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동네에서 정치를 움직이는 젊은 정치인들이 있다. 빅이슈는 젊은 정치인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젊치인 에이전시’ 뉴웨이즈와 함께, 기초의회에서 활동하는 젊은 정치인들을 만나 그들의 활동과 전망을 듣고 독자들에게 전하는 기획 연재를 진행한다. 그들의 정치에는 지역구와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민과 시행착오가 있어 값지다.
세상이 과연 변할까, 라는 질문에 차해영 의원은 확실하게 답했다. 우리가 체감하지 못하는 사이 분명하게 변화하고 있다고. 3년에 걸쳐 마포구의 인권조례를 제정하고, 1인 가구 인구가 가시화될 수 있도록 의제를 확산해온 차 의원에게 변화는 의정 활동의 동력이다. 차해영 의원과 마포구의 변화, 세상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번 주의 가장 중요하고 우선적인 업무는.
(인터뷰 당일 5월 15일) 일단 대통령 선거운동이 주 업무다. 그 외에 마포구가 위탁 심사하는 건이 있는데, 이번 주엔 청소년 센터 위탁 심사를 진행했다. 청소년 기관을 어떻게 잘 운영할 건지, 어떤 계획이 있는지 논의하고 심사해 선정하는 일을 했다. 선거운동은 저녁 9~10시까지 병행하고 있다.
1인 가구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제안해왔다. 1인 가구의 공적 돌봄을 위해 필요한 정책적 조건은.
내년 3월부터 통합돌봄지원법이 시행된다. 올 6월 각 지자체에 복지부의 권고 등이 내려올 예정이다. 마포구에서는 민간에서 중장년, 어르신 1인 가구 사업이 잘 추진되었기에, 우리 구의 특색에 맞춰 조례를 잘 만들어보자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은 보통 커뮤니티 기반을 만들어주고자 하는 목적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참여할 수 있는 이들은 여유 있는 1인 가구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하면 공적 영역에서 시혜적이지 않은 지원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1인 가구의 생애 주기에 대한 고민도 많을 것 같다.
올해 설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제가 청년 1인 가구에서 중장년 1인 가구로 넘어가는 상태고 아버지도 노년 1인 가구로 생활했기 때문에 여러 생각이 든다. 1인 가구마다 가족 관계, 거주 공간의 형태 등 차이가 있고,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은 욕구도 다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가장 어려운 건 자기돌봄 및 누군가 나를 돌봐야 하는 상황, 내가 누군가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다. 경제적 상황이 안 좋아지거나 고립될 수도 있는 위험 속에서 혼자이지만 느슨하게 관계망을 맺고, 돌봄의 분위기를 어떻게 형성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다. 특히 요즘에는 가난한 청년들이 그대로 가난한 중장년이 되는 지점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현장에서 구민들을 만나고 의정에 적응하면서 예상과 달랐던 점이 있다면.
선출직 정치인은 주민뿐 아니라 공무원, 관내 기관, 시민사회 등 많은 이들을 두루 만난다.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외의 일도 많다. 또 정당인이기 때문에 우리 당이 지향하는 가치를 알리는 활동도 해야 한다. 정치가 굉장히 다양한 관계 속에서의 조율임을 배운다.
마포구에서 인권조례가 제정되고 연구용역 계획이 수립됐다. 인권조례가 마포구에 끼칠 영향은 무엇이라 보나.
마포구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인권조례가 없는 3개 자치구 중 하나였다. 그간 구민들에게 인권교육을 할 근거가 없고 인권 관련된 사업 예산도 너무 적었다. 이제 다양한 부서에서 인권적 관점으로 정책 사업을 조망할 수 있지 않을까, 구민 대상 인권교육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현재 인권위원회에서는 인권의 관점으로 1인 가구에 대해 논의하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시민들 사이에서는 병원에서 꼭 혈연 가족이 보호자이지 않았으면 한다는 요구가 있는데, 우리가 MOU를 체결한 병원에선 그것이 가능하게 하자는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다.
