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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6 컬쳐

유튜브를 보다 알게 된 의외의 사실 4

2024.02.14

‘이것만 보려고 했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오늘도 침대에 누워 쇼츠를 넘긴다. 요즘엔 이런 걸 도파민 중독이라고 부른다던데… 한 마리의 하이에나라도 된 것인 양, 더 재밌는 영상을 찾아 어슬렁거리다 보면 어느새 날이 밝고 마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유튜브를 통해 무엇을 얻고 있나? 애초에 유튜브를 보며 무언가를 얻으려고 한다는 전제 자체가 모순인 듯싶긴 하지만, 그래도 마냥 도파민의 늪을 허우적대는 것만은 아니라는 변명을 누군가에게는 전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내가 유튜브에서 마주한 의외의 사실 네 가지를 모두에게 알려주고 싶다. 그저 스몰 토크 정도로… 굳이 알 필요는 없지만 알아두면 살짝 고개를 끄덕일지도 모르는, 대화에 곁들이기 좋을 정도의 지극히 소소한 사실들.


고현정의 작품 활동이 뜸했던 이유는? <요정재형>, 고현정 편

© <요정재형> QR 코드

<황금어장 무릎팍도사> 이후 11년 만에 토크쇼에 출연한 배우 고현정. 다작을 했으면 좋겠다는 호스트 정재형의 바람에 머쓱한 표정을 짓던 그녀의 대답은 “작품이 안 들어와요.”였다. 그간 많이 아팠다는 이야기로 근황을 전한 고현정은 마치 전역을 앞둔 말년 병장과 같이 적당히 느슨하고 무례하지 않을 정도의 편안한 태도로 자신에 대한 세간의 궁금증에 답했다. 드라마 <선덕여왕>을 택했던 이유는 짧은 출연 분량에 처음으로 작품 속에서 죽음을 경험할 수 있는 캐릭터여서였고, 배우 조인성과의 스캔들에 대해서는 “걔도 눈이 있고…”라는 짧고 확실한 유머로, 어떤 질문에도 빙빙 돌리지 않는 솔직한 심경을 꺼내놓았다.

© 유튜브 채널 <요정재형>

고현정이라는 한 사람을 둘러싼 수많은 루머에 대해서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고 빈칸으로 남겨둔 곳에, 제멋대로 채워지고 왜곡되어 쓰여왔던 답변들. 본인이 직접 들려주는 진짜 답을 들으며 어쩐지 멀게만 느껴졌던 동경하던 선배와 한 발짝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정해진 대사가 아닌, 아무 말을 조곤조곤 이어가는 고현정은 참 사랑스러웠다.

악의 근원은 어디인가? <스브스뉴스 SUBUSUNEWS>, 세계의 나쁜놈들

© <스브스뉴스 SUBUSUNEWS> QR 코드

<스브스뉴스> 유튜브 채널에서 연재 중인 콘텐츠, ‘세계의 나쁜놈들’은 일본의 야쿠자, 사채업자,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 그리고 무차별 살상 범죄자 등 전 세계의 나쁜 놈들에 대한 다각도 분석을 진행한다. 전문가의 설명을 통해 전 세계의 악한 개인 혹은 집단이 생겨난 사회 배경, 그들의 행적, 저지른 악행과 이후의 상황 등을 꼼꼼히 파헤친다.

© 유튜브 채널 <스브스뉴스 SUBUSUNEWS>

특히 인상 깊었던 편은 일본의 불법 사채꾼 ‘야미킹’ 편. 1920년대 등장한 새로운 사채업의 형태 샐러리맨 금융, 1950년대 한국전쟁을 통한 급격한 경제 부흥이 일본 사회에 가져온 호황, 그로 인해 늘어난 할부 개념의 사채,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가며 점차 악마화된 사채업자들의 행태 등 그야말로 사채의 생태계를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일본 사회의 문제점이나 변화의 모습이 자연스레 그려지는데 일종의 ‘빌런으로 보는 세계사 강의’인 셈이다.

그나저나 온갖 나쁜 놈들은 절대 만나고 싶진 않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왜 이리 재미있는지… 이 또한 도파민 중독일지도 모르겠다.

배우 김석훈이 쓰레기를 줍는 사연은? <나의 쓰레기 아저씨>, 김석훈

© <나의 쓰레기 아저씨> QR 코드

너무 나이 들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배우 김석훈은 드라마 <토마토>에서 김희선을 지켜주던 든든한 변호사의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최근에는 <궁금한 이야기 Y>의 진행자, 정장 차림의 정제된 모습으로 각종 사회문제를 내레이션 하는 모습이 먼저 떠오르기도 한다. 전성기에서 살짝 빗겨나 있는, 그다지 유머 감각이 있을 것 같진 않지만 신뢰가 가는 인상, 성실한 삶을 꾸려갈 것 같은 이미지. 지금까지의 김석훈은 그러했다.

그래서일까. 유튜브에서 망태기를 등에 멘 그가 쓰레기를 주우며 등장했을 때는 꽤나 이질감이 들었다. 환경보호와 절약이 몸에 배어 버려진 쓰레기 중에서 쓸 만한 물건을 찾아내고, 중고 제품 경매에 참여하고, 헌옷수거함 관리 일일 알바에 도전하는 등의 생활인적인, 너무나 생활인적인 그의 모습은 기분 좋은 의외성을 보여주고 있다.

© 유튜브 채널 <나의 쓰레기 아저씨>

배우는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지 않은 채 극 안에서만 존재해야 대중에게 환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철칙으로 그간 생활 공개를 꺼렸다는 그. 하지만 그 철칙을 깨고 내보인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놀라움의 연속이었고, 어떤 면에서는 ‘과거의’라는 타이틀이 어울렸던 추억의 스타에게 ‘현재의’ 생명력을 부여하는 느낌마저 든다.

대배우 신구가 20년간 탄 차는 어떨까?
<조라이프 (순간 떠나는 ‘10분’의 여행…)>, 신구적달환시점

© <조라이프> QR 코드

신구적달환시점은 배우 겸 캘리그래피 작가로 활동 중인 조달환이 아버지처럼 모시는 배우 신구의 20년된 차를 물려받으며 시작된다. 마치 <인간극장>을 보는 듯, 휴먼 다큐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이 영상의 목표는 차를 깨끗하게 고친 후, 재정비한 차에 신구 선생님을 모시고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 이 모든 과정이 서두르지 않는 템포로 차곡차곡, 느긋하게 담겨 있다.

© 유튜브 채널 <조라이프>

조달환에 의해 전해지는 원로 배우 신구의 모습은 그간 TV나 광고에서 보아온 모습보다는 다소 무뚝뚝한 듯 보이기도 하지만, 한 번씩 건네는 말 한마디나 후배를 대하는 태도에는 사려 깊은 어른의 배려가 느껴진다. ‘아버지’라 부르며 살갑게 선배를 챙기는 조달환, 그리고 아들처럼 대하지만 결코 후배에 대한 존중을 놓지 않는 신구의 관계성은 우정에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증명하며 보는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다. 이런 인생의 선배님, 이런 사랑스러운 후배님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가, 그럼 나는 어떤 후배고 선배였나를 돌아보게 되기도 한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차량 복원 전문가에 의해 20년 된 렉서스가 재탄생하는 과정을 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 고친 차를 타고 함께 떠날 두 사람의 여행기가 기대된다.

소개


글팔이 독거 젊은이.


글.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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