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한국의 노동자들!〉
윤지영 지음, 클 펴냄
15년 넘게 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해 일해온 변호사가 자신이 맡았던 11개의 사건을 담은 책이다. 일명 ‘폰팔이’로 불리는 휴대전화 판매원, 골프장 캐디, 방송국 비정규직 PD, 아파트 경비원, 고3 현장실습생 등 주로 한국 사회에서 약자에 속하는 사람들의 회사와 상사를 상대로 한 법정 투쟁기다. 이들은 말도 안 되는 부당함에 맞서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싸워나간다. 그러나 법적 다툼을 벌이기 전 이들이 원한 건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였다. 그들의 편에서 함께 소송을 하고 힘을 보탠 노동인권 변호사가 전해주는 이야기는 읽는 이도 한탄이 나올 정도로 지난하고 힘겹다. 그리고 무엇보다 생생하다.
노동 현장의 현실과 한국 사회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11편의 이야기는 속도감 있는 법정 드라마처럼 몰입감이 크다. 아마 우리가 대개 이들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노동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공감하며 읽다 보면 때론 분노가, 때론 감동이, 때론 연민이 휘몰아친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한국 사회에 대한 또 하나의 큰 성찰을 얻게 된다. 저자의 말처럼 “노동은 사랑하는 내 가족, 동료, 그리고 나의 일상이자 삶”이다.
글. 안덕희

〈발리에서 생긴 일〉
이숙명 지음, 김영사 펴냄
유튜브에 ‘발리’를 검색해보자. 전 세계인이 발리를 사랑한다. 짧은 일정으로 손해 보지 않고 발리를 즐기려는 한국인의 영상만 수천 개다. 나도 발리를 사랑한다. 발리는 풍요롭고 친절하며, 이국적이며 아름답다. 그런 발리 찬양을 기대한다면 〈발리에서 생긴 일〉은 그것을 배반한다. 이숙명 작가는 ‘어쩌다 보니’ 10년째 발리에 거주 중이다. 지면이 작아 ‘어쩌다 보니’로 축약했지만, 누사페니다에 땅을 사고 집을 짓는 우여곡절을 읽다 보면 “어서 탈출해!”를 외치게 된다. “사연의 크기는 다르겠지만, 자기 나라를 떠나 언어와 문화가 다른 어딘가를 선택하는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피치 못할 이유가 있다. 나도 한국 사람들과 섞일 때면 내가 검은 양이라는 느낌이 든다. 정상성의 범주에서 벗어나면 눈치 주고 참견하는 사람들도 갑갑하다.” 그는 정상성에 집착하고 불안을 달래려 미친 듯이 소비하고 타인과 비교하기 바쁜 한국이 싫어서 떠났다. 떠나면 천국이 펼쳐질까? 당연히 아니다. 시골에 살다 보니 인터넷은 수시로 끊기고, 이방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발리는 아름답고 관대하고 자유로운 곳이다. 하지만 그것을 충분히 누리기 위해서는 이 사회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태도가 필수다.”라는 문장이 이 책의 핵심일 것이다. 무조건적인 발리 찬양도, 대상화도 없다. 이 책에는 그곳에서 10년을 살며 느낀 진짜 발리만이 존재한다. 그리고 서울이든 발리든, 그게 어디든 이숙명은 그 자신으로 존재한다. 어디서 살든 ‘나답게’ 살면 그만이다. 발리에 살아서가 아니라, 그런 단단한 나를 발견한 그가, 그리고 이렇게 유머러스하며 매력적인 글을 쓰는 그가 질투난다.
글. 김송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