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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오늘 어디서 잠을 청할 수 있는가

2025.05.08

빅이슈 기자단이 되기까지의 결심, 그리고 더는 개인의 불운이 아닌 것들.

당신은 오늘 하루, 발을 뻗고 몸을 눕힐 자리가 있음에 감사해본 적이 있는가. 당연하게 여겼던 그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평생 도달하지 못할 ‘안전지대’일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4년마다 실시하는 ‘노숙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노숙인 수는 8,956명에 달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실외 노숙인 뿐 아니라 쪽방, 고시원, 비닐하우스 등 비적정 주거에 거주하는 이들을 포괄하지 못한다. 최근 급증한 전세사기 피해와 만연한 주거 불안 속에서 ‘언제든 거리로 내몰릴 수 있는 위험’은 점차 우리 모두의 것이 되어가고 있다.

주거 문제는 더 이상 일부 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개인의 선택이나 불운이 아닌, 명백한 사회 구조의 문제다.

ⓒ 양태훈

- 빅이슈, 사랑이 시작되는 거리에서

붉은 조끼, 붉은 모자. 빅이슈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초등학생 때였다. 친구들과 카페에서 빙수를 먹고 돌아오던 어느 여름날, 지하철역 입구에서 빨간 유니폼을 입은 아저씨가 잡지를 들어올린 채 큰 목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빅이슈요!” 그 목소리는 유독 크고 또렷했다. 무더운 날씨, 퇴근 인파의 무거운 공기 속에서 혼자 반짝이는 듯한 존재. 어린 마음에 그의 정체가 궁금했다. 다가가 묻자 빅판 아저씨는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이건 홈리스의 자립을 돕는 잡지야.” 그날의 기억은 작은 울림이 되어 어린 아이의 마음에 남았다. 시간이 흘러 아이는 대학생이 되었고, 어느 날 학교 근처에서 다시 마주한 붉은 조끼는 그날의 기억을 불러왔다. 이번엔 주저하지 않고 잡지를 구매했다. 그건 단순히 선의에서 비롯된 행동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 추억 한 켠 크게 자리한 빅이슈 라는 친구를 다시 마주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잡지를 펼쳐 읽자마자 느낄 수 있었다. 이 안엔 사람의 이야기, 삶의 무게, 그리고 무엇보다 누군가를 향한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다는 것을.

- 희망을 전하는 일, 두번째 시작이 있는 곳.

빅이슈는 단순히 잡지를 만드는 곳이 아니다. 여기엔 누군가의 두 번째 시작이 있고, 우리가 서로를 믿을 수 있다는 작고 단단한 증거가 있다. 길 위에서 마주하는 빅판은 단순한 ‘판매원’ 이 아니라 이야기 전달자이며, 희망을 외치는 사람들이다.

이 잡지를 산다는 건 잡지 그 자체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진다. 누군가의 삶에는 기회를, 그리고 사회에 질문을 건네는 행위다. ‘우리는 정말 서로를 돌보고, 연대하고 있을까?’ 빅이슈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 판매자와 구매자, 기자와 독자, 도시의 어딘가에서 누군가를 마주한 모두가 연결되는 고리.

- 사랑의 시작은 작다

빅이슈는 사랑이 시작되는 거리다. 화려하지도, 거창하지도 않다. 지하철역 입구에서, 바람 부는 거리 한 켠에서, 조용히 내미는 잡지 한 권에서 사랑은 시작된다. 그리고 그 사랑은 ‘누군가가 나를 믿어주었다’는 기억으로 남는다. 지금도 나는 생각한다. 처음 빅이슈를 외치던 그 아저씨는 얼마나 큰 용기를 냈을까. 그리고 나를 포함한 누군가는, 그 용기에 어떻게 응답했을까. 빅이슈는 오늘도 도시 한복판에서, 우리가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 사회로 가는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

-당신이 읽는 순간, 세상이 바뀝니다.

잡지를 통해 홈리스의 삶을 되돌리는 이 아름다운 구조는 단지 책을 판매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연대이고, 사회 복원이며, 사람 대 사람으로 홈리스를 마주하는 일이다.

빠르게 다가오는 주거 위기의 시대, 빅이슈는 묻는다.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들어갈 것인가. 주거권은 선택이 아닌 정당한 권리임을 기억하고 그것의 보장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길 한복판에서 빅판을 마주친 초등학생이 있었다. 빅이슈에 대한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던 그 여자애는 대학생이 되어 빅이슈코리아의 임팩트 기자단이 됐다. 그 아이는 자라서 글을 쓴다. 써 내린 글이 누군가의 삶에 다시 햇살로 닿기를 바라며. 누군가가 또 다른 누군가의 용기에 응답하기를 바라며. 이제는 내가 길 위의 삶과 다시 시작하는 법에 대해 당신에게 묻고 싶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리고 우린 오늘 어디에서 잠을 청할 수 있는가.”


글. 빅이슈코리아 임팩트 기자단 1기 황주현
사진. 빅이슈코리아 임팩트 기자단 1기 황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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