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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이슈 서포터즈 2기] 빅판의 날씨는, 오늘도 맑음◡̈

2019.09.27

만약이 일상이 된다. 빅터의 쉼표 시리즈 #1 곁에 함께하는 이가 있다면 매일이 화창할텐데,​​

역 근처를 거닐다, TV 채널을 돌리며 드라마를 보거나, 또는 좋아하는 연예인이 표지로 나왔다는 소식에 다들 이제 한번쯤은 들어봤을 사회적기업.

사회적 경제에 점차 관심이 쏠리는 요즘으로서는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을 실천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명망이 높다.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슬로건을 가진 빅이슈는, 홈리스에 대한 인간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위대함을 환기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차별감수성의 사각지대가 있다.

"서는 곳이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듯, 어떤 차별은 보이지 않고 심지어는 '공정함'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 김지혜 지음​


빅이슈를 알게 된 계기는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느 때처럼 역을 지나서부터였다. 붉은 조끼를 보고 구세군인가, 하고 돌아보면 웬 노인이 카트를 끌고 홀로 무리 속 그늘을 지고 있다. "안~녕하세요~ 빅~이슈 입니다~" 고갤 훽 돌려 내 갈길을 간다. 실상 나는 꽤 염세적인 인간이었다. 노력이 모든 것을 증명한다는 미명 아래 구태여 내가 왜 시간과 노력을 쏟아 봉사를 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짤랑이는 종소리에 발걸음을 멈춰 몇 없는 지폐를 그 통으로 넣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내 귀에는 꼭 이런 이야기만 들렸다. '00의 00가 횡령을 저질렀다느니, 00들을 팔아 사리사욕을 취한다느니..' 결국 이런저런 보기 좋은 이유를 꼽아 붙이며 외면했던 나의 모습들을 합리화 한 것이다.

"최소한의 안전망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안전할까? 힘든 일이 생겼는데 주변에 도와줄 사람이 없다면? 그런 관계조차 단절되었을 때 어떻게 할까?"

그런 내가 햇수 상으로 따지면 사수를 했다. 수능을 안 본 해도 많았고, 일을 하던 시기도 있었으니 주변에는 쉽게 쉽게 재수했다고 말하지만 나이는 그렇지 않다. 세상은 내가 없어도 빠르게 돌아간다. 고시생이면 '고시원'이란 이미지가 있으니 다들 고생한다, 하고 그러려니 하지. 나는 이도저도 주변에 쉽사리 말 못 하고 그렇게 종적을 감춘 채 내 방 한 칸에 잠겨 단절된 채로 삶을 살아갔다. 최근 우리 친척들 중 제일 먼저 취직한 언니에게 이야길 들으니 취준 기간이 '인생의 암흑기'라더라. 내 나이 스물 셋, 현역으로 들어가 휴학 없이 달려온 동갑내기 친구라면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할 때다. 노량진으로 가 공시 공부를 하는 친구도 있겠고, 수험생 시절에나 썼던 스톱워치를 꺼내들고 1분 1초를 재며 임용을 준비하는 친구도, 자소서를 수십번 고치고 자격증 시험을 치며 매일을 압박 속에 사는 취준생 동기도 있겠다.

그래. 입학을 하거나 취업을 하고 나면 그런 시기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마냥 우리의 기억 속에서 잊힌다.​ 우리는 우리의 바쁨과 삶이 있으니 다른 이의 삶을 돌아볼 여력은 거의 없다. 하지만 있잖아. 그 암흑기가 끝이 보이지 않는다면.. 내가 자격증 시험을 준비할 돈은 물론이고 공과금에 생활비, 집세까지 다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닥쳤는데 내게 주어진 기반도, 도움도, 그 무엇도 없다면 우리는 어쩌면 좋을까.

