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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49 커버스토리

사랑의 형태

2021.04.26 | 이웃집의 백호랑이 인터뷰

지난 2014년, 강아지 백호의 하루하루를 짧은 일기처럼 기록했던 ‘이웃집의 백호’라는 트위터 계정은 이제 44만여 명에 이르는 랜선 누나, 형들과 함께하고 있다. 2019년 개설된 같은 이름의 유튜브 계정을 통해서는 웰시코기 ‘백호’와 함께 살게 된 코숏(코리안숏헤어) 고양이 ‘호랑이’ 이야기와 함께,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정보를 전한다. 두 반려동물은 ‘백호랑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2018년 진행된 ‘백호 공개 산책회’는 300여 명의 팬들이 몰릴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백호랑이의 팬들은 바쁜 일상에서도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을 꼭 자신의 일인 양 기뻐한다. “퇴근 시간에 맞춰 백호랑이 소식을 SNS에 올리곤 한다.”는 백호랑이의 ‘누나’ 승연 씨는 이런 관심과 사랑이 ‘기적 같은 일’이라고 반복해서 힘주어 말했다. 그는 아이들을 돌보고 애정을 기울이는 보호자일 뿐 아니라, 어쩌면 그들로부터 더 큰 사랑을 얻으며 다시 만난 세계에서 살아가는, 백호랑이의 ‘반려적 존재’가 아닐까 생각했다.

누나를 비롯해 초면인 사람들에게까지 관심 받길 원하는 본투비 스타 백호와 그런 백호의 동생으로 살아가는 발랄한 이 집의 막내아들 호랑이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인터뷰는 보호자 강승연 씨와 진행했지만, 백호의 애교 어린 방해 공작과 더불어 호랑이가 백호와 뒹굴며 다투는 시간은, 사람의 언어로 담을 수 없지만 그 자체로 인터뷰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다. 승연 씨의 말마따나 “주인공은 백호랑이니까요”

평소에도 백호랑이는 자주 사진이나 영상의 주인공이 되는데, 오늘 카메라 앞에서 아이들의 기분이나 상태는 어떤가요?
역대급 컨디션이에요.(웃음) 미세먼지가 가라앉은 참에, 어제 백호를 데리고 조금 멀리 다녀왔거든요. 그래서 백호가 기분이 엄청 좋은 상태예요. 호랑이는 베란다에서 바깥을 내다보는 걸 좋아하는데, 날씨가 좋아져 다행이에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백호의 산책 시간이 줄었다고 들었어요. 백호랑이의 건강을 위해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백호는 하루에 두 시간 이상 아침저녁으로 산책해야 해요. 부슬비가 내리면 우비를 입혀서 나가지만, 지난해엔 폭우가 많이 내려 그조차 어려웠어요. 활동량이 확 줄어서 당시 몸무게가 1kg 정도 쪘었죠. 사람과 강아지의 1kg은 천지차이여서, 사람으로 치면 10kg가 찐 거라고 보시면 돼요. 지금은 정상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어요. 호랑이는 아픈 적이 없는 효묘(孝猫)고요. 호랑이의 두 번째 생일을 맞아 건강검진을 했는데, 이 이상 건강할 수 없다는 결과를 듣고 왔어요.(웃음)

팬데믹 상황에서 백호랑이 팬들과 교감하는 방안으로 어떤 것을 고려하는지 궁금합니다. 기존에 진행하던 백호 공개 산책회 등의 이벤트도 어려운 상황인데요.
백호는 낯선 사람에게 사랑받는 걸 좋아하고, 당연히 자신을 사랑할 거라고 믿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어요. 첫 산책회 때 ‘백호가 이렇게까지 행복해 할 수 있구나!’ 하고 느꼈는데, 지금은 그게 어려운 상황이죠. 사회적 거리두기로 산책회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다음 주(4월 16일~18일) 대구 오프라인 매장에 백호 포토존을 만들고 백호 MD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에요. 직접 만나는 건 어렵더라도, 랜선 형, 누나들이 백호와 같은 시간을 공유할 기회를 마련하고 싶어요.

유튜브에 올라온 백호랑이 사료와 영양제 등의 리뷰에선 꼼꼼한 설명이 인상적입니다. 반려동물을 돌보는 분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기 전에도 어떤 제품이 좋은지 묻는 메일이 하루에도 40~50통씩 왔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많은 분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SNS에선 설명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이런 부분을 영상으로 이야기하면 좋겠다 싶어서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저는 백호랑이가 쓰는 용품 협찬이나 광고를 받지 않는데, 아이들이 먹고 쓰는 것에 타협하지 않는다는 신조 때문이에요. 다만 강아지용 우유 판매 수익금을 유기동물 보호소에 기부하는 식의 조건부 광고만 하고 있어요. 많은 분이 ‘이웃집의 백호’ 채널이 제품의 장단점을 가감 없이 이야기하고, 공부하기 어려운 분야를 알려주는 창구가 돼서 좋다고 하세요. 심지어 동물을 키우지 않는 분들도 많이 좋아해주세요. 나중에 반려동물과 함께 살 수도 있으니 미리 공부한다는 분도 계시고요.(웃음) 저도 전문가는 아니라서 많은 분과 함께 공부하는 입장이라고 생각해요.

백호와 호랑이는 강아지와 고양이의 성공적인 합사 사례이기도 해요. 두 아이가 ‘가족으로 함께 살아가기
시작했구나!’ 하고 체감한 때가 있나요?

