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의 기사는 원래 ‘Bodo’에서 출판.
독일 도르트문트의 오슈텐헬베크 거리, 한 남자가 카우보이 모자와 선글라스를 쓴 채 휠체어에 앉아 있다. 그의 왼발에는 지저분한 붕대가 감겨 있다. 남자의 앞 바닥에 놓인 커피 컵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가끔 그 안에 유로 동전을 던져 넣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에게 별 관심이 없다. 그때, 갑자기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안녕 조조(Jojo), 오늘 어때?” 남자는 화물 자전거를 타고 다가오는 두 여자를 보자 무척 반가운 마음에 활짝 웃는다.
이 남성은 65세의 위르겐(Jürgen)으로 홈리스이다. 두 여성은 각각 35세의 간호사 마리아 쇤부르크(Maria Schomburg)와 27세의 사회 복지사 레오니 푸르골(Leonie Furgol)이다. 이들은 도시 북부에 위치한 디아코니(Diakonie)의 홈리스 지원 단체인 ‘비헬른하우스(Wichernhaus)’에서 일하고 있다. 이날 그들의 근무는 오전 8시부터 시작되었다. 마리아는 붕대, 연고, 약 등을 챙겼고, 레오니(Leonie)는 작은 생수병, 주스 팩, 속옷 그리고 티셔츠들을 챙겼다. 이렇게 준비된 모든 물품은 화물 자전거에 실려 도시 곳곳을 향해 출발한다.
마리아는 가위를 집어 들어 조조의 발에 감겨 있던 붕대를 풀며 상처를 살핀다. “벌써 훨씬 나아졌지만 우리는 계속 관리해야 해요. 조조.” 그는 이미 몇 개의 발톱이 없었다. 또한, 동맥도 막혀 발가락을 절단해야 했다. 지금, 상처들이 이 문제들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었다. 만약 이러한 의료 지원 활동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조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그랬다면 큰일 났죠. 다리 하나는 이미 절단됐을 거예요. 아니면 두 다리 모두!

“약 잊지 마세요!”
비헬른하우스 안에는 주 4일 여는 진료소가 있다. 이곳의 모든 환자는 건강보험이 없는 홈리스들이다. 매주 수요일마다 지역 보건당국에서 파견된 의사가 방문한다. 그 외의 날에는 3명의 간호사가 교대로 환자를 돌본다. 마리아는 유일하게 거리에서 직접 활동을 하는 간호사이고, 그녀의 동료들은 비헬른하우스에서 환자를 진료한다. 이들은 같이 지난 1년 동안 355명의 환자를 치료했고, 1,553건의 의료상담 및 시술을 진행했다. 이들 환자 가운데 25%가 여성이며, 대부분 30대에서 60대 사이이다.
“어떤 사람들은 의료 서비스에 대해서 듣기 싫어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사회 복지 서비스 관련 이야기를 듣기 싫어하죠. 그래서 우리가 서로 잘 보완해요” 마리아는 말했다. 이 의료 지원 아웃리치 프로그램은 비헬른하우스에 직접 찾아올 수 없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게 해준다. “많은 이들이 쉼터에 가면 자기 짐을 도둑맞을까 봐 두려워한다.”
조조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자신의 휠체어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런 거 써본 적 있어요? 얼마나 힘든지 아세요? 팔에 힘이 없으면 세 걸음마다 멈춰야 해요. 나한테는 무리예요.” 마리아는 아침에 조조가 일주일 동안 복용할 약을 약통에 챙겨 들고 왔다. 그는 고혈압이 있어서 매일 약을 먹어야 한다. 그녀는 약과 함께 물을 건네주며, 여성들은 작별 인사를 건넨다. “약 잊지 말고, 챙겨 먹어요! 조심하고요! 조만간 또 봐요!” 조조는 그녀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마치 집에 반가운 친구들이 다녀간 듯 미소를 짓는다.
마리아는 2021년부터 이 일을 해왔다. 그전에는 병원에서 일했고, 후에는 중환자실과 호흡기 치료실에서도 근무했었다. 새로운 일을 찾던 중, 우연히 비헬른하우스와 디아코니(Diakonie) 기관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여기는 병원처럼 기계적으로 돌아가는 곳이 아니에요. 훨씬 더 보람 있죠. 우리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아니까요.
마리아는 이어 전에는 사업가였지만 지금은 환자인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45년간 일을 했고, 개인 건강보험에도 가입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보험료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심한 상처를 입었지만, 병원은 응급상황이 되기 전까지는 치료를 해주지 않아요.” 그녀의 환자들도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질병을 겪는다. 하지만 길에서 생활하는 것은 종종 급성 혹은 만성 상처로 이어지곤 한다. 마리아는 이런 상처들은 치료할 수 있지만, 예를 들어 항생제 같은 약이 필요한 경우에는 반드시 의사와 먼저 상의를 해야 한다.
벤(Ben)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벤은 도심 정중앙 담벼락에 앉아 턱수염을 돌리고 있다. 그의 앞에는 빈 커피 컵 하나가 놓여 있다. 마리아가 정성껏 치료해 주기 전까지 엉덩이와 다리에 여러 개여 상처가 노출되어 있었다. 그는 긴급히 항생제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며칠간 복용해야 하는 항생제뿐 아니라 치명적일 수 있는 패혈증을 막기 위한 개별 항생제도 필요했다. 지금은 상처가 잘 아물었다.

“안녕하세요, 우리는 아직 모르는 사이에요.”
한편, 마리아는 외래 진료 예약과 진단 및 처방을 위해 의사를 만나야 한다. 매주 수요일은 바로 진료를 볼 수 있다. 예약이 필요 없는 것이다. “우리는 예약 없이 오신 분들이 전부 진료를 마칠 때까지 일해요.” 마리는 말했다. 거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 “얼마 전에는 한 남성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넘어져 골절을 입었어요. 그는 일주일 동안 자신의 대변 위에 누워 있었죠. 사람들이 옆을 지나갔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어요. 저희가 구급차를 불렀어요. 그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그날 바로 다시 거리로 돌아갔어요.”
마리아와 레오니는 한자플라츠(Hansaplatz)를 지나 베스텐헬베크(Westenhellweg)를 따라 화물 자전거를 밀며 이동한다. 그들은 익숙한 얼굴들에게 괜찮냐고 묻기 위해 몇 번이나 멈춰 선다. 어느 여성은 코에 작은 병변이 있다. 마리아는 지나가면서 사람들의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 많은 사람을 흘끗 보고는 금세 시선을 돌린다.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한 남성이 프리덴스플라츠(Friedensplatz)에 앉아 있다. 레오니가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아직 서로 모르는 사이에요. 저는 레오니고, 이쪽은 마리아예요.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괜찮으세요?” 그런 다음 그녀는 항상 그렇듯, 남성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꿇고 이야기를 건넨다. 누군가 의료적 도움이 필요하면 마리아가 나서고, 그전에 분위기를 풀기 위해서는 레오니가 나선다. “대부분의 사람이 저를 매일 봐요. 꼭 의료가 아니더라도요. 누군가 처음에 거절해도, 다음 날에 다시 인사드리고 연락을 시도하죠. 이게 도움이 된 경우가 꽤 많았어요.” 5시간 동안,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의료 지원, 물, 새 속옷, 티셔츠를 받았다. 그중 몇 명은 비헬른하우스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마리아와 레오니는 이틀 후 다시 거리 순회를 나설 예정이다. 그다음 목적지는 기차역이다. “할 일이 정말 많아요.”
출처: bodo / INSP.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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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빅이슈코리아 임팩트 기자단 1기 권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