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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43 인터뷰

따뜻한 집 2

2021.02.05 | 나무의 기운

시작의 순간

이 집에서 지내는 동안 창업했잖아.
친구 채수산나와 함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챈초이’를 이끌고 있어. 지금도 사장님 소리를 듣는 게 낯간지러워. 고작 스물네 살이잖아.

우리 고등학생 때 창의적 아이디어 경진 대회에 함께 참가했잖아. 나는 글로, 너는 디자인으로 아이디어를 표현했었지. 난 정민이가 꿈이 이뤘다고 생각하는데!
막연했던 꿈이 현실이 되었지. 현재 챈초이가 내 삶의 9할을 차지하고 있어. 사물로 만들면 아름다울 것들을 상상해 현실로 실현하는 과정을 즐기는데, 그 명분이 챈초이야. 우리 취향에 맞게 디자인하고,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다양한 피드백을 얻는 과정이 참 재밌어. 수산나 덕분에 이런 삶을 시작할 용기를 낼 수 있었지.

성공적인 결과가 확실히 보장되지 않을 때 용기를 얻는 건 매우 중요한 것 같아. 기꺼이 도전하려는 마음가짐을 갖게 하잖아.
난 내가 까다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수산나랑은 뭐든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았어. 그런데 수산나 마음도 같았나 봐. 둘이니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고, 실패하더라도 도전하는 데 의미를 두기로 했어. 젊은 패기로 무작정 시작했는데 다행히 서로 아주 잘 맞았지.

수산나와 타이밍이 아주 잘 맞았네.
신기한 게 사주 풀이에서 나무의 기운을 가진 은인이 나타난다고 했는데 수산나 생일이 식목일인 거야.(웃음) 수산나는 내게 단짝 이상이야. 진로 고민을 함께 했거든.

진로 결정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아. 정민이는 어떤 과정을 거쳤어?
대학 의류학과에서 봉제나 의복의 역사 등에 대해 배웠지만 패션 디자인에 관한 커리큘럼은 접할 수 없어서 아쉬웠어. 1학년을 마치고 진로를 계속 고민했는데,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자고 일어나면 답답하기 그지없는 거야.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패션쇼 헬퍼로 일했고, 그때 알게 된 디자이너 선생님의 도움으로 패션 디자인을 경험해보며 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는데 수산나도 그랬나 봐. 그래서 브랜딩 수업으로 바꿔서 선생님과 창업 보고서를 작성해보고, 각자의 성을 따서 ‘채앤초이’라고 이름을 지었어. 그랬더니 선생님께서 로고도 만들어보라고 하셔서 ‘풀 초’ 자의 상형문자에서 영감을 받아 지금의 챈초이를 탄생시켰어.

정민이 네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나 역시 고민이 많던 순간에 일단 시작하고, 아니다 싶으면 방향을 돌렸던 것 같아. 거기서 좀 더 나아가는 거지.
맞아. 특히 나는 억지로 인연을 만들었던 것 같아. 헬퍼로 일하던 당시에 어느 날 일을 마치고 버스를 탔는데 동경하던 브랜드 MD의 지갑을 주운 거야. 그분이 광장시장에 원단을 보러 왔다가 떨어뜨린 거지. 퀵 서비스로 지갑을 보내려는데 뭔가 좀 아쉬운 거야. 그래서 수산나랑 직접 찾아가서 상담을 받았어. 무턱대고 휴학하지 말고 뭘 하든 끈기 있게 버티라는 조언을 들었는데, 결과적으로 패션 디자인을 하지는 않았지만, 휴학하지 않은 건 잘한 일 같아. 빨리 졸업했기 때문에 챈초이에 집중할 수 있었거든. 브랜딩 수업을 해주신 수지 선생님도 억지로는 아니지만 계속 만났기에 도움을 얻을 수 있었지.

정민이 네가 깊이 고민하고 노력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상황에서 만난 인연이라고 생각해. 지갑을 주운 건 우연이지만, 관심 있는 분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장소였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버스에서 지갑을 주웠잖아. 차로 맺은 인연이 오래간다는 엄마 말이 떠올라서 챈초이를 만든 후에 연락을 한 번 더 해봤어. “열심히 하세요.”라는 말만 듣고 끝났지만, 내게는 꿈같은 경험이었어.