고속터미널역 8번 출구 앞에는 한강공원이 있다. 온갖 사람들이 지나다니지만, 그 누구도 우리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흔히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한다. <스카이캐슬>에서도 나왔듯 우리 대부분은 명문대, 취업, 결혼 이 세 단계의 로드맵만을 보고 달린다. 이대로만, 튼튼히 곁에서 지지해줄 가족 혹은 사회적 제도와 분위기가 있다면 'ㅇㅇ소속 ㅇㅇㅇ'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홈리스는 그렇지 않다. 앞서 말한 암흑기는 갑작스럽게 삶을 가로막는데, 해결할 여력이 없다. 홈리스는 집이 없는 사람들이란 의미만이 아니라 돌아갈 가정, 인간 관계를 비롯해 사회로부터 투명인간처럼 단절된 사람들을 뜻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 기준의 노숙인 지원법에서는 노숙인 시설, 쪽방 주민에 등록된 사람들만이 노숙인이라 불리며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모두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노숙인 시설에 등록하지 않은 사람들, 홈리스의 절반은 사회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과 제도를 바로세워야 할 정치권에서조차 이들에게 투표권이 없다 생각해 홈리스와 관련된 논의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요즘이다.

"빅이슈에 입사를 하면 모든 사람들이 항상 빅돔을 먼저 시작해요.

실제로 선생님들과 거리에서 서 있어 봐야 이분들이 어떤 점이 필요한 지 알 수 있습니다.

직급이 어떻게 되었던 첫번째로 행동하는 단계가 바로 '빅돔'입니다.​"

장하라 코디네이터님의 인터뷰에서도 들었듯 내가 홀로 저 많은 인파속에서 하루 종일 빅이슈를 외치고, 판매를 해야 한다면 나 역시 못 할 것 같다. 빅돔 교육에서는 대부분 사회에 단절된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 심리적으로 위축된 점이 있을 수 있다며 곁에서 하는 응원을 부탁받았다. 그렇지만 두 차례의 빅돔 속에서 만난 빅판(빅이슈 판매원)분들은 누구보다 용감하고, 끈기있고, 인내심을 가지고 있는.. 우리보다 훨씬 용기있는 사람들이었다.​

같은 사람이다, 우리는.

고속터미널역 6번 출구 오현석 빅판은 유쾌하게 너스레를 떨며 5명의 빅돔들을 맞이했다. 사방이 횡단보도로 둘러쌓인 이 곳은 차 시간에 늦어 뛰어가는 사람, 연인과 데이트를 할 생각에 출구 앞에서 전화를 거는 사람, 또 근처의 쇼핑몰과 한강공원 구경을 위해 관광을 온 외국인들로 붐빈다. 오현석 빅판이 판매를 시작하는 시간, 3시! 조끼를 떡하니 건넨 그는 계단에 분주하게, 또 전문성이 묻어나오는 모습으로 잡지들을 전시해놓는다. 우리는 어리숙하게 조끼를 받아들곤 두 팀으로 나뉘어 횡단보도 앞과 오현석 빅판의 곁에 돌아가며 섰다. 돕는다고 와서 우물쭈물하는 우리에게 괜찮다며, 능숙한 말솜씨로 사람들을 모으던 오현석 빅판님.

우리 역시 쉴 새 없이 홍보 문구를 외치던 중 넌지시 좌우명이 어떻게 되시냐 여쭸다. 그러니 눈을 크게 뜨며 "안되면 되게~ 하라! 소크라테스가 한 말입니다."라고 씩 웃으며 답을 주었다. 9월의 그 날은 태풍전야였다. 빗방울이 떨어지다 말다 하는 가운데 망설임 없이 좌우명을 말씀하시는 걸 보면, 선생님은 스스로 이겨내야 할 상황이라 생각하고 계셨던 모양이다. 빅돔이 없는 외로운 시간대,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생님의 외침을 외면하는 그 수많은 시간 속에서도 맘대로 잘 안 되더라도 어떻게든 잘 팔아야지, 하며 자신을 다독이셨을 모습이 생생하다.

