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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82 빅이슈

구두장이와 잡지 ― 합정역 홍병철 빅판 (2)

2022.09.11


이 글은 '구두장이와 잡지 ― 합정역 홍병철 빅판 (1)'에서 이어집니다.

고시원 생활은 어떠세요? 식사를 직접 만들어 드시기도 하세요?
고시원에서 밥하고 라면, 김치는 나와요. 반찬은 제가 따로 사 먹지요. 늘 김치랑 라면만 먹을 순 없으니까요. 나이가 많아서 삼시 세끼를 꼬박꼬박 챙기려고 노력해요. 식사를 잘 챙겨 먹어서 몸이 아프지 않아야 《빅이슈》 판매도 하고 버티지요. 전 이제 다른 욕심은 없어요. 몸 아프지 않은 거 외에는.

《빅이슈》 판매가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나요?
저한테는 도움이 많이 돼요. 저한테는 최고지요.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지만 저는 좋아요. 이번 주말에 휴대폰 기기값만 마저 갚으면 이제 빚이 하나도 없어요. 빚을 다 갚는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좋아요. 앞으로는 저축도 할 수 있는 거예요.

노숙하기 전에는 무슨 일을 하셨어요?
기성화를 만들었어요. 수제 구두요. 남의 공장에서 일해주고 공임을 받았지요. 월급쟁이가 아니라 ‘하는 만큼 먹었지요’. 한 켤레에 얼마, 이렇게요. 그때가 40여 년 전인데, 처음에는 벌이가 괜찮았는데 점점 나빠지더군요. 중국산이 들어오고 한국의 제화 가내공장들은 무너져버렸어요. 물론 큰 공장들이야 끄떡없지만 작은 공장은 다 무너졌어요.

구두는 정도 만드셨어요?
한 20년 만들었지요. (, 구두 장인이시네요.) 장인은 무슨요. 먹고살려고 그냥 한 거지요. 만든 구두를 청계천7가에 도매로 넘기고 그랬어요. 구두 제작하는 가내공장은 다 어려웠어요. 더구나 저는 남의 공장에서 일해준 거니까요. 사장들은 돈도 좀 벌고 했겠지만 일하는 우리야 하는 만큼 받았으니 뭐 돈 많이 벌었겠어요.(웃음) 그래도 아직까지 구두 만드는 기술은 가지고 있지요.

지금 빅판님의 삶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제가 돈이 있으면 기차나 시외버스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고 싶어요. 돈 모으면 판매를 쉬는 날은 한번씩 돌아보고 오는 거, 그거 외에는 더 바라는 게 없어요. 포항, 부산, 통영, 울산 이런 데 돌아보고 싶어요. 경상도 쪽이요. 제가 부산 영주동에서 태어났거든요. 1952년생이니 전쟁이 한창 때 태어났지요. 어릴 때 기억은 까마득해요.(웃음) 그곳을 돌아보며 바다도 보고 산도 보고 그렇게 살고 싶어요.

《빅이슈》를 판매하면서 좋았던 기억이 있으세요?
판매를 시작하고 두 시간 반 만에 30권이 나간 일이요. 그때 박재찬이라는 사람이 표지 모델이었는데, 그때가 제일 좋았지요. 하루 종일 웃고 다녔지요 뭐. 그땐 헛꿈도 꾸었네요. 매일같이 이렇게 팔리지 않을까 하는.(웃음)

마지막으로 독자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세요?
그저 고맙다는 말밖에 없어요. 앞으로 더 친절하게 판매할 테니까 잊지 말고 찾아와주십사 하는 거지요. 단골손님들이 오실 때 바나나나 음료수, 삶은 달걀 이런 것도 주고 가시니까 제가 그분들을 잊지 못하지요. 한두 주 지나면 그분들이 오시기를 기다리게 돼요, 제가. 매주 신간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고 사 가는 분들이 계세요. 모든 독자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글. 안덕희
사진. 김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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