이럴 때요. (인터뷰 도중 백호와 호랑이는 가볍게, 때론 격하게 장난을 쳤다.) 정말 싫으면 접촉도 안 하거든요. 두 아이는 쌈박질도 하고, 놀기도 해요. 백호를 외동으로 키우다 호랑이를 데려왔는데, 백호가 가족을 뺏기는 기분을 느낄까 봐 가족끼리 규칙을 정했어요. 강아지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예민해요.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집 안을 두루 살펴보거든요. 호랑이는 그걸 놀자는 제스처로 받아들일 수 있어서 아이들이 밥을 먹으면 한두 시간 떼어놔요. 호랑이는 이미 한차례 논 뒤여서 방에서 재우고, 그사이 백호가 편안하게 집 안을 돌아다니게 두는 식이에요. 호랑이를 데려올 때 백호와 합사에 실패할 수 있다고 각오했기 때문에 만약을 대비해 집을 하나 더 얻었어요. 3개월간 백호와 호랑이의 합사 훈련을 하고, 안 되면 두 아이를 분리할 생각이었거든요. 그런데 다행히 백호랑이가 서로 받아들였죠. 호랑이는 백호가 있는 상황에서 성장해서 그런지 고양이 특유의 습성이 좀 덜해요. 백호가 물을 먹으면 꼭 따라가서 물을 마시고, 낯선 사람이 와도 숨지 않아요.

일하거나 촬영하는 누나를 보는 아이들의 모습은 어떤지 궁금해요. 백호는 출장에 동행할 때도 활발하고 사람을 좋아하나요?
백호는 카메라에 거부감이 전혀 없는데 업무 전화를 받으면 화를 내요. “네, 곧 찾아뵙겠습니다.” 이렇게 끝인사를 하면 제가 외출해야 한다는 걸 알아서 그런 것 같아요. 백호는 제 출장에 동행하는 일이 익숙해져 그저 너무 행복해해요.

백호 입장에선 여행 가는 느낌이 들 것 같아요.
그렇죠. 어릴 때부터 한두 달에 걸쳐 아주 천천히 승차 훈련을 했더니, 차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어요. 처음엔 멀미를 많이 했거든요. 병원에 급히 가야 할 수도 있으니까 처음엔 백호를 안고 차에 앉아 있다가 이후 시동을 건 채 앉아 있는 연습을 했어요. 백호에게 변화하는 계절의 모습을 보여주는 걸 좋아하거든요. 지난해 1월, 코로나19 확산 직전에 설경을 보여주고 싶더라고요. SNS에서 백호랑이 팬들께 혹시 눈이 쌓인 지역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부탁했더니 댓글이 400여 개가 달렸어요. 다음 날 바로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대관령까지 갔어요. 백호는 눈에 파묻혀서 수영을 하다시피 하며 다녔고요.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군요.
매일 산책하는데, 갈 수 있는 곳이 한정되어 있잖아요. 백호를 데려오면서 대단한 걸 해주긴 어렵고, 패리스 힐튼 강아지처럼 키울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항상 계절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간을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지금까지 약속을 잘 지키고 있었는데,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너무 미안했죠. 백호한테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없으니까요. 이해해도 무척 슬펐을 것 같아요.

지금은 사교성 뛰어난 백호 덕에 이웃과 인사도 잘 나누지만, 전엔 그러지 않았다고요. 백호의 영향으로 승연 씨가 가장 많이 변한 점은 뭘까요?
모르던 세상을 알게 된 것 같아요. 백호는 외향 그 자체거든요. 눈만 마주쳐도 인사할 줄 알고, 새로운 환경에도 적응을 잘하고요. 저는 직장 생활이 워낙 바빠 쉬는 날엔 무조건 집에 있었어요. ‘방구석 곰팡이’ 느낌으로요. 그런 제가 백호 덕에 이 동네에 공원이 있다는 걸 알았고, 꽃이나 나무 이름도 알게 됐어요. 이웃에게 인사를 건네고요. 가족도 그래요. 대화가 많아졌고, 부모님도 전과 달리 사진을 자주 찍으세요. SNS에 있는 백호랑이 사진의 반 이상이 두 분이 촬영하신 거예요. 사람보다 훨씬 작은 저 아이가 바꿔놓은 세상이 신기하고, ‘어떻게 이런 애가 나한테 왔지?’ 싶어요.

오래전 반려견을 떠나보낸 후, 추억거리가 없다는 걸 깨닫고 SNS를 시작했잖아요. 지금은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창구가 되고 있어요. ‘이웃집의 백호’ 계정 운영이 가져다준 깨달음이 있다면요?
저한텐 백호가 가장 예쁜 강아지고, 호랑이가 제일 예쁜 고양이잖아요. 다른 많은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신다는 게 참 신기해요. SNS에 기록하면 사라지지도 않고 나중에 백호가 떠난 뒤에도 기억할 수 있는 수단이 되겠지 싶어서 시작한 거예요. 이젠 백호 이야기를 기다리는 분이 많아졌잖아요. “백호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 나도 행복하다. ”라고 하시는데, 전 그게 기적 같은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마음들이 없었다면, 기록하는 걸 그만뒀을 것 같아요. 지금도 믿기지 않아요.

※ 이번 기사는 <사랑의 형태2>로 이어집니다.


황소연
사진 김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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