결국은, 비가 왔다. 계단 가장자리에 전시된 30여권의 잡지와 짐을 각자 나눠들고 우리 여섯은 지하철 내의 계단으로 향했다. 횡단보도에서 불이 켜질 때 사람들이 오는 걸 보고 "안녕하세요 빅이슈입니다.", "당신이 읽는 순간, 세상이 바뀝니다." 이러한 문장들을 외치는 건 이보다 어렵지 않았는데. 바쁘게 돌아가는 이 시가지에서 비가 오면 오현석 빅판님은 홀로 잡지를 옮기고, 비가 그치면 다시 묵묵히 위로 올라가 홍보지를 붙이고, 잡지를 진열했을 것이다. 다른 것보다도 날씨가 가장 문제다. 선생님이 서 계신 위치는 여름에는 뙤약볕으로 홧홧한 와중 환풍기에서 나오는 더운 바람으로 판매가 어렵다더라. 한국의 겨울은 살을 에는 듯 춥고, 비가 오는 날엔 이 많은 짐을 혼자 지고 오르락 내리락 해야하니.. 우리가 나눠들었던 잡지는 빅판님이 지고 계실 삶의 무게에 비해 얼마나 가벼웠을까.

빗방울은 이런 우리의 노력이 우습다는 마냥 금시에 그쳤다. 맑은 하늘은 아니었지만 역 안에서 외치면 소리가 울려 시민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전전긍긍했던 걸 하지않아도 되어 한숨 돌렸다. 선생님은 다시 착, 착 잡지를 배치하고 언제나처럼 웃으며 빅이슈를 홍보한다. 예사롭지 않은 선생님의 행동에 선생님만의 판매 전략이 있나 물었다. "판매에는 표지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아무래도 카카오프렌즈가 귀여워서인지 잘 팔렸는데.. 저만의 판매전략이 있다면 김복동 할머니 표지(209호) 시즌에 구호로 '잃어버린 정의를 위하여! 빅이슈입니다!'라 외쳤던 게 효과가 좋았습니다. 다 그때그때 표지에 맞춰 아이디어를 내는 거지요. 하지만 이런 것도 다 독자들이 사가면서 표지의 문구를 읽는 걸 주워들은 거니 별로 특이하진 않습니다." 아무리 독자들이 그런 말을 했다 한들, 그걸 활용하는 건 빅판의 재량일텐데 언제까지고 겸손하신 모습에 손사래를 쳤다.

"요 근처에 한강공원이 있다더라고요. 관광객이 많이 와요." 우리가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중국인 관광객을 비롯해 몇몇 외국인 관광객이 길을 묻고 갔다. Hello~ Ok fine~ 하며 유창하게 손짓발짓으로 설명하는 모습이나, 지하까지 내려가며 길을 설명해준다는 빅판님의 일화는 가히 고터역의 터줏대감을 보는 듯 싶다. 터미널역 도로 너머에는 푸른 잔디밭과 한강이 펼쳐져 있을 것이다. 오현석 빅판은 청록색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타 인터뷰에서 선생님은 임대주택에 입주하는 것이 소원이라 말씀하셨다. 그는 고터역에서 든든하게 서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곳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향해 안부를 묻고, 인사를 건넬 것이다. 권당 2500원은 오롯이 빅판에게 수익이 돌아간다. 궂은 날씨와 환경이 어려움으로 자리하더라도 우리가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선생님의 인사에 함께 답해주면 그 주변의 날씨만큼은 맑지 않을까.​

오현석 빅판으로 나는 울창하게 가지를 뻗은 초록빛 나무를 보았다.

자립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된 '바리스타 교육'.

코디님 말에 따르면 준비 기간 내내 걱정을 많이 하셨다는데, 훌륭하게 교육을 이수한 오현석 판매원을 보니 내 집 마련의 꿈도 멀지 않은 듯 싶다.

-자세한 내용은 빅이슈 211호에서-

* 본 콘텐츠는 빅터 2기 방예원님께서 작성해주셨습니다.

* 블로그 주소 https://blog.naver.com/dpdnjs081/22165944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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