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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P] 거리에서 숨진 이들을 위한 기억과 애도 – 브뤼셀의 ‘Les Morts de la Rue’

2025.07.08

Julie De Bellaing의 사진

2005년, 브뤼셀에서는 ‘빈곤 퇴치의 날’ 시위가 열렸다. 홈리스들이 가짜 관과 거리에서 숨진 이들의 명단을 들고 나타난 것이다. 참가자들은 침묵에 잠겼고, 많은 사람들이 거리 위에서 생을 마감한 이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비영리 단체인 디오게네스(Diogènes)에서 일하는 세르베(Servais)는 "그것은 깨달음의 순간이었고, 이것이 바로 ’Les Morts de la Rue(거리에서 숨진 이들을 위한 공동체)’의 설립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전에는 노숙자들이 그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라고 말했다.

오늘날 Les Morts de la Rue의 자원봉사자들은 거리에서 살거나 살았던 이들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즉시 행동에 나선다. 만약 사망자의 신원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그 사람의 삶을 재구성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가족과 연락이 끊겼을 수도 있지만, 거리에서 맺은 관계나 복지 종사자들과의 인연으로부터 연결점을 찾아 나선다. 유족이 장례를 주관하지 않으면 단체가 장례를 준비하며, 종교적 신념이 확인될 경우 해당 종교 공동체와 협력해 장례를 진행한다.

약 20년 전만 해도 브뤼셀의 여러 행정구들은 홈리스 사망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장례식 없이 신속히 처리를 마무리하려는 비인도주의적 경향도 있었다. 하지만 Les Morts de la Rue의 지속적인 노력 덕분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세르베는 "오늘날에는 조금 흥정이 있긴 하지만, 상황이 나아졌습니다." 라고 말했다.

매년 5월, Les Morts de la Rue는 브뤼셀 시청 대강당에서 추모 행사를 연다. 세르베의 설명에 따르면 이 추모식에서는 생을 마감한 이들의 이름이 차례로 낭독되고, 예술가들이 만든 시와 작은 추모 오브제를 통해 그들을 기억한다. 행사가 끝나면 이 오브제들은 그랑플라스 근처의 나무 가지에 달려, 그들을 기억하기 위한 장소로 남는다.

2024년 홈리스 사망자 수는 82명으로 기록되었다. 이는 전년도보다 3명, 2020년보다 12명이 늘어난 수치이다. 하지만 이는 공식적인 수치일 뿐, 미처 확인되지 못한 이들의 죽음까지 포함한다면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세르베의 동료인 마르고 드 클레르크는 당시 벨기에-플랑드르 TV 방송국 VRT와의 인터뷰에서 "82명은 너무 많은 숫자이고,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연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무언가를 실천해야 합니다.” 라고 말했다.

Les Morts de la Rue의 활동은 단순한 추모를 넘어, 거리에서의 죽음을 막기 위한 정치적 실천이기도 하다. 그러나 10년 넘게 활동해온 세르베 씨는 또 다른 중요한 깨달음 역시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홈리스가 세상을 떠나면 아무도 슬퍼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우리는 실제로, 그들 곁에 존재한 수많은 관계, 그들을 둘러싼 넘칠만큼의 사랑을 매일같이 목격합니다.”

브뤼셀에서는 노숙자 문제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하철에는 매트리스가, 공원에는 텐트가, 사무실 현관 아래에는 골판지와 플라스틱으로 만든 임시 거처가 곳곳에 위치해 있다. 홈리스의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지역 단체에 따르면 그 수는 증가하고 있다. 홈리스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Cœur SDF의 샤를리 베트로는 "저희 협회를 찾는 사람들이 5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브뤼셀은 2년마다 자원봉사자 400여 명이 참여하는 야간 실태 조사를 진행한다. 2020년 대비 18.9% 증가한 7,134명이 홈리스(노숙, 임시 숙소, 불법 점거 등의 형태로 주거하는 경우)로 집계되었으며, 2025년에는 이 수치가 1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Les Morts de la Rue’는 우리 사회가 외면해온 이름 없는 죽음을 직면하게 만든다. 이들은 세상의 끝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억되고 존중받아야 할 소중한 존재들임을 상기시켜 준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사회가 응답해야 할 책임의 시작이다.

빅이슈코리아는 INSP(International Network of Street Paper)의 회원으로서 전 세계의 뉴스를 전합니다.


번역. 빅이슈코리아 임팩트기자단 1기 황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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