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이슈의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
topNewsLetterCloseButton
페이지상단으로이동
신간 · 과월호 홈 / 매거진 / 신간 · 과월호
링크복사
링크가 복사되었습니다.
글자확대
글자축소

No.255

늦어도 다시 한번

2021.07.29

카라는 정책이나 교육 캠페인을 중요하게 여기는 단체이면서, 동시에 동물을 구조하는 일을 한다. 우리에게 동물 구조란 구제한다는 시혜적인 개념은 아니고, 그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삶을 위해 그들에게 연대한다는 의미다. 정말 많은 동물이 개 농장에서, 도살장에서, 애니멀 호더의 집에서, 번식장에서 학대를 받고 있고, 우리는 이런 학대 현장에서 동물들을 데리고 나온다. 구조는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고 구조된 동물은 치료와 사회화 등의 과정을 용감하게 헤쳐나가야 한다.

우리는 구조된 동물이 평생 가족을 만나 행복한 삶을 살길 바란다. 굳이 입양이 되지 않더라도 길 위에서 행복과 자유를 누리는 삶의 방식도 있지만,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불가능하다. 대개 가족을 만나지 못한 동물들은 살처분(안락사)을 당하거나,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죽는다. 경제적·물리적 이유 때문이다. 한 해 평균 10만 마리 이상의 유기·유실 동물이 쏟아지는데, 한 마리 한 마리에게 살뜰한 복지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게 국가의 사정이다.

우리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게 죽음의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믿는다. 구조된 동물은 몇 년이고 함께하며 어떻게든 가족의 인연을 잇고자 한다. 입양을 보내는 만큼 동물들을 더 구조하며 선순환의 확장을 꿈꾼다. 하지만 모든 구조 동물이 입양을 가는 기적을 바라기는 어렵다. 믹스견이라서, 몸집이 커서, 소심해서, 아파서 입양을 가지 못한 동물들이 있다. 그들은 끝내 평생을 보호소에서 살다 무지개다리를 건너곤 한다.

사람 품이 무엇인지, 단 하루라도 느껴보기를

활동가들은 최대한 살뜰히 동물을 돌보고 챙기지만, 가족이 있는 동물과 보호소 동물의 심리적 격차는 너무나 크다. 우리가 아무리 애쓴다 한들 보호소는 결국 보호소일 뿐이다. 한 가족의 온전한 사랑도, 그 사랑으로 하여금 배우게 되는 자유와 평화도 누리지 못하고 명을 달리하는 동물들을 보는 건 너무나 참담하다.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은 차치하고서라도, 이건 동물들을 위해서도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나이 들고 병든 개에 대해서 ‘너무 늦었다’고 말하곤 한다. 맞다, 늦었을지도 모른다. 입양에 늦은 나이란 없건만, 개와 고양이의 시계는 사람과 달리 흘러간다. 수명은 기껏 15년 정도로 다정한 사랑만 누려도 모자랄 짧은 생이다. 보호소에서 기다림의 시간이 차곡차곡 쌓이는 걸 보고 있자면 그 시간이 너무나 아깝다. 착하고 순한 눈망울로 체념을 배운 동물들에게 바라는 건 단 하나, 그들이 잠시만이라도 한 가정의 구성원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길 바라는 것이다. 한때는 누군가의 반려견이었던 그들이, 길에서 태어나고 자라 집이 무엇인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아이들이, 사람 품이 무엇인지, 부르면 꼬리치며 뛰어가는 기쁨이 무엇인지 느끼며 단 하루라도 행복하게 살아보기를 바란다.

현재 우리는 노령견 가정 위탁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겨울이, 달래, 두리, 보리, 슈슈, 추추, 칠성이, 포비… 이들에게도 잠시간의 사랑이 찾아올까. 학대의 현장에서 구조되어 낯선 보호소에서 적응해준, 씩씩하고 착한 동물들. 용기를 내어 보호소에서 적응하고 긴 기다림의 시간을 보낸 이들의 끝이 결코 보호소가 아니길, 사람의 시간보다 몇 배는 빠른 시간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마지막 기회가 부디 늦지 않게 찾아오길 바란다.

<노령견 가정 위탁 프로그램>

- 모집: 상시
- 대상 개체: 겨울, 달래, 두리, 보리, 슈슈, 추추, 칠성, 포비
- 개체 정보: 입양하기 > 동물권행동 카라 홈페이지(ekara.org)
- 자격: 반려견을 키운 경험이 있거나 현재 반려견과 살고 있는 분, 서울경기 지역 거주자
- 기간: 6개월 이상
- 조건: 동물권행동 카라에서 사료 제공 및 병원비 부담
- 문의: 031-959-8600 / [email protected]


글/ 김나연, 사진제공/ 동물권행동 카라

  • 7월의 TV

    매회 레전드 찍는 축구팀!

  • 컬쳐

1 2 3 4 

다른 매거진

No.259

2021.09.15 발매


2021, 놀이 문화의 재발견

No.258

2021.09.01 발매


이달의 소녀

No.256

2021.07.30 발매


바다로, 바다로

< 이전 다음 >
빅이슈의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