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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30 에세이

오후의 시각 - 언제 결혼하느냐고 묻는 철없는 어른들에게

2024.12.19

글. 오후

결혼 적령기를 한참 지난 나이다 보니 명절처럼 오랜만에 어르신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언제 결혼하느냐?”는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한다. 인과관계를 생각하면 “만나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어보는 것이 우선일 것 같지만, 마치 밥 먹을 형편이 되는지 확인하지 않고 “밥 먹었냐?”고 물어보는 것처럼 질문은 훅하고 바로 들어온다.

특별히 기분이 나쁘거나 반감이 생기진 않는다. 취업, 결혼, 출산에 관련된 질문은 명절에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들 뉴스에서도 떠들지만, 그런 질문에 그렇게까지 과민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르신들이 살아온 시대의 전형적인 삶의 형태가 있고, 그들의 입장에서는 어찌 됐든 걱정해서 한 말일 테니 굳이 의도를 곡해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 질문에 딱히 할 말이 없기에 그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일 뿐이다. 내가 대답을 하지 않으면 할 말이 없어진 상대방은 언제나 아무 말 퍼포먼스를 이어간다.

“결혼을 해야 철이 든다”, “삶의 무게를 알아야 한다” 블라블라. 그런데 그들의 충고를 듣다 보니 반감까진 아니지만 의문이 하나 생긴다. 결혼을 해야 어른이 되고 삶의 무게를 알게 된다고? 정말? 정말 그래? 이거 나만 결혼 안 해서 몰랐던 거야? 나 역시 나 이외의 삶을 알지 못하니 결혼한 삶에 대해 왈가왈부 평가할 순 없다. 하지만 사고실험 정도는 해볼 수 있겠다.

일단 삶의 무게라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극히 주관적인 개념이다. 개인차가 있다는 당연한 이야기는 넘어가자. 지인들을 살펴보면 결혼, 무엇보다 출산을 하면 확실히 삶이 크게 변하는 것 같긴 하다. 그 변화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는 애매하지만, 사회가 그 변화를 책임감이라고 부르겠다고 한다면, 확실히 책임감은 더 생긴다고 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보자면 같은 금액을 벌어들이는데 나가는 곳이 많으니 개인 씀씀이를 줄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줄어드는 씀씀이는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지 않은, 자신의 취미생활이나 과소비의 영역일 것이다. 당연히 철이 드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럼 반대로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아가는 것은 어떨까? 혼자 사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책임지는 것이다. 젊을 때는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느껴질 수 있다. 만날 사람도 많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대부분은 인간관계가 점점 축소된다.

40대 중반 이후에는 사회와도 조금씩 거리가 멀어짐으로써 외톨이가 되어간다. 몸이 아파도 혼자 해결해야 한다.

부모나 가까운 사람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데면데면한 경우도 많다. 과거에는 결혼을 하지 않아도 공동체가 있었지만 개인화가 가속되어 결혼을 하지 않은 이는 결국 혼자가 된다. 자발적 솔로든 비자발적 솔로든 시기가 다를 뿐 결국 이런 시기가 온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솔로는 외롭다.

나는 솔로 부대

삶의 목적도 다르다. 출산을 한 커플의 경우 육아에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혼자 사는 이에게는 정해진 답이 없다. 삶의 의미에 대한 고민은 아이가 있거나 없거나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큰 목적이 없는 비자녀인이 더 치열할 수 있다. 결국 사라져버릴 삶에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고 끌어갈 수 있느냐가 솔로 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이 해답을 찾는 건 쉽지 않다. 나는 개인이 자신의 삶을 최대한 책임지고, 타인에게 기대지 않고 상처도 주지 않고 삶을 마감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이상적인 삶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자 친구는 “그래서 네 꿈이 고독사라는 거지?”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건 농담이 아니다. 고독사조차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이 솔로의 운명이며 이상적인 모습이다.

물론 이렇게 이야기하면 “누가 결혼하지 말랬어?”라며 반발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답변은 마치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이나 하청 노동자들에게 “힘들면 정규직 하지 그랬어?”라고 말하는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재수가 없다는 거다.

결혼한 이와 솔로 중 어떤 삶의 방식이 더 어른스럽고 더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삶은 누구나 힘들다. 문제는 대책이다.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정상 가정을 이룬 사람들에게는 사회적인 지원과 대책이 상대적으로 많다. 물론 여전히 부족하지만, 어쨌든 신혼부부는 대출도 많이 나오고 육아도 지원해주며 그 외에도 다양한 지원책이 있다. 하지만 혼자 사는 이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관심이 적다. 당연히 지원도 적다. 정확히 말하면 뭘 지원해줘야 하는지조차 모른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각자의 애환이 있지만 복지가 정규직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과 같다.

철이 든다는 건 결혼 유무와 무관하게 개인적인 문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약자일수록 사회의 이면을 보기 더 수월한 측면이 있다. 그러니까 복지가 갖춰진 커플보다는 버려진 솔로가 세상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할지도 모른다. 그 과정이 철이 든다고 표현을 한다면 철이 드는 거겠지.

앞으로 우리 사회에는 어떤 이유에서든 혼자서 살아가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다. 단순히 숫자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이로 인해 세상이 통째로 바뀔 것이다. 그런데 그들 대다수는 자신의 삶을 온전히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면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 솔직히 나도 자신이 없다.

그래서 묻고 싶다. 우리 사회는 대규모 솔로 부대를 감당할 준비가 되었는가?


오후(ohoo)

비정규 작가. 세상 모든 게 궁금하지만 대부분은 방구석에 앉아 콘텐츠를 소비하며 시간을 보낸다. 〈가장 사적인 연애사〉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등 일곱 권의 책을 썼고 몇몇 잡지에 글을 기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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