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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94 컬쳐

TV, <피크타임>

2023.03.13

ⓒ JTBC 방송화면

분명 가수로 데뷔해서 꿈을 이뤘는데, ‘내가 꿈을 이룬 게 맞나?’ 돌아보게 된다는 출연자 혜성의 말은 <피크타임> 기획 의도의 핵심을 짚는다. <피크타임> 1화 인트로에서는 심사위원과 참가자들 모두가 케이팝 아이돌로 데뷔한 후 활동을 지속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한다. 아이돌 출신 연예인과 프로듀서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은 경연 참가자들의 절실함을 잘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참가자들은 활동 당시의 팀명 대신 ‘팀 9시’, ‘팀 18시’ 같은 명칭으로 불리는데, 심사위원들은 이들의 무대를 보고 합격과 보류, 탈락 등의 거취를 결정한다.

<피크타임>은 ‘악마의 편집’ 대신 출연자들의 이전 활동을 적극 소개하고, 탈락자와 합격자 모두의 행보를 응원한다. 출연자들의 다양한 배경도 소개된다. 해외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팀, 음악이 아닌 다른 생업을 하면서 아이돌의 꿈을 놓지 않은 팀, 다수 멤버의 구성이 눈에 띄는 아이돌 환경에서 1⁓3인의 소수로 구성된 팀 등이다. ‘망돌’ 같은 시쳇말로 간편하게 부를 수 없는 맥락이 있다. 여기서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건 혹독한 연습생 문화와 데뷔를 겪은, 이를테면 엔터테인먼트 차원에서 일종의 ‘검증’을 마친 참가자들이 다시 탈락과 합격을 오가며 최종 목표를 쟁취하기 위해 경쟁하는 과정이다. 경연 프로뿐 아니라 아이돌 멤버들이 고유의 실력을 보여줄 다양한 시스템이 더 필요한 건 아닌지 의문도 생긴다.

제작진에 따르면 <피크타임>은 <싱어게인>의 ‘기회’라는 키워드를 연장한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참가 팀인 비티엘의 멤버 이상현은 무대를 마친 후 다른 참가자들의 응원에 이런 소감을 밝혔다. “한때 아이돌이었던 사람들이 열심히 살아가고 있구나. 이런 눈빛으로 저희를 봐주는 것 같았어요.” 1인 팀으로 참여한 김현재는 “정말 작은 기획사에서도 열심히 노력하는 이들이 많다는 걸 증명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무대가 부족한 팀에겐 <피크타임> 같은 기회가 늘어나는 것이 중요할 것이고, 그래서 경연 프로그램 출연이란 공식이 업계에 자리 잡히는 건 한편으로 희망적일 수 있겠다. 다만 후회할 무대를 남겨서는 안 되고, 언제나 ‘잘’해야 하는 것이 기치인 한국 아이돌 씬에서, 실패나 좌절을 경험해도 괜찮다는 분위기도 함께 형성되어야 하지 않을까. <피크타임> 이후, 모든 아이돌 멤버들의 시간이 조금 달라지면 좋겠다. ‘잘 안 되면 다음은 없어.’의 반대쪽으로.

JTBC 수요일 밤 10시 30분 방송


글. 황소연
사진. JTBC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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