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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80 에세이

데이터 만능 시대, 거짓은 필요 없다 (2)

2022.08.06

이 글은 '데이터 만능 시대, 거짓은 필요 없다 (1)'에서 이어집니다.

ⓒ unsplash

"데이터를 오래 고문하면 그 녀석은 어떤 말이라도 자백한다."

데이터는 진실을 말하지 않지만, 세상 모든 주장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실이 된다. 모든 것이 진실이라면 결국 의견만이 남는다. 더 중요한 것은 사실 변희재의 증거가 진짜였는지 가짜였는지 대다수 사람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진중권이 졌다’는 결과만이 중요할 뿐이다.

ⓒ unsplash

진실의 적은 거짓은 아니다

진실의 적은 거짓이 아니다. 복잡함이다. 모든 것에는 양 측면이 존재하며, 데이터는 어떤 주장도 증명한다. 가령 매년 논란이 되는 최저임금 문제를 생각해보라.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를 활성화시키는지 둔화시키는지는 데이터만으로는 알 수 없다. 왜냐면 두 주장 모두를 뒷받침하는 데이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누구는 경기가 호황이면 술 소비가 늘어난다, 누구는 경기가 불황이면 술 소비가 늘어난다고 한다. 당연히 두 주장 모두 통계가 존재한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과 ‘아는 게 힘’이라는 말은 공존한다. 보통 이런 경우를 모순이라고 하는데, 세상은 모순투성이다. 물론 세상사 이치는 진리의 ‘케바케’지만, 지금이 어떤 케이스인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모든 주장에는 충분히 신뢰할 만한 데이터가 함께한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우리는 그 어떤 것도 믿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언론의 기계적 중립은 이런 문제를 더 가속화시킨다. 특히 정치적 사안일 때 양측 패널은 거의 동등한 시간을 배정받는다. 옳고 그름은 언론에서는 밝혀지지 않는다. 여야가 ‘지구는 둥근가, 평평한가?’를 놓고 토론을 벌여도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다. 방송은 양측의 의견을 들은 후 결정은 언제나 시청자의 몫으로 떠넘긴다. 시청자들을 존중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책임지고 싶지 않을 뿐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진실이 아니라 나의 입장이다. 자신의 확신에 빠져 자신이 믿는 바를 진리라 주장할 뿐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싫어하는 주장을 하는 사람을 체리피킹(자신의 입장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을 취사선택하는 것)한다고 비난하지만, 이 세상 모든 주장은 본질적으로 체리피킹일 수밖에 없다. 가짜뉴스가 갑자기 흥한 것에는 이런 분위기도 한몫했다. 어차피 진실도 체리피킹인데 가짜가 한둘 얹어진다 한들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우리는 알고리즘이 정해준 데이터만을 소비하며 내 입장을 강화한다. 상대방에 대한 비판만큼 자기편을 비판하는 이는 드물다. 가짜뉴스는 물론 심각한 문제지만, 가짜뉴스가 사라진다고 해서 지금의 양분된 세계가 섞일 것 같진 않다.

진실의 적은 거짓이 아니다.


글.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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