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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42 컬쳐

1월의 콘텐츠 - 책 <가난의 문법>, <살리는 일>, <회사가 사라졌다>

2021.01.15 | BOOK

<가난의 문법>
소준철 지음, 푸른숲 펴냄

길거리에서 폐지가 가득 쌓인 리어카를 끄는 노인을 맞닥뜨린 반응은 주로 세 가지로 나뉜다. ‘내 일’이 아니라고 외면하거나, 안타까움을 느껴 연민하거나, ‘내 일’이 될까 봐 두려워하거나. 연구자 소준철은 1945년생 윤영자라는 가상의 폐지 줍는 여성 노인을 만들어내고 그녀의 인생사를 되짚어보며 ‘가난’에서 구조를 찾으려 한다. 윤영자가 가난한 이유는 차고 넘친다. 여성은 평균수명이 남성보다 길어 빈곤도 오래 겪고, 체력이 달리고 숙련된 기술도 없다. 결혼과 출산을 겪느라 직업 경력도 부족하다. IMF 경제위기, 세계경제위기 등 시대의 변화에 휘말리고 자식들의 결혼과 사업 실패, 남편의 퇴직과 질병이란 개인사를 거치며 가난해진 것이 그의 잘못일까? <가난의 문법>은 가난한 이에게 자립하고 자력 구제하라는 주문이 얼마나 기만적이고 잔인한지 쉽고 날카롭게 해부한다.

<살리는 일>
박소영 지음, 무제 펴냄

배우 박정민이 설립한 출판사 무제의 첫 책이다. 10여 곳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는 ‘캣맘’ 박소영 작가는 <살리는 일>을 통해 동물권을 말한다. 길고양이 급식은 여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을 맨몸으로 마주하는 일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대변, 혹은 남성의 팬티가 고양이 급식소에서 발견되고, “고양이들 챙길 시간 있으면 집에 가서 부모님이나 좀 챙겨”라는 시비를 거는 듯한 핀잔을 매번 마주하다 보면 부아가 치밀 법도 하지만 작가는 고양이들의 안전을 위해 페미니스트 정체성을 잠깐 숙이기를 택한다. 무언가를 살리기 위해 무언가는 접어둬야 한다는 수수께끼를 안고서도 ‘살리는 삶’을 살고 싶다는 작가의 마음은 실험실의 토끼로, 사육장의 곰으로 보편적 동물권으로 점차 확장된다.

<회사가 사라졌다>
싸우는여자들기록팀 또록 지음, 파시클출판사 펴냄

‘또박또박 기록하자’는 의미로 지어진 ‘또록’ 팀이 폐업한 회사 레이테크코리아, 성진씨에스, 신영프레시젼을 비롯해 요양보호사, 출판 편집자 등 크고 작은 사업장, 여러 직종 내 여성 노동자들의 폐업과 투쟁에 대해 기록했다. 기업이 ‘경영 혁신’을 내걸고 생산성을 높인다며 비용을 줄이는 곳엔 항상 여성들이 있었다. 낮은 임금을 주고 식대, 연차 등 기본적인 복지조차 앗아가다 노동자들이 참다 못 해 반발하거나 노조를 만들면 바로 회사가 사라진다. 어떤 폐업은 고생한 자영업자들이 매출 부진을 극복하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하는 게 아니라 법과 제도, 그리고 합법적인 요구를 하는 노동자를 피해 도망가는 방법이다. 또록은 폐업을 경험한 여성들에게 ‘회사가 사라지는 일’이 인생에 미치는 영향을 세심하게 묻고 기록했다. 이런 기록은 정말 소중하다.


양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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