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제작 회의를 할 때 기획자마다 중시하는 게 있을 텐데요. 저의 경우엔 ‘이거 타깃층이 누구예요?’입니다. 《빅이슈》 외에도 다른 일로 미팅을 할 때면 담당자에게 가장 먼저 묻는 게 ‘누구 보라고 만드는 건가요?’입니다. 고객층은 ‘20대 여성’처럼 연령대와 성별만 특정 지어질 때도 있고, ‘40대 이상의 여유가 있어서 명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처럼 구체적인 소비층으로 좁혀질 때도 있습니다. 빅이슈 역시 잡지를 만들고 있는 저뿐만 아니라 다양한 외부 컨설턴트, 디자이너, 아트 디렉터 등이 마케팅 조사 후 결과를 내주실 때가 있는데요. 대상자가 달라도 답은 엇비슷했어요.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고, 관심 있는 사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편인 젊은 여성들.
연령대는 더 넓어져서 지금은 20대부터 40대 이상의 여성들이 《빅이슈》의 주요 소비층입니다. 연령과 성별은 어느 정도 예상이 가지만, 어느 마케터가 조사를 해도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고 적극적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 혹은 ‘착한 소비를 하며 내향적이지만 활동가적 기질이 강한 사람’이라는 언급이 나와서 인상적이었어요.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 중엔 ‘난 아닌데? 난 그냥 읽으려고 사는 건데?’ 혹은 ‘내향적이면서 활동적일 수도 있나? 참 신기하네?’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마도 평소에는 조용히 혼자서 하는 활동(독서, 음악 감상, 영화 보기 등)을 즐기지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작은 힘이라도 보태려는 ‘활동가’는 아닐까, 혼자 상상해봅니다.
가끔 독자들의 리뷰를 찾아보는데요. 이번 스페셜처럼 인플루언서가 주제이거나 지난 호처럼 ‘안티 플렉스’라는 낯선 신조어가 제목에 나올 때, “저도 요즘 관심 있는 주제라서 재미있게 읽었어요.”라고 하시는 독자도 있고, “이런 단어는 처음 듣는데 요즘 20대 사이에서 인기인가 봐요. 덕분에 새로운 것도 알게 되고 재미있게 읽었어요.”라고 하시는 분도 있죠. 이번 호에 소개되는 인플루언서와 유튜버를 어떤 분은 처음 접할 수도 있고, 어떤 분은 이미 구독 중일 수도 있어요.
10년 전만 해도 한 드라마의 시청률이 40%도 나오고, 천만 영화가 1년에 두 편씩 탄생해 모두 그 이야기만 하던 시절이 있었다면, 지금은 어디 그런가요? 한 공간에서 모여 있어도 스마트폰으로 모두 다른 영상, 글, 이미지를 보고 읽고 있습니다. 알고리즘 때문에 내게 관심이 없는 주제는 내 피드에 뜨지 않아서 평생 모르고 살 수도 있죠. 그 때문에 세대, 계급 격차가 심해지고 갈등이 심화된다는 분석도 있어요. 그렇다면 이렇게 ‘나는 원래 알던 주제’와 ‘몰랐는데 알게 돼서 재미있는 기사’가 적당히 섞여 있는 잡지를 만드는 사람은 어떤 타깃을 잡아야 할까요? 좀 뻔한 답이지만, 결국은 내가 재미있는 걸 하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너무 주관적이죠?
16쪽부터 시작되는 스페셜 기사와 28쪽 ‘한영인의 소설 읽는 밤’, 그리고 제가 정말 애정하는 58쪽의 ‘녹색빛’ 기사, 오후의 시각과 RADAR 등 이번 호에도 애정하는 기사 위주로 추천해봅니다. 그리고 워낙 우울한 뉴스가 많은 세상에서 밝은 소식도 전할 수 있어 다행인데요. 건대입구역 전성우 빅판이 임대주택에 입주하게 되어 그 소식도 137쪽에 준비했습니다. 이번 호도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당신이 어떤 사람이라도 언제나 우리의 타깃 독자입니다.
편집장. 김송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