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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94 에세이

동네의 미래는 누가 결정할까 (1)

2023.03.07


사람들이 말하는 서울 같은 건 뭐고, 서울 같지 않은 건 무엇일까? 몇 년 동안 동서남북을 오가며 만난 서울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복잡한 도시였다. 서울 같고, 서울 같지 않은 것의 기준을 세우기가 애매했다. 걷고 있는 모든 곳이 서울이었다. 시대를 넘나들며 다채로운 풍경들이 펼쳐지는 그 자체였다.

사람들이 말하는 ‘서울 같은’ 모습이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알 수 없지만, 흔히 통용되는 이미지를 떠올려본다. 하늘 높이 솟아 있는 고층빌딩,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과 자동차, 개성 있는 상점들, 활기와 에너지 가득한 분위기, 관광객과 내국인이 뒤섞여 있는 풍경과 함께 즐길 거리, 볼거리, 먹을거리 가득한, 24시간 멈추지 않는 도시. 지방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내가 대중매체를 통해 접한 서울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취업을 계기로 상경한 이후 새롭게 경험한 서울은 그동안 상상하고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다. 앞서 언급한 묘사는 서울을 대표하면서도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오히려 서울이 어떤 곳인지 판