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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이슈 판매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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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역 7번(지하 스마트 도서관 좌측)

홍병철 빅판

2023.03.29

앉으나 서나 늘 독자 생각만 하는 합정역 7번 출구 ‘홍병철’ 빅판의 이야기

'20여 년 구두를 만들던 손에 이제 《빅이슈》가 들려 있다. 젊은 시절 기술 좋은 구두장이었던 그의 손에서 구두를 놓게 한 건 중국산 기성화였다. 제화 관련 가내공장들은 다 문을 닫았고 그는 대형 병원 주차장의 미화원이 되었다. 나이가 많아 더는 미화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생활고로 홈리스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빅이슈 판매원(이하 빅판)이다. 녹록지 않았을 그의 인생에 따스한 위로를, 앞으로 펼쳐질 그의 인생에 응원을 보내며, 여기 합정역 7번 출구 홍병철 빅판의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올해 1월부터 《빅이슈》 판매를 시작하셨다고요?
네, 1월 23일부터 시작했어요. 한창 추울 때 시작했지요.

한파가 절정일 때라 거리에서 판매하시기 힘드셨을  같아요.
그래도 다행히 판매지가 밖이 아니라 지하철 역사 안에 있어서 괜찮았어요. 빅이슈 사무실에서 두꺼운 외투가 제공되니까 그거 입고 서 있었지요. 판매지가 합정역 7번 출구인데, 출구로 나오기 전에 편의점이 있어요. 편의점 바로 앞에 소화전이 있는데 그 앞에서 판매해요.

판매하시면서 한파와 폭염폭우를  겪으셨네요판매해보시니 어떠세요?
어떨 땐 역사 안이 밖보다 더 더워요. 그래서 잠깐 밖으로 나가서 시원한 바람을 좀 쐬고 들어와요. 독자분들이 올까 봐 1~2분 쉬다 얼른 들어와요. 열차가 도착해 개찰구에서 사람들이 많이 나올 때는 꼭 자리를 지키고요. 사람들이 다 빠져나갔다 싶으면 그때 잠깐 나갔다 오는 거지요.

목표 판매량을  채울 때까지 판매지를 지키신다고 들었어요.
처음엔 그랬어요. 그런데 지금은 날씨가 워낙 덥고 여름휴가를 간 사람들도 많으니까 마음먹은 대로 안 되더라고요. 지금은 정해진 시간 맞춰 판매해요.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판매하지요. 처음에는 밤 10시까지 판매하고 그랬어요. 아무것도 몰랐으니까요. 근데 판매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언제 많이 지하철 출구를 이용하고 뜸해지는지 알겠더라고요. 무조건 오래 자리 지키고 있는다고 판매가 잘되는 게 아니란 걸 터득한 거지요.(웃음)

 

합정역에서 판매하시는  어떠세요?
다 좋아요. 우리 독자들이 젊은 여성분이 많은데, 대학들도 가깝고 해서 합정역 근처에 많이 거주하세요. 그래서 판매에도 도움이 되지요. 제가 집에서 가기에 교통편도 좋고 더 이상 바랄 게 없어요.

어디서 지내세요임대주택아니면 고시원?
1월에 《빅이슈》 판매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고시원에 들어갔지요. 그 전에는 고양시 일산에 있는 고시원에서 살았어요. 한 고시원에서는 9년 가까이 지내기도 했지요. 그때 일산백병원과 일산병원에서 주차장 미화원으로 일했어요. 8년간 일했지요. 그래서 그때 일산에 있는 고시원에서 지낸 거예요.

미화원은  그만두셨어요?
나이가 많아서요. 그만두고 다른 곳의 건물을 청소하러 반년 정도 다녔어요. 다니다가 몸이 아파서 2~3일 쉬었다가 나가니까 병원에 가서 의사 소견서를 받아서 제출하래요. 그래서 그만두고 아파트 미화하는 데 들어갔는데, 나이가 많으니 일하다 몸이 좋지 않을 수 있잖아요. ‘병원에 좀 잠시 다녀올게요.’ 하니 사직서를 쓰고 가래요. ‘에이, 니들끼리 다 해먹어라.’ 하고 그만뒀지요.(웃음) 미화원 중에는 나이 든 사람이 많아요. 반장은 일흔 넘은 사람도 많고요. 일 잘하면 자기들 자리가 불안해지니까 좋아하지 않아요. 뭐라도 꼬투리 잡아서 내보내려고 하고요. 텃세가 심하더라고요. 그래서 1년 정도 놀았어요. 고시원 비용도 없어도 못 내고 그랬지요. 그렇다고 고시원비 떼어먹은 적은 없어요.(웃음)

《빅이슈》 판매는 어떻게 시작하셨어요?
돈이 떨어지고 나니까 뭐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청량리 ‘밥퍼’(밥퍼나눔운동)에 가서 도시락을 몇 번 먹었거든요. 근데 그때 보니까 빅이슈 사무실에서 나와서 판매원을 모집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 바로 다음 날 사무실로 찾아갔지요. 처음 판매할 때는 사람들 앞에 서서 잡지를 판다는 게 좀 얼떨떨하기도 하고 어색하고 그랬는데 하루하루 지나니까 괜찮아지더라고요. 제가 그때 휴대폰값이 110만 원 정도 밀렸었어요. 근데 판매 시작하고 미납금을 다 갚았어요. 제가 귀가 얇아서 휴대폰 판매하는 젊은 친구들한테 잘 넘어가요.(웃음) 그래서 휴대폰을 두 번이나 바꾸는 바람에 그 두 대 값 갚느라고….

 

이 글은 '구두장이와 잡지 ― 합정역 홍병철 빅판 (2)'로 이어집니다.

 

글. 안덕희
사진. 김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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