스토킹, 교제폭력 방지 조례 개정, 딥페이크 성범죄 예방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했다. 성평등한 사회, 소수자 혐오와 차별이 없는 사회를 위해 정치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본인만의 방식으로 살아온 이들에게 관련 이슈를 이해할 수 있을 만한 언어로 바꿔서 사안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내가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 누군가가 다른 사람 목소리를 잘 듣게 하는 작업, 지금 해야 하는 역할은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평등과 인권의 관점에서 누군가를 지우는 발언이 있을 때, 곧장 ‘잘못됐어’라고 얘기하면 대화가 중단된다. 그보다는 ‘이런 점이 불편하다’고 말하고, 대화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수치심을 느끼지 않게끔 말하고 함께 변화하고자 하는 식으로 대화에 관심이 많다. “잘못된 말이지만, 다음부터 안 하면 된다.”는 식으로.

타인에게 내 주장을 잘 전달하는 방법이 있다면.
설득의 대상마다 다른 것 같다. 예를 들어 성평등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제 또래이거나 비슷한 문화를 향유했던 세대와 그렇지 않은 이들과는 말하는 방식이 각기 다를 수 있다. “의원님이 이런 역할을 해주셔야 저도 힘을 받는다. 혹시 의견을 내기 어려우시면, 제가 낼 테니까 못 이기는 척 따라와 달라.”는 식으로 말하기도 한다. 물론 의회에 “절대 안 된다”고 말하는 분들은 없긴 하다. 저와 다른 생각을 가진 분께는 최대한 잘 설명하려 한다. “지금 반대하시는 것을 이해하지만, 이 문제가 중요함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말씀 드린다.
지난 12월에 ‘마포구 결혼친화환경 조성에 관한 조례안’이 원안부결된 바 있다. 저출생 정책으로 ‘미혼남녀만남지원사업’을 포함하고 있는 조례였고, 제가 진행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냈다. 1인 가구 의제와도 연결되는 지점이 있었고, 사업 자체가 퇴행적이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만남을 지원하는 행사성 사업이 아니라, 아이를 낳으면 유아차를 지원하거나 출산휴가를 더 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의원님들을 설득했다.
12월 3일 계엄 선포 당일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국회 담을 넘었다.’고 하셨다. 젊은 정치인으로서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탄핵까지 이어지는 광장에서의 경험은 어떤 기억으로 남았나.
저는 민주주의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태어났고, 두발 자율화 및 ‘교사가 학생을 체벌해서는 안 된다.’는 공동의 믿음을 체감하면서 살아온 세대다. ‘민주주의가 이렇게 쉽게 사라질 수 있는 거구나.’를 느꼈다. 나아가 시민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국정운영, 시정 및 구정 운영은 어떻게 가능할까 생각했다. 광장의 정말 많은 이들이 사실은 정치를 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싶었다. 적정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서 효능감도 느끼는 정치 활동은 뭘까 고민이 된다. 한편으로는 정치적 요구가 바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은 상황 앞에서 너무 무력해지지 말자는 말을 전하고 싶다. 우리가 체감하지 못하는 사이 세상은 변화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
의정 활동 중 ‘이건 정말 잘했다’ 자평하는 활동은.
인권조례를 만들고 인권위원회를 운영해서 인권 계획이 수립된 것. 3년 정도 팔로업을 한 결과다. 1인 가구 의제를 구의회에서 계속 강조해온 것도 꼽고 싶다. 관련한 이슈가 있으면 이제 구의 다른 분들이 저에게 전달해주시기도 한다.

2020년대 중반 들어 주목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의제 혹은 현상은?
늘 인구 문제를 관심 있게 보아왔다. 인구라는 범위에는 1인 가구, 이주민 등 다양한 이슈가 포함되어 있다. 나아가, 혼자 살면서 결혼으로 가족 구성을 하지 않으려는 이들도 많고 혈연의 의미도 희미해져간다. 저도 아버지도 외동이어서 친가에 남은 가족이 전혀 없다. 저는 혼인제도로 가족을 구성하고 싶지 않고, 섹슈얼리티에 기반한 일대일 법적 관계를 원하지도 않는다. 앞으로 이런 사람들이 더 늘어날 거다. 이런 논의도 모두 인구 의제에 속한다. 서울에 너무 많은 인구가 과밀되고 지역의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 역시 인구 문제라고 본다. 어떻게 논의를 해갈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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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소연 | 사진. 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