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이머>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킬리언 머피, 에밀리 블런트, 맷 데이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플로렌스 퓨
개봉일: 8월 15일

예민한 천재 물리학자, 원자폭탄 개발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과학자들을 모아 ‘맨해튼 프로젝트’를 실행한 리더이자 전략가.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 개발에 성공하지만, ‘전쟁을 종식’시킬 줄 알았던 핵무기가 도리어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는 무기가 된 것을 깨닫고 괴로워한 인물. 미국의 영웅으로 추앙받았으나 이후 스파이 누명을 쓴다.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어느 작가가 가상으로 쓴 것 같은 매력적인 서사를 지닌 인물이고 이미 영화로 만들어진 바 있다. 물리학에 지대한 애정을 보여온 크리스토퍼 놀란이 오펜하이머의 전기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감독의 팬조차도 ‘올 게 왔다, 그러나 어떻게?’ 하는 궁금증을 품었을 것이다. <오펜하이머>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첫 전기 영화이자 <덩케르크>에 이어 실화를 그린 두 번째 영화다. 오펜하이머가 원자폭탄 개발을 집요하게 성공시키는 과정이 영화의 전반부라면 후반부는 그가 자신의 업적으로 인해 고뇌하는 모습, 어려운 오펜하이머의 기이한 사적인 면모를 증언하는 주변인들이 등장한다. 세 시간의 러닝타임, 군사 작전과 그보다 복잡한 원자물리학, 실존했던 역사적 인물들이 여럿 등장하기에 오펜하이머에 대해 다소의 공부를 하고 보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아무 정보 없이 보더라도 놀란 감독의 지휘봉은 관객이 영화 속으로 정신없이 빠져들도록 마법을 부린다.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의 이름은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다. 이 영화 역시 이 책에서 비롯되었다.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는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 죄로 평생 바위에 묶여 고문당했다. 오펜하이머가 발명한 것은 불이 아니지만, 위대한 업적으로 칭송받던 발명으로 인해 괴로워한 인간의 생애가 영화 속에 있다.
<강변의 무코리타>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
출연: 마츠야마 켄이치, 무로 츠요시, 미츠시마 히카리
개봉일: 8월 23일

작은 어촌 마을에 허름한 남자가 등장한다. 그의 이름은 야마다. 단순 노동에 냄새가 심해 대부분 이틀이면 도망간다는 오징어 젓갈 공장에 취직한다. “누구나 두 번의 기회가 있지 않겠나? 열심히 해보게.”라고 그를 독려하는 사장의 말에서 야마다가 전과자 출신임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야마다는 공장 사장의 소개로 낡았지만 깨끗하게 관리된 무코리타 연립주택에 살게 된다. 짐 하나 없이 그곳에 도착해 목욕을 하고 사 온 우유를 한 모금 마시는 야마다의 집 문을 누군가 두드리는데 옆집 남자 시마다다. 시마다는 “나는 미니멀리스트라네. 나는 가난해.”라며 염치없이 야마다의 욕조를 빌리고 그의 식탁에서 밥을 함께 먹기도 한다. 처음에는 주변 사람을 밀어내던 야마다도 무코리타 연립주택의 이웃들에게 차츰 마음의 문을 연다. <카모메 식당>과 <안경>으로 한국에서도 많은 팬을 보유한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새로운 질문은 ‘사람은 죽으면 어디로 가나요?’인 듯하다. 외롭지만 이따금 함께하며 서로를 위로했던 느슨한 이웃의 연대는 이번에도 유효하다. 가난하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삶이지만 자잘한 행복들을 주우며 인물들은 오늘도 살아간다.
글. 김송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