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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94 인터뷰

'쪽프레스 김미래 편집장 ― 교열, 문장의 무늬를 찾아서 (2)

2023.03.04


이 글은 ''쪽프레스 김미래 편집장 ― 교열, 문장의 무늬를 찾아서 (1)'에서 이어집니다.

교열하면서 저자의 글이 이해가 때는 어떻게 하나요?
질문하죠. 편집자의 힘은 무수한 독자를 뒤에 두고 저자에게 감히 질문할 수 있다는 점이죠. 편집자는 호기심과 용기를 가지고 저자와 소통할 수 있어요. 편집자마저 글을 이해 못 하면 시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독자에겐 더더욱 닿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저자에게 자주 듣는 질문이 ‘이게 읽히세요?’인데, 적어도 한 사람이 제대로 이해해준다면 그 불안은 사라집니다.

좋은 글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글은 결국 생각을 옮긴 것이니까,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쓰는 게 가장 중요해 보여요. 원고 청탁이란 이상한 제도 같아요, 생각을 요청한다는 부자연스러운 행위죠. 우리는 청탁받기 전, 이 순간에도 이미 생각하고 있죠. 이 생각은 나를 구성하고, 나를 만나는 사람에게 영향을 줍니다. 그런데 이 눈에 안 보이는 생각을 써내서 보이게 만들면, 아직 구성되지 않은 나에게도, 혹은 나를 만나지 않은 사람에게도 전해질 수 있어요. 그게 글의 놀라운 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럼, 좋은 문장이란 무엇일까요?
좋은 문장은 쓴 사람, 본인이 계속해서 떠올리게 되는 문장이라고 생각해요. 아주 오래도록 교열되고 윤문되면서 그 사람을 지지해주는 문장만 한 것이 없죠.

출판에서 교열의 의미도 궁금해요.
‘창’의 역할인 것 같아요. 저자와 독자 사이에 주어지는 레이어임은 분명한데, 아주 투명해서 잘 인식되지 않죠. 다만 독자 입장에서는 책 속의 세계로 들어가기 전의 안전장치이고, 저자 입장에서는 책 바깥을 들여다볼 수 있는 도구인 셈이죠.

미디어에 비친 교열부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감정이었나요?
일본의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코노 에츠코>(2016, 이하 <교열걸>)는 개성 강한 캐릭터가 좌중을 휘어잡는 이야기에요. 패션지 에디터를 꿈꿔왔던 주인공이 출판사에 입사해 우연히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교열부에 배치된 후, 점점 더 작업에 빠져들면서 문장을 교열한다는 게 저자와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걸 깨닫죠. 초심자 특유의 용기로 계속해서 책 속으로 침투하면서 창작의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저자들도 교열에 진심인 주인공을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는 과정이 코믹하게 그려집니다.

실제로는 어떤가요?
제가 근무했던 출판사에도 교열부가 따로 있었어요. 기획자들 사이에서도 존경을 많이 받는 부서였죠. 드라마 <교열걸>처럼 교열에 진심인 선배들이 정말 멋있고, 어깨너머 보는 것만으로도 성장한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끝으로, 미래의 독자들에게 책을 통해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요?
출판 브랜드를 직접 운영하는 가장 큰 기쁨은 ‘정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자유예요. 아는 것만을 이야기(출판)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싶은 것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죠. 저는 생산자지만, 제게는 책이 아웃풋이 아니라 오히려 인풋의 역할을 합니다. 잘 알아서가 아니라 좋아하는 마음을 믿고, 앞으로 헌신할 영역으로 삼으면 책으로 경험할 세계는 무궁무진하게 느껴져요.

김미래 편집장s Pick_ <살라리오 미니모>
안드레스 펠리페 솔라노 지음, 이수정 옮김, 고트 펴냄
‘최저임금’이라는 뜻의 스페인어 제목을 지닌 산문집입니다. 여기에는 최저임금으로 구할 수 있는 삶, 최저임금으로 해할 수 없는 삶이 그려집니다. 정작 이 책을 ‘최저임금’이라는 건조하고 간명한 우리말로 옮기고 나면, 이 기록에서 나고 들리는 시큼한 땀 냄새와 남미 리듬이 지워질 것 같았어요. 그래서 콜롬비아의 음식이나 춤곡 이름이라고 해도 속을 ‘살라리오 미니모’라는 꽤 묘한 제목으로 지난여름 이 책을 소개했습니다. <살라리오 미니모>는 정의(正義, 定義)를 담지 않았기에, 읽은 사람으로 하여금 오히려 그것들을 모색하게 하는 글입니다.


글. 정규환
에디터, 작가. 2023년엔 무슨 일을 할까, 누구에게 기쁨을 줄까 고민하고 있다. @kh.inspiration
사진. 이규연
바쁜 일상 속 반짝이는 찰나를 담는 사진작가. 편안하고 차분한 사진을 좋아하고,
시선이 오랫동안 머무르는 사진을 찍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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