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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51

철창에서 태어나고 철창에서 죽는 반달가슴곰을 구할 수 있는 길

2021.05.29

© 새끼반달가슴곰 / 녹색연합

국제적 멸종위기종 불법증식 처벌강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수많은 시민의 마음이 모여, 함께 이뤄낸 성과다. 매년 반복되어오던 반달가슴곰 불법증식의 솜방망이 처벌을 개선할 길이 열렸다. 녹색연합은 그동안 수차례 국회와 정부의 문을 두드렸다. 20대 국회에서 발의한 법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폐기되었다. 21대 국회가 시작되고 강은미 의원 대표 발의로 더 강력한 법안을 준비했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허가 없이 증식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의 조항을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한 것이다.


정책적인 조치가 강화되는 사이, 암암리에 또다시 불법증식이 발생했다. 작년 3마리 새끼 곰이 또 발견되었고, 열악한 농장에서 결국 죽고 말았다. 5년간 36마리가 불법증식으로 태어나고 그중 7마리가 폐사했다. 더이상 미룰 수 없었다. 국회와 환경부에 문제의 심각성을 계속해서 알리고, 또 알렸다. 국정감사를 통해 불법증식 문제를 지적하고, 몰수보호시설을 건립하기 위한 예산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야생생물법 국회 통과까지 해냈다. 불법증식 문제 해결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


2019년 사육곰 농장을 모니터링할 때다. 농장을 둘러보던 중 수상한 케이지를 발견했다. 조심스럽게 가까이 다가가보니 꼬물거리는 새끼 곰들이었다. 너무 놀라 가슴이 내려앉았다. 작고 작은 케이지 안에 여러 마리가 뒤엉켜 있었다. 어떤 곰은 아직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명백한 불법, 그보다 이 작은 생명들이 갇혀 있는 현실에 눈앞이 캄캄했다. 하루라도 빨리 이 사실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했다. 방송사와 동행해 해당 농장에서의 취재를 마치고, 보도자료를 내는 동안 새끼 곰들의 꿈틀거리는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구해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에 화가 나기도 했다.


처벌이 강화된다고 해서 불법증식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불법으로 태어난 곰들은 여전히 농장에 방치되어 있다. 한국에 웅담 채취를 위한 사육곰 산업이 남아 있는 한 곰들은 언제 어떻게 악용될지 알 수 없다. 이제 이 부끄러운 산업을 종식해야 한다. 또 고통 속에 살아가는 곰들이 조금 더 자유롭고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국가 보호시설이 제대로 지어져야 한다. 더이상 웅담을 위해 사육되는 곰이 없도록, 야생동물이 야생동물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녹색연합은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다. 녹색연합 그리고 사육곰의 고마운 친구가 되어준 시민분들에게 이 지면을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글. 박은정 녹색연합 녹색생명팀
사진.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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