따뜻한 기운

코로나19 시대에 디자인을 하는 건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니?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인테리어에 관심이 늘어났고, 계속되는 거리두기로 감정을 교류하는 경험이 줄었다고 생각해. 그래서 집이라는 공간에서 사람들이 따뜻한 기운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랐어. 양말 하나라도 ‘챈초이의 따뜻함’을 느끼면서 신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어.

챈초이를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 같아.
창업 이후에는 주변의 모든 것이 챈초이로 연결되는 것 같아. 시선에 한계를 두지 않으면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 ‘이걸로 뭘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습관적으로 하다 보면 일과 여가의 경계가 없어지고, 보는 것, 느끼는 것, 심지어 먹는 것까지 챈초이로 이어지더라고. 쇼룸을 오픈한다면 챈초이만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음료와 간단한 음식을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싶어.

챈초이 쇼룸을 오픈하면 내가 첫 방문객이 될 거야!
고마워.(웃음) 쇼룸을 운영하고 싶은 목적은 결국 사람들과 마주하는 거야. 제품은 감정을 교류하는 매개일 뿐이야. 수산나랑 나는 좀 유치한 편인데, 나는 우리의 다정하고 따뜻한 모습이 좋고, 우리 둘 자체가 챈초이의 무드가 되면 좋겠어. 우리가 꾸민 공간에서 분위기를 느끼고 제품을 구매하는 것과 온라인에서 주문하는 건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해. 전자의 경험을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싶어.

네 스스로 좋았던 감정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면서 동시에 감정적 위안을 얻는 것 같네.
집에 있을 때 가장 좋은 순간은 워머를 켜놓고 누워 있을 때야. 내 방에 좋은 향과 불빛이 가득 찬 느낌이라 편안하거든. 그런데 챈초이 조명의 사용 후기를 보고, 다른 사람들도 같은 감정을 느껴서 다행스러웠어. 잘하고 있는지 고민하다가도 사람들의 응원을 들으면 텐션이 올라간단 말이야. 삶에서 사람에게 받는 영향을 무시하지 못한다고 생각해. 나 또한 좋은 영향력을 미치고 싶고, 사람들과 감정을 교류하면서 살고 싶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챈초이를 운영하니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아. 팬이던 유튜버와 협업도 진행 중이고 이렇게 인터뷰도 할 수 있지. 새해에는 내 자아가 더 단단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나를 좀 더 채찍질할 예정인데, 중요한 순간이 왔을 때 힘에 부치지 않도록 휴식도 잘 취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 이 집, 내 공간에서 식물들 돌보듯 나도 잘 보살피면서 밥도 잘 챙겨 먹고 말이야. 올여름에 계약이 연장되지 않으면 이사해야 하니까 나무민하우스를 좀 더 사랑해야겠어. 이 집에 아주아주 오래 있고 싶다!

시작과 유지
열여덟 살 때 패션 동아리를 직접 만들었던 정민이는 창업가의 삶을 선택하고 스물네 살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직접경험과 간접경험을 적극적으로 해나가며,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던 정민이를 보며 뭔가를 시작하기도 어렵지만 유지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나무가 가득한 정민이의 집에서 대화하는 동안에는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나무의 기운인지 정민이의 따뜻한 마음에서 온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앞으로 더 많은 것을 시작하고 유지해야 하는 우리의 삶을 응원하게 되더군요. 올 한 해는 모두의 시작과 유지가 순탄하기를 바랍니다. 지난해와 다르게 말이죠. 그리고 모두가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손유희
좋아하는 것들을 기록하다가 기록 자체를 좋아하게 된 사람. 주로 글을 쓰고 가끔 영상도 만드는 블로거이자 유튜버.

사진 이규연
바쁜 일상 속 반짝이는 찰나를 담는 사진작가. 편안하고 차분한 사진을 좋아하고, 시선이 오래 머무르는 사진을 찍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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