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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35(커버 A) 인터뷰

젊치인 릴레이 - 정치는 당신의 삶에 관심이 있다

2025.06.11

서울 강서구의회 미래복지위원회고찬양 의원

지역에서, 동네에서 정치를 움직이는 젊은 정치인들이 있다. 빅이슈는 젊은 정치인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젊치인 에이전시’ 뉴웨이즈와 함께, 기초의회에서 활동하는 젊은 정치인들을 만나 그들의 활동과 전망을 듣고 독자들에게 전하는 기획 연재를 진행한다. 그들의 정치에는 지역구와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민과 시행착오가 있어 값지다.

돌이킬 수 없는 유무형의 피해를 겪었을 때 우리는 불현듯 정치를 떠올린다. 그 사건이 사회와 연결되어 있다면 더욱. 전세사기 피해 사례가 집중된 서울 강서구에서 전세피해 및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조례를 만든 고찬양 의원은 조례 제정 당시를 말하며 피해자들이 혼자가 아님을, 정치가 피해자들에게 관심이 있음을 알려야겠다고 결심했음을 떠올렸다. 기초의회와 풀뿌리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한 고찬양 의원과 삶을 변화하게 하는 정치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번 주의 가장 중요하고 우선적인 업무를 소개한다면?

결산검사 위원으로 선임되어 3주간 강서구청에서 2024년도 결산검사를 진행했고, 3주간의 과정이 오늘로 끝이 났다. 예산 운영 성과를 평가‧분석하는 동시에 건전하고 투명하게 예산을 운영하기 위한 과정이다.

소속된 미래복지위원회의 주요 사안은.

강서구 예산이 1년에 1조 3000억 정도인데, 미래복지위원회 상임위 예산이 약 9000억 이상이다. 미래경제국, 복지가족국, 보건소로 구성된 상임위에서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처럼 보건복지 정책, 지역사회 안정과 돌봄의 영역을 아우르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강서구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조례를 만들었다. 이후 다양한 피해 지원 항목이 추가됐다. 피해 지원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강서구가 전세사기 피해 1위라는 오점이 있다. 그럼에도 정부와 지자체 모두 외면해왔다고 생각한다. 저 또한 반성할 일이다. 옆 지역인 양천구에서도 전세사기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제 지인도 피해를 겪었다.

처음엔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했다. 2023년 구정 질문과 5분 발언으로 문제 제기를 했고, 적극적 행정을 요청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선 구제, 후 구상권 청구’인데, 이는 기초의회에서 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피해자들이 ‘세상에 내 편이 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하는 게 우선이겠다고 생각했다. 정치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신호를 주는 일이었다. 5월에 회기가 열리면 70일간의 정례회의를 거쳐 조례가 통과되는데, 그 과정에서 의원님들을 찾아뵙고 설득했다.

지자체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절대 가려고 하지 않는 습성이 있다. 다른 구가 하면 잘 따라 하지만 먼저 하려고는 안 한다. 구의 각 부서를 설득해서 TF와 조례를 만들었다. 이사비 및 월세 지원, 법률·심리 상담 등을 지원하니 다른 지자체에서도 강서구를 벤치마킹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스스로 피해자임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소송비 지원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해 조례를 개정하기도 했다.

지원 조례를 만든 후 소송 경비 항목이 추가되는 등 다른 지원책도 나왔다. 꾸준히 전세사기 문제를 좇으면서 기초의회, 구의원의 역할에 대해 생긴 고민은.

전세사기는 모두가 아는 사건이었지만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건이라는 점이 충격이었다. 화곡동 일대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주기를 기대했지만 당시 대통령이 전세사기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던 상황이라 어려웠다. 구의원으로서 한계가 많았지만, 기초의회·지자체에서 지원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고, 피해자들을 만나면서 필요한 부분을 소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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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자의 80% 이상이 2030이다. 젊은 의원으로서 이 사건을 다루면서 적용된 장점은 뭘까?

대부분 사회초년생이거나 신혼부부인 피해자들은 부동산 용어조차 낯설고 익숙지 않았을 것이다. 나 역시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또래의 젊은 의원이었기에 그들에게 공감하고 진솔한 대화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경험은 앞으로의 의정 활동에 어떤 영향을 주리라고 보나.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경험은 아이러니하게도 전국 최초 추진으로 많은 인정을 받았지만, 어디에 자랑도 못 하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봤다는 것은 값진 경험이다. 제가 알기로 한 2~30개 지자체가 강서구에 전세사기 피해 지원 관련 문의를 했고, 벤치마킹해서 조례 제정을 한 것으로 안다. 그것만으로도 많은 보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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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인터뷰에서 자신을 ‘강서구의회에서도 현장 방문이 많은 의원’이라고 소개했다.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강서구에서 놓치지 않고 확인하려는 장소 등이 있다면.

