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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34(커버 B) 빅이슈

홈리스 여성 이야기 - 여성 노인 H님이 홈리스에서 벗어날 방법은…

2025.05.23

최근 한 달 사이에 70대 노인 여성 H님이 세 차례나 내가 있는 일시보호시설에 왔다. 두 번은 홈리스를 지원하는 종합지원센터에서 모셔왔으며, 마지막에는 구청 공무원과 함께 왔다.

처음 길거리를 배회하다가 홈리스 종합지원센터에 연계되었을 때 아마도 충분히 대화가 되지는 않았던 듯하다. 연계를 하면서 그녀가 왜 주거 불안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별 정보가 없었다. 대화를 해보면 정신건강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인데, 아마도 질환 치료를 설득하지는 못했던 듯하다. 그러니 정신질환 치료를 받는 여성들이 갈 수 있는 홈리스 여성재활시설에 연계할 수 없었을 것이고 자활 준비를 하는 여성들이 가는 홈리스 여성자활시설에는 더더욱 연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그냥 잘 곳이 없는 여성을 응급 보호하는 기관인 일시보호시설로 연계되었다.

그녀는 모텔에서 생활하다 나와 길거리에서 노숙했다고 한다. CCTV가 자신을 감시해서 있을 수가 없었단다. 아들이 둘 있으나 연락이 끊긴 지 오래고 그게 언제쯤인지 기억도 안 난다고 했다.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냐니까 예전에 몇 달 정신과에 입원한 적은 있는데 자신은 정신질환 치료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그녀는 긴급잠자리에서 하루를 자고 다음 날 아침이 되자마자 말없이 나가버렸다. 오전에 시설을 라운딩하던 사회복지사가 자리에 사람이 없다고 해서 그때 알았다.

두 번째 이용 문의는 또 다른 홈리스 종합지원센터가 했다. 이미 이용하러 왔던 분인데 다시 오더라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원한다면 오라고 안내했었다. 그 기관 실무자와 함께 다시 찾아온 H님은 도착하자마자 여기 남자는 없냐며 예민하고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선생님을 모시고 온 실무자도 남성분이고 대화하면서 잘 오셨는데 새삼 왜 그러시냐 하자, 이번에는 동행한 실무자를 가리키며 저 남자는 여기 왜 있는 것이냐 했다. 동행 실무자와 그녀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이 그녀는 사회복지사와 이야기하고 방을 안내받았다.

하지만 조금 있다 자신은 도저히 여기에 있을 수 없다며 만류하는 사회복지사를 뿌리치고 나가버렸다. 동행한 실무자는 종합지원센터가 운영하는 현장지원센터 한 켠에 마련한 응급구호방에서 여성 홈리스 몇 분을 보호하고 있었으나 이제 겨울철 특별보호가 종료되므로 최대한 연계할 수 있는 기관에 연계하려 하고 있다고, 그녀를 모시고 온 이유를 설명했었다. 현장지원센터에 가동되는 정신건강팀이 있는데 H님의 정신건강 상태를 스크리닝해보았는지, 그런 질문은 할 새도 없이 그녀가 시설을 나가는 바람에 상황이 종료되었다.

이도 저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며칠 후 한 구청에서 전화가 왔다. 노인 여성이 찾아와 도움을 요청해서 모텔비를 지원하고 하루 주무시게 했는데 이제 그 여성을 연계할 시설을 찾고 있다는 것이었다.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어 보이긴 하나 대화는 된다고 했다. 지역에 주소를 두고 있던 주민이 홈리스 상황에 처했다면 긴급복지지원제도를 적용해 지원하면 되지 않느냐 하자 다른 구에 주소가 있어 자신들은 지원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 그럼 그 다른 구청에 긴급지원을 요청하시라 하자 그 구에서는 어떤 이유인지 지원을 할 수 없다고 한다 했다. 그 여성이 정신건강 문제가 관찰된다면 정신건강팀이 운영되는 종합지원센터에 먼저 문의를 해서 그녀의 상황에 맞는 접근을 하면 좋겠다고 안내하니, 이번에는 종합지원센터에도 문의했는데 상담을 한 적이 있으나 자신들이 보호하기에 적절하지는 않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그제서야 이름을 확인하다가 또다시 H님인 것을 알았다. 그녀와 함께 진료를 받은 것이 아니어서 정확하지 않으나 아무래도 정신질환 혹은 치매도 의심되니 구청에서 노인 관련 기관에 연계하는 게 더 적절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런 방안을 찾을 수는 없었던 것인지 자리가 있다면 보호해 달라고 했다. 당사자가 계속 왔다가도 나가는 상황인데 그럼에도 다시 오는 데 동의한다면 오시라 했다. 몇 시간 후 구청 공무원이 H님을 모셔다 놓으며 잘 지내시라고 인사를 건넸다. H님이 공무원을 붙잡고 가는 거냐고, 나는 당신이 친절해서 좋다고 하자 그 공무원은 주소지가 관내가 아니어서 도와주기 어려우니 앞으로 어려우면 주소지 구청을 찾아가야 한다고 설명하고 떠났다. 그녀는 세 번째로 찾아온 날 저녁에도 전처럼 나가겠다고 했고, 다음 날도 다다음 날도 그랬다. 그때마다 갈 곳을 마련하지 않고 나가봐야 또 노숙을 할 상황이니 이번에는 방안을 찾은 후에, 가더라도 가시자 설득하며 주저앉혔다.

H님의 최종 주소지 구청에 연락해보니 그녀에게 금융자산이 있어 긴급지원 대상자는 아니라고 했다. 그럼 비용을 내고 이용할 수 있는 노인시설에 연계할 수 없냐고 묻자 H님이 주소지를 자신들의 관내로 옮긴 것이 며칠 안 되었기 때문에 지역 주민에게 하듯이 지원 방안을 찾는 노력을 할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자녀들과 연락해볼 수는 없냐 물으니 당사자가 동의한다면 자료를 열람할 수는 있는데 지금 당사자 동의도 얻지 못한 상태이니 필요하면 기관이 경찰에게 연락해보라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관련법에서는 일시보호시설이 홈리스 여성을 보호하는 기간을 최장 20일, 필요한 사유가 있어서 연장하더라도 한 달을 넘지 않도록 한다고 규정해두었다. 지금까지 H님이 보였던 행동으로 보면 그녀가 한 달, 혹은 20일이라도 머무를지 모르겠다. 그 사이 그녀의 정신건강 상황을 정확히 알기 위해 정신과 진료를 받도록 설득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경찰이 자녀 연락처를 확인해줄 수 있을지, H님이 동의할지도 확실치 않다. 오래 단절되었다는 자녀들이 전화를 받아줄지도 알 수가 없다. 일시보호기간이 종료된 이후 그녀가 홈리스 상황을 끝낼 방안을 찾을 수 있을지, 예상되는 어려움이 아주 많다


글 . 김진미

여성 홈리스 일시보호시설 ‘디딤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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