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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이슈 판매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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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각역 5번(영풍문고 앞)

김훈재 빅판

2021.11.04

따스한 미소와 단단한 의지로 하루하루를 만들어가는, 종각역 5번 출구 ‘김훈재’ 빅판의 이야기

“책이야 잘 팔릴 때도 있고 안 팔릴 때도 있지만, 결국 언젠가는 팔린다는 걸 알아요.”

“빅이슈는 저에게 살아갈 힘이 되지요.”

 

1. 빅판 활동을 시작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해요.

원래는 대구, 군포 등에서 기술자로 오래 일했어요. 그러다 상경했는데, IMF 외환위기로 다니던 회사가 어려워졌어요. 퇴사 후에 노숙 생활에 접어들게 되었죠. 그러다가 만난 분이 《빅이슈》를 팔아보라고 안내해주더라고요.

처음에는 을지로입구역에서 팔았어요. 사람들이 아주 많이 지나다니는 곳이라 책이 잘 팔려야 하는데, 하루에 열 권을 못 파는 거예요. 그러다 담당 코디네이터가 종각역 5번 출구로 옮기자고 해서 책을 끌고 갔어요. 종각역은 광장이 굉장히 넓어요. 그 가운데서 판매를 하려고 하니까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창피하고 힘들더라고요. 몸을 의지할 만한 기물도 없고 광장 한가운데서 잡지를 딱 놓고 팔라고 하니까. 지금이야 내 자리려니 하지만 그때만 해도 굉장히 힘들었어요. 그런데 거기에 책을 펴놓고 있으니까 그렇게 잘 팔릴 수가 없는 거예요. 책을 달라는 사람들이 줄을 설 정도였어요. 그렇게 시작해서 지금은 종각역 빅판으로 자리 잡은 지 5년 차가 됐죠.

 

2. 요즘에는 어떻게 활동하고 계신가요?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다들 재택근무하고 길거리에 사람이 없으니까 그 전의 3분의 1정도밖에 판매가 안 돼요. 속으로 ‘나도 어렵지만 다들 어려워서 책을 안 사 가시는구나.’ 하고 생각해요.

그래도 저는 한곳에서 오랫동안 판매하다 보니까 단골분들 덕분에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늘 사는 분은 사 가시거든요. 원래 종각 근처 살다가 이사 가신 분이 있어요. 이사가신 곳에도 빅판이 있으니 가까운 데서 사시라고 했더니, 안 된다면서 꼭 여기까지 와서 사 가셨어요. 또 어떤 단골분은 돈도 은행에서 막 찾아온 깨끗한 지폐로 주세요. 부활절 같은 날에는 선물을 가져다주시기도 하고요.

오늘 못 팔면 내일 판다 이런 마음으로 나와요. 사람의 인내심이라는 게 한계가 있잖아요. 서너 시간 서 있는데 책이 한 권도 안 팔리면 엄청 스트레스 받아요. 빅판으로 일하는 동생이 종일 두 권 팔았느니 이런 얘기하면, 내가 책을 잘 판 날은 미안하잖아요. 그럼 동생 불러서 같이 막걸리도 한잔하고 그래요.

 

3. 빅판 활동을 통해 어떤 변화가 생기셨나요?

빅판으로 일하면서 일단 생활 리듬이 달라졌지요. 자신감도 생겼고요. 돈을 많이는 못 벌어도 당당하게 사회생활을 한다는 자부심이 있잖아요. 그리고 말소됐던 주민등록도 살려서 은행 거래도 하고, 정부 지원도 받을 수 있고요.

원래는 제가 조금 내성적이었어요. 누구하고 얘기하는 걸 힘들어하고 먼저 말도 잘 안 걸고 그랬는데 《빅이슈》 판매하면서 달라졌어요. 얼굴이 두꺼워졌다고 해야 하나.(웃음) 저는 역무원들하고도 인사하고 지내요. 멀리서 봐도 내가 자꾸 알은체하고 인사하거든요. 그분들이 나중에는 와서 책을 사더라고요. 청소하는 아줌마들도 “아저씨, 많이 팔았어요?” 하고 인사하고 가시고. 누가 와도 금세 대화도 나누고, 잡지를 팔면서 자꾸 읽다 보니까 말주변이 조금씩 생기더라고요.

 

4. 빅판으로 일하며 힘들었을 때도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마음이 정말 좋지 않을 때는 무시당할 때예요. 한번은 자전거를 타고 가던 사람이 서더니 100원짜리 동전 세 개를 주는데, 바닥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서 찌글찌글하더라니까요. 그 돈 300원을 나한테 주고 가대요. 나를 어떻게 보기에 이런 걸 주나 싶더라고요.

사무실에서는 늘 “선생님은 엄연히 책 파는 사장님이세요. 당당히 고개 들고 판매하세요.”라고 하시는데, 그런 일 겪으면 참 난감해요. 《빅이슈》 판매원을 아직도 길거리에서 노숙하는 사람으로 본다는 얘기잖아요.

 

5. 앞으로 바라시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책 파는 일이 적성에 맞아요. 독자분하고 대화하는 것도 좋고, 단골분하고는 편하게 얘기하고 지내거든요. 이제는 고시원에 있는 것보다 거리에 나와서 《빅이슈》 파는 게 더 마음 편해요. 책이야 잘 팔릴 때도 있고 안 팔릴 때도 있지만, 결국 언젠가는 팔린다는 걸 알아요.

저는 크게 바라는 거 없어요. 돈 욕심도 별로 없고, 그저 《빅이슈》 꾸준히 판매하면서 건강하게 살고 싶어요. 빅이슈는 내 삶에 많은 도움을 준 곳이에요. 살아갈 힘이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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