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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55 스페셜

불면증, 잠 못 드는 여름밤(1)

2021.08.04 | 숙면이라는 꿈

하루에 45분만 잔다는 ‘쇼트 슬리퍼’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궁금해졌다. 그도 과연 꿈을 꿀까? '수면 혁명'(경향BP, 2018)을 쓴 호리 다이스케는 6년간 하루 45분의 수면 시간을 유지해왔고, 스스로 그런 삶에 만족해왔다고 한다. 7~8시간의 수면이 건강의 기준으로 꼽히는 상식과는 다소 상반되는 생활이다. 이런 실천을 본받는 이들도 앞장서 쇼트 슬립을 실천할 정도다. 한 시간씩 점차 취침 시간을 줄이다 보면, ‘인생을 바꾸는 초단기 수면법’을 이룰 수 있다는 게 다이스케의 설명이다. ‘지금 자지 않으면 (그 시간에 공부하면) 꿈을 이룬다.’는 급훈이 떠올랐다.

꿈꾸기도 이젠 지쳐

미심쩍어 보이는 이런 주장에 눈길이 간 건, 이상한 꿈을 많이 꾸는 나의 경험 때문이다. 매일 꿈을 꾸진 않지만, 대체로 비슷한 주제가 몇 년째 반복되고 있다. 일단, 살인마에게 쫓기며 도와줄 사람 하나 없는 새벽 도로를 뛰어다닌다. 그러다 컨테이너 뒤에 몸을 감춰 숨을 참곤 했다. 이런 꿈의 ‘쿨타임’이 오면, 이번엔 학교 차례였다. 꿈 속 학교에서 나는 하이틴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는 대신 유급에 처하거나 모의고사를 봤다. 개강 날까지도 수강신청에 실패해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시간표를 완성하기도 했다. 강도 높은 가위에 눌릴 때면 벌레가 몸을 기어 다녔다. ‘마침내 피할 수 없는 아침’은 대체로 개운하지 않았고, 시리얼 광고에서처럼 시원하게 기지개를 켜며 “오늘도 보람찬 하루를 보내볼까?” 같은 결심을 할 틈도 없었다. 실험에 실패한 과학자처럼 미간을 찌푸리고 꿈을 해석하는 데에 시간을 보냈다. 이것도 반복되니 그 원인을 찾는 일도 시들해졌다. 7~8시간 수면을 확보해놓아도 질 좋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자책만이 남았다.

꿈을 꾸는 것 자체가 깊이 잠들지 못함을 의미한다는 얘기를 많이 듣다 보니, ‘죽은 듯이 잔다.’는 사람들을 롤 모델로 삼게 됐다. 밤 시간 동안 휴식이라는 효율을 뽑아내야 하는데, 꿈이 그걸 방해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수면의 질을 추적했다. 첫 번째 어플의 주 기능은 자는 동안 들리는 소음을 수집하는 것이었다. 창밖에서 들리는 클랙슨 소리부터 코골이와 잠꼬대까지 기록하고, 그 소음의 크기와 빈도를 바탕으로 내가 얼마나 좋은 잠을 잤는지 분석해줬다. 꽤 똑똑한 어플이지만, ‘자는 동안 이런 소리도 내는구나.’라는 쓸모가 적은 깨달음만 줬을 뿐, 오래가지 않았다. 잠꼬대 횟수에 변화가 없어서, 수면의 질이 점점 좋아진다는 효능감을 얻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후 스마트워치의 또 다른 어플로 심박수에 기반 해 수면의 질을 기록했지만, 자는 중에 답답해서 시계를 계속 풀어버렸기에 이 방법도 포기했다.

넷플릭스 '헤드스페이스: 숙면이 필요할 때' 시리즈에 따르면, 사람들은 얼마나 오래 잤는지에 따라 하루에 네다섯 개의 꿈을 꾼다고 한다. 물론 기억이 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꿈이 수면의 조건이라면, 45분 남짓 잠을 자는 쇼트 슬리퍼들은 ‘수면 부채(Sleep debt)’와 함께 ‘꿈 부채’도 지고 있지 않을까?

‘무슨 뜻일까’ 집착하는 대신

'헤드스페이스: 숙면이 필요할 때' 에피소드 중 하나인 ‘이상한 꿈나라’에 언급된 흥미로운 사례가 있다. 하버드 대학의 꿈 연구자인 데어드랫 베럿은, ‘꿈 배양’이라는 신기한 실험을 했다. 먼저, 학생들에게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생각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문제를 종이에 적은 뒤 침대 옆에 두게 했다. 학생들은 모든 신경을 여기에 집중해, 잠들기 전까지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시각화했다.

일주일간 이 꿈 배양 훈련이 이어진 뒤, 학생의 절반 이상이 문제와 연관된 꿈을 꾼 사실을 기억해냈다. 심지어 문제의 해결책까지 꿈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우선은 마법이 당장 이뤄지길 바라는 대신, 밤 시간에도 완벽한 휴식을 이뤄내야 한다는 압박감부터 버려야 할 것 같다. “너무 푹 잤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평생 부러워하기만 할 순 없으니 말이다.

전문은 빅이슈 255호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글. 황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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