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속 파스텔 빛 풍경은,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든 풍 부한 감상에 빠지게 한다.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어린 이들은 그림 속에서 미소를 짓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꽃과 동물과 함께하며 즐거워한다. 일러스트레이터 유보라 작가는 특유의 색감과 질감을 따뜻한 행복이 가득 느껴지는 그림으로 표현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 다. 보는 것만으로 온기가 느껴지는 그의 그림이 가진 특별함은 뭘까. 유 작가는 인간 대 인간의 사랑을 믿는 다고 말했다. 사람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따스한 풍 경, 만 가지 표정을 여러 겹의 색채로 그려내는 꾸준함 이 유보라 작가의 그림 세계가 가진 유일함 아닐까. 사 랑이 아니면 발견할 수 없는 표정과 풍경을 그리며, 자 신만의 세계를 창작하고 있는 유보라 작가를 만났다.
먼저 이번 《빅이슈》 표지를 장식한 작품 <토끼를 따라> 의 작업 과정과 사용하신 기법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최근에는 작업 기법에 모두 디지털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수작업의 느낌과 비슷한 질감의 브러 시를 사용하여, 실제 수채화나 색연필화처럼 켜켜이 쌓아올린 작업입니다. 아무래도 디지털이니만큼, 실 제로 종이에 작업하는 것보다 마음이 편해져요. 실수해도 다시 그리기가 쉬우니까요. 그래서 이런저런 방 법을 다양하게 사용해보며 재미있게 그린 그림입니다. 그린 사람이 재미있게 작업한 것이 티가 났는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에요.
대학에서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전공하셨다고 들었어 요. 전공에 대한 탐구가 지금 작가님의 작품엔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일러스트레이터 로 활동을 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을 직업으로 삼게 된 것은, 배고프면 밥을 먹고 졸리면 잠을 자는 것처럼 당연한, 저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만화 보기, 따라 그리기를 좋아해서 중학교 때도 만화부 활동을 했고요. 이후 애니메이션 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그래 서인지 ‘아, 나는 아마도 언젠가는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겠군.’ 하고 자연스럽게 생각했었어요. 어린 시절에 애니메이션에 많이 노출되었던 만큼, 가깝고 친숙하게 접했던 많은 만화와 애니메이션 작품 에서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특히 소년이나 소녀, 어린이가 작품의 주요한 소재가 된다는 점에서요. 모든 만화가 스토리를 가지고 있듯, 제가 그리는 그림도 이야기를 가지고 보는 사람에게 호기심과 즐거움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어린이들의 표정이 다양한 것도 눈에 띕니다. 표정과 얼굴에 가장 공을 들인다고 밝히기도 하셨는데, 표정 을 작업하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지요.
사람의 감정이나 느낌을 표현하는 것은 인물을 묘사 할 때 아주 중요한 지점인데요. 같은 기쁨의 감정이라 도,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표현되기 때문에 그런 점을 묘사하는게 또 재미있는 점 중 하나예요. 얼굴을 그릴 때 작은 표현 하나로, 인물들이 웃는 모습의 느낌이 달라지곤 하거든요. 아무래도 제일 신경 쓰이는 부분이자 공을 들이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제가 성인이 되고 느낀건데, 생각보다 크게 웃을 일이 없더라고요. 특히나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에는 마스크를 끼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표정도 파악하기 어렵죠. 저 사람이 내 이야기를 듣고 웃는 건지, 하품을 하고 있는 건 지를 눈만 보고 알아채야 하니까요. 특히 아이들은 더 힘들 거예요. 말을 배우기 시작한 어린이들이 사람들의 입 모양을 보고 말하는 법을 배우는데, 요샌 그런 입 모양이나 대화 방식을 접하기가 어려워서 언어 습득이 예전보다 늦어진다는 기사를 보고 참 속이 상하 더라고요. 그래서 ‘그림에서나마 웃자!’ 하는 마음으로, 요새는 웃고 있는 친구를 더 많이 그리는 것 같아요.
제목과 그림이 잘 어우러지면서, 작품의 스토리텔링이 작가님의 세계관을 즐기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림의 스토리와 테마를 정할 때의 시간은 어느 정도 소요되는지, 아이디어는 어떻게 수집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평소 그때그때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작은 노트에 기록하고 스케치합니다. 최대한 밖에 나가는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아이디어를 노트에 소중이 모으다가 콘티를 짜야 할 때가 되면, 메모를 꼼꼼히 살펴보고 필요한 것들을 추리는 작업을 합니다. 그렇게 추린 스케치나 기록들을 잘 섞어서 그림 한 장으로 만들어내고요. 자료 서치나 검색을 잘 안 하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꼼꼼한 자료 수집과 관찰이 그림의 완성도에 얼마나 큰 차이를 주느냐를 알게 되어 열심히 자료를 찾아 보고 있어요.
얼마 전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서울일러스트레이 션페어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기도 하셨어요. 기부를 결정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번에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그만큼 저도 어디엔가 돌려드리고 싶었어요. 큰 금액은 아니라서 부끄 럽습니다. 앞으로는 더 많은 금액을 기부할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2022년 새해 소망이 궁금합니다.
일단 건강을 위해 운동도 꾸준히 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싶어요. 작년엔 그림을 많이 그리지는 못해서, 올해엔 꼭 많이많이 그렸으면 좋겠고요. 운전면허를 따는 것도 목표입니다. 무엇보다, 올해는 모두가 지난 해보다는 힘들지 않은 한 해가 되었으면 해요. 우리 모 두가 좀 더 웃을 일이 많아지길 바라요.
※ 더 많은 사진과 기사 전문은 매거진 '빅이슈'267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글. 황소연 | 그림제공. 유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