제 지역구(화곡1동, 화곡2동, 화곡8동) 주거 밀집이 엄청나게 높다. 그 지역들을 많이 다니려고 노력한다. 초등학교 등굣길에서 교통 봉사를 하기도 하고. 구두와 정장보다는 편한 옷과 운동화를 신고 무조건 많이 걸어 다닌다.

정치와 내 삶의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2030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일상을 가장 많이, 크게 바꾸는 것은 정치가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치가 국민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바로 그래서 정치를 싫어하지는 말되 정치인을 싫어하자고 말하고 싶다. 진보, 보수 이렇게 나눠서 싫어하자는 게 아니다. 한 표를 행사해서 그 후보가 당선됐는데, 그가 우리 동네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면 싫어하자는 거다. 그렇지만 정치를 싫어하면 안 된다.

한순간의 사건으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건 정치의 영역이지만 그 관심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은 정책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이미 정책적인 지속성을 가지는 것이 정치인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일 안 하는 정치인’이라고 하지 않나. 그런 정치인은 정책은 도외시하고 자극적인 관심에 목매는 이들이라고 생각한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정책적인 지속성을 유지하는 일을 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최근 ‘강서구 자활기금 설치 및 운영 조례’를 발의한 계기가 궁금하다.

자활기금이 많이 비축되어 있다. 저소득층 주민들의 자립 지원에는 기금의 적극적 활용이 필수라 조례를 개정하게 됐다. 제가 정치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송파 세 모녀 사건(2014년 2월 26일, 서울 송파구에서 세 모녀가 월세와 함께 ‘죄송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이후다.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것도 정치의 영역이다.

반려동물 동반 음식점 출입 조례도 준비 중이다.

함께 살던 반려동물을 재작년에 떠나보냈다. 함께 살 때 식당에 전화해서 반려동물 동행 가능 여부를 늘 물어봤었다. ‘모범음식점’ 같은 옥외 표시처럼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식당을 지자체에서 인증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책을 추진하다 보면 시대가 앞서가지만 규제가 발목을 잡는 경우도 있다. 중앙정부에서는 규제 샌드박스(사업자가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일정 조건하에서 시장에 우선 출시해 시험·검증할 수 있도록 현행 규제의 전부나 일부를 적용하지 않는 것)를 통해 해결하기도 한다. 이 또한 정치의 영역, 제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하고 관련된 각계 분들을 모시고 토론하는 등 조례 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치를 시작한 후 가장 크게 변화한 점은?

구의원이 되기 전엔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일했다. 스태프에서 플레이어가 되니 책임감의 형태가 많이 달라졌다. 아무도 가지 않은 눈길 위에 첫발을 내딛는 기분이다. 그게 성과일 수도, 실책일 수도 있지 않나. 그럼에도 최대한 실책을 줄이고 주민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자 노력 중이다.

젊은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구에 어떠한 영향을 끼친다고 자평하나.

많은 이들이 잔잔한 수면과 같은 평온함을 선호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평온함이 작은 파도에 허물어지는, 어떻게 보면 환상 같은 측면도 있다. 우리 사회가 마치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그것이 평화와 안정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싶을 때가 많더라. 젊은 정치인은 그 잔잔한 수면에 작은 돌멩이 하나 툭 던질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나 싶다. 파동을 만들고, 물이 흘러야 한다고 외치면서 주변을 자극하고 옳음을 실천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게 젊은 정치인으로서의 사명 같다. 젊은 정치인들은 결국에 시대에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잘못하면 다음 세대에 부담이 간다.

좋은 한국 사회의 조건을 꼽는다면?

한국 사회를 보면 너무 치열하게 살지 않나. 거기에 영향을 받은 은둔형 외톨이 등, 사회적 고립을 겪는 분들도 많다. 모두가 환하게 웃고 즐기면서, 스트레스 덜 받고 건강하게 살면 어떨까 싶다.

올해 꼭 해결하고 싶은 현안은?

마곡 쪽은 신도심이고 화곡1동, 화곡2동, 화곡8동은 원도심이다. 그래서 다세대 주택이라든지 빌라가 밀집해 있는데 거기서 발생하는 갈등 중 층간소음이 있다. 아파트의 경우 관리사무소 등을 통해 중재가 되기도 하는데 그런 갈등을 지자체 영역에서 중재하면 어떨까 싶다. ‘빌라형 관리사무소’를 만들어보자고 제안을 한 상황이다. 층간소음만 사라져도 삶의 질이 올라가지 않겠나.

뉴웨이즈 인스타그램

글. 황소연 | 사진. 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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