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 맺은 작은 존재와의 인연은 다정함을 잃지 않는 힘이 되었다. 유튜버 하랑은 길고양이 토리와 가족이 된 후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유튜브 채널 <하랑스토리>에 기록하고 있다. 토리와 밤낮없이 놀아주다 보면 순식간에 피로가 몰려오기도 하지만, 늘 곁에서 온기를 나누고 눈을 맞추는 이 놀라운 존재를 통해 그는 오늘도 위로를 얻는다.'

영상을 보면 에너지 넘치는 토리가 간식 달라, 놀아 달라, 끊임없이 ‘말하는 버튼’을 누르던데, 이렇게까지 버튼을 이용할 줄은 생각 못 하셨을 것 같아요.(웃음)
처음에 그 버튼을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됐어요. 토리가 사용법을 익히면 의사소통을 할 수 있으니까 재밌을 것 같아 시작했는데, 이 정도로 사용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죠. 가끔 힘들어서 못 놀아주면 꼭 새벽까지 눌러요.(웃음) 그럼 주변 이웃들이 시끄러울까 봐 버튼을 치워놓기도 해요. 그래도 자기가 원하는 게 뭔지 표현하다니 참 기특해요. 재미있게도 토리는 버튼을 누른 뒤 제 방을 이렇게 빼꼼히 들여다보며 반응을 살펴요. 제가 방에서 나오나 안 나오나 지켜보는 거죠. 그게 너무 재밌어요.
길고양이였던 토리와 가족이 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재작년 어느 날 친구들이랑 집에서 놀다가 밖에 나갔는데 토리가 길에 있었어요. 저에게 다가와서 부비길래 좀 만져주니 저를 쫓아오는 거예요. 그렇게 집까지 따라왔어요. 당황스러워 고양이를 키우는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니 고양이를 집에 들이는 건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책임질 수 없으면 더 늦기 전에 내보내라고 조언하더라고요. 토리는 중성화 수술도 받지 않은 상태였거든요. 저는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아서 다시 내보냈는데, 다음 날 다시 만난 거예요. 절 보자마자 다가오더라고요. 그리고 때마침 만난 동네 캣맘 아주머니가 저더러 중성화 수술을 시켜주면 토리를 집에서 키울 수 있느냐고 물어보셨어요. 그게 해결되면 어떻게든 키워볼 수 있겠다 싶었죠. 일단 너무 신기하잖아요, 이런 만남이. 그렇게 수술을 받았는데 사실 아주머니는 지자체에서 무료로 중성화 수술을 해주는 TNR 제도를 이용해 도와주신 거였어요. 이런 경우에는 귀를 잘라 표시하는데, 저는 그걸 몰라서 수술하면 원래 자르는 줄 알았어요. TNR이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죠. 그 아주머니께서 감사하게도 사료와 간식을 많이 챙겨주셨고, 그렇게 토리와 인연이 시작되었어요.
토리와 만난 스토리를 담은 영상이 유튜브 알고리즘을 탔죠.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게 된 소감이 궁금해요.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어요. 실감이 나지 않았죠. 많은 분이 저랑 토리를 사랑해주시는 계기가 됐으니 감사한데, 모든 사람에게 다 좋게 보이지는 않았을 거예요. 당연히 악플도 많았고 편견과 오해, 소문도 많았어요. 그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 같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가벼운 이슈로 소비되는 건 경계해야겠다고 느꼈어요. 그저 고양이 잘 만나서, 알고리즘 잘 타서 인생 역전했다 이런 표현을 쓰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그런 이미지로 소비되는 건 원치 않기 때문에 흘려들을 건 흘려듣되 놓치지 않아야 할 건 놓치지 말자고 생각을 다잡고 있어요.

지금은 토리의 영상이 주로 올라오지만, <하랑스토리>의 시작은 본인의 이야기를 기록하기 위한 채널이었죠?
제가 초등학생 때부터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고 놀았거든요. 그때그때 떠오른 생각과 감정을 영상으로 남기는 과정을 좋아했어요. 토리로 많은 분에게 알려진 후로는 토리가 보고 싶어서 채널을 찾는 분이 많아서 아무래도 비중이 전도된 것 같긴 해요. 그래도 종종 제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분들도 있어서 고양이의 일상보다는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일기처럼 남기면 특별할 것 같아요. 동물과 사람이 교감하는 일상을 남기고 싶거든요. 토리를 찾아주시는 분들을 위해 토리의 일상적인 귀엽고 엉뚱한 모습을 많이 담으려고 신경도 쓰고요.
한 생명을 가족으로 들이게 되면, 아무리 대비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나 문제가 생길 것 같아요. 토리와 살며 아차 싶었던 점이 있었나요?
처음에는 고양이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었어요. 토리와 살면서 조금씩 알게 된 고양이 특성에는 대부분 잘 적응했는데 한 가지가 힘들었어요. 일명 ‘우다다 타임’이라고, 고양이는 에너지가 넘치면 밤이든 새벽이든 막 뛰어다닌다고 하더라고요. 토리는 그러잖아도 힘이 넘치니 관심을 받으려고 온 집 안을 마구 뛰어다닐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아, 이런 부분이 힘들 수 있구나.’ 하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다행히 요새는 우다다 타임에도 적응해가고 있어요.
반려동물 집사가 되니 이전과 무엇이 다르던가요?
친구들이 다 알 정도로 저는 유난히 깔끔 떠는 사람이었어요. 조금만 뭐가 묻어도 닦고 또 닦고, 친구들에게 침대에 못 올라가게 하고, 수시로 청소하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고양이는 털도 빠지고 계속 물건을 건들면서 어지르잖아요. 그러다 보니 포기하게 되었어요. 저도 제가 이럴 줄 몰랐는데 어느 순간 내려놓게 되더라고요.(웃음)

함께 살아가는 존재가 생겨서 가장 좋은 점은 무언가요?
온기를 나누며 살 수 있다는 점이요. 그 자체로 어느 정도 안정감을 느껴요. 저는 어릴 때부터 독립적인 성향이 강했어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생각에 빠지고, 혼잣말도 많이 했죠. 그러다 혼자 사니까 조금씩 외로워지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말 걸고 장난칠 상대가 있어요. 토리가 저한테 어리광도 부리고요. 그렇게 옆에서 교감하는 과정이 안정감을 줘요. 제 꿈이 작가라 작가님들을 많이 만나봤는데, 그중 70~80%가 고양이를 키우시더라고요. 그때는 이해가 잘 안 됐어요. 프로필을 보면 다 고양이 사진이고.(웃음) 이제는 그 마음을 알 것 같아요. 토리가 저에게 참 많이 위안이 돼요.
이 글은 '사람과 동물이 온기를 나눕니다, 〈하랑스토리〉 ― 서로의 삶을 포개어 (2)'로 이어집니다.
글. 원혜윤
사진. 김화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