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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35(커버 B)

INSP_세르비아 소녀들의 록 캠프 들여다보기

2025.06.23

‘소녀들의 록 캠프’ 개념은 남성 중심으로 형성된 록 세계에서 음악을 하고자 하는 소녀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목적으로 2001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등장했다. 이후 같은 방침이 전 세계 여러 단체로 퍼져나갔다. 세르비아에서는 2017년 젊은 여성 활동가 단체인 페믹스(Femix)에서 비슷한 취지로 록 캠프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음악을 즐기는 일은 아주 개인적이고 동시에 집단적 경험이다. 우리는 각자 음악 취향을 추구하지만, 그룹이나 더 넓은 문화계에서 소속감을 느끼며 자극받기도 한다. 인디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소녀는 록 세계에 여성이 많지 않다는 사실에 좌절하기도 한다. 세르비아에서는 젊은 여성 활동가로 구성한 조직인 페믹스가 그런 소녀들에게 지원의 손길을 내민다.

음악이 소녀들에게 미치는 영향

록은 늘 음악의 한 장르 이상을 의미했다. 록 음악은 이미 5~60년대에 반항과 자유, 특히 타인과 다를 자유, 비판적으로 생각할 자유, 억압과 부당한 제도에 맞서 목소리를 높일 자유의 상징이 되었다.

인기 많은 록 뮤지션이 사회운동가라는 인식은 일반적이었다. 존 레넌은 자신의 음악으로 베트남 전쟁 반대파를 지지했고, 밥 딜런은 미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인종주의와 차별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다시 없을 대단한 싱어송라이터로 칭송받고 영웅이나 밴드 리더로 오해받는 인기 록 뮤지션이 주로 남성이라는 사실 역시 사회에서 널리 알려져 있긴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2017년 여름에 시작한 록 캠프는 세르비아 소녀를 대상으로 미래의 여성 록 뮤지션을 육성하는 독특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활동가인 타티아나 니콜리치(Tatjana Nikolic)는 인디 음악계의 남성과 여성 록 뮤지션 사이에 존재하는 격차를 발견하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첫 번째 캠프에는 열 살에서 열네 살 소녀 32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는 베오그라드 인근에서 일주일 동안 기초 수업으로 기타, 드럼, 피아노를 배웠다. 그리고 멘토의 도움을 받아 작곡 및 작사하는 방법과 밴드 결성하는 방식을 배우고 캠프 마지막 날에는 라이브 공연도 펼쳤다.

데뷔 무대 다음으로는 미래에 여성 기타리스트, 드러머, 키보디스트로 성장할 여섯 개 그룹이 추가로 공연했다. 2024년 겨울, 페믹스는 열 살에서 열두 살 사이 소녀를 대상으로 하는 주니어 캠프도 시작했다.

페믹스에서는 이렇게 밝혔다. “그동안 우리는 많이 성장했습니다. 체계를 정립해서 참가자가 다른 사람의 곡을 연주하기보다는 자신의 음악을 만들 수 있게 했고, 음악을 창작하고 콘서트를 제작할 수 있는 과정을 갖췄어요. 게다가 7년이 흐르는 동안 사회 인식이 바뀌어서 록 밴드를 갈망하는 소녀를 따라다니던 부정적 꼬리표가 많이 없어진 듯합니다. 그래서 지역에서 해주는 지원도 늘었고 우리를 몰랐던 사람들도 잘 알아봐줘서 지금 우리 단체는 많이 신뢰받고 있어요.”

록 음악이 주는 소속감

록 캠프는 세르비아 전역에서 참가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로 매년 다른 장소에서 열린다. 다양한 문화 접근이 가능하고 획일적 지역사회에 어울려 들어가야 한다는 부담이 덜한 대도시의 상황과 비교하면, 지방에 사는 소녀에게 록 캠프는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또래를 만나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분위기에서 자신의 재능을 찾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된다.

드러머이자 페믹스의 멤버인 셀리나 시미치(Selina Simic)는 이렇게 언급했다. “참가자가 악기를 직접 연주해보면서 음악 활동이 자신에게 금지된 영역은 아니라고 깨닫는 과정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해요. 록 캠프가 끝나고 계속 연주하는 아이도 있지만 활동 자체에 관심이 생긴 아이도 있어서 이전 록 캠프 멤버 중 몇 명은 지금 다양한 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참가자가 캠프에 들어가서 뜻 맞는 친구를 만나는 일이 가장 의미 있죠. 몇 명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자신과 똑같이 머리카락을 초록색으로 염색하고 너바나 음악을 들으며 인디 음악에 빠진 친구를 만나게 될 줄 몰랐다고요. 소속감을 느낀다는 게 가장 값진 경험이라고 봅니다.”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고 음악을 제작하는 과정과 더불어 캠프에는 교육 프로그램, 청소년 모임, 동문 모임도 있다. 지난 캠프 참가자 중 몇몇은 직접 멘토가 되어 후배를 가르치기도 했다. 더군다나 페믹스는 고정관념과 부정적 인식을 깨는 교육 워크숍을 열어서 참가자의 자신감을 고취할 뿐만 아니라 디지털 보안, 대중 발표, 음악 저널리즘 등을 교육하기도 한다. 시미치는 이런 말을 전했다. “매년 참가자를 보면서 용기와 팀 정신을 다시 생각합니다. 소녀들은 각자의 가장 큰 팬이고 아이들이 서로에게 보내는 응원은 우리에게 귀감이 됩니다.”

빅이슈코리아는 INSP(International Network of Street Papers)의 회원으로서 전 세계의 뉴스를 전합니다.

글. Dunja Karanović | 번역. 최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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