첨예한 문제를 다루는 터라 익숙지 않은 용어들을 소화해야 했다. 그도 그렇지만 모든 걸 빼고도 최빛이 애매모호하게 느껴졌다. 그냥 단순한 경찰 간부로 그려가기에는 부족할 것 같았다.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작가님이 내게 전작들에서 내 연기를 봤는데 회사원 역할이라 치면 진짜 회사원처럼 느껴졌다고, 최빛에게도 내 원래 말투가 녹아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건 작가님 입장이고(웃음) 연기하는 나로선 뭔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초반에 헤맸다. 한여진(배두나)과의 관계도 최빛의 끝을 모르니까 아리송했다.

결국 최빛은 별장 접대 현장에서 벌어진 사체 유기사건에 가담했던 과거가 밝혀지면서 사임하는데, 이 사실을 촬영 중에 알게 됐나.
그렇다. 그렇잖아도 연기하는데 뭔가 있는 것 같고 답답해서 앞으로 나올 여지가 있는 일에 대해 알고 싶었다. 감독님한테 어디 가서 얘기 안 하겠다며 물어보기도 하고.(웃음) 결국 나중에 결말을 알고 초반에 찍었던 중요한 장면들을 다시 찍었다. 배경을 이해하고 찍으니까 다르더라. 여진이랑 갈등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된 거지. 극 중 여진이한테 “진짜 끌어들인다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다. 최빛한테 ‘끌어들인다’는 건 단편적인 의미가 아니다. 최빛은 사체 유기 사건에 끌어들여진 사람이니까. 그다음에 나오는 “네가 겪은 건 아무것도 아냐.”라는 말은 앞으로 더 많은 게 있을 거라는 의미가 숨겨진 되게 중요한 대사였다.

장면의 속뜻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나. 욕심이 있었나 보다.
욕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웃음) 의미를 파악하고 처음에 찍은 걸 보니까 좀 아니더라. 촬영 초반에는 코로나19 사태도 있고 해서 세트 촬영을 몰아서 했다. 그래서 여건상 제대로 풀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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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에서 공개한 단체 인터뷰나 각종 비하인드 영상을 보면 배우들 간 케미가 좋아 보였다. 현장에서 생긴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단호하게) 없다.(웃음) 다들 대사에 치여서 외우느라 그럴 새가 없었다. 그래도 여진이랑 같이 있는 건 재밌었다.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촬영할 때 알게 된 건데, 여배우들끼리 낄낄대고 노는 재미가 있다.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의 송가경이나 <비밀의 숲 2>의 최빛, <불한당>의 천 팀장 모두 여성 팬의 사랑을 듬뿍 받은 캐릭터다. 배우 전혜진에게도 여성 팬이 많은데, 알고 있나? 캐릭터들을 연기한 소감은.
아, 그럼.(웃음) 내가 너무 센 역할만 하나 싶은데, 또 내 안에 이런 캐릭터를 원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선택한 이유가 다 있겠지. <불한당>은 영화를 좋아하는 팬덤이 워낙 뚜렷했고 천 팀장은 그전에 보기 드문 여자 경찰이 아닌가. 지나가는 역할이 아니라 조직에 스파이를 심는 적극적인 역할을 해서 특별했는데, 이 영화의 팬덤에서 시작해 송가경까지 가게 된 것 같다.

이 셋 중에서 현실에서 되고 싶은 워너비 캐릭터가 있다면 누구인가.
최빛은 단장직을 사임하니까 안 되고, 천 팀장은 죽으니까 안 되고… 가경밖에 없다. 자아를 발견하고 결국 자기를 위해 사는 여자.(웃음)

또 최빛은 한여진, 송가경은 차현(이다희)배타미(임수정)라는 부하 직원과 케미가 좋았다. 기존의 많은 작품처럼 여자들을 라이벌 관계로만 설정하지 않고 애정과 갈등, 깊은 이해 등 복합적인 감정이 오가는 관계로 그렸다. 전혜진의 인생에도 큰 영향을 준 여성 친구나 선배가 있나.
한 명의 인물로는 없지만 자기 일을 잘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주변에 언니들이 많아서 여러 가지 면을 관찰하면서 배웠다. 누구는 결혼하지 않은 채 자유롭게 살고 누구는 육아하면서 자기도 잘 챙기고. 여러 유형이 있는데 다들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전혜진 배우의 더 많은 고화질 화보와 인터뷰 전문은 매거진 '빅이슈' 240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양수복
사진 신중혁
스타일리스트 노광원
헤어 김선우(Woosun)
메이크업 희재(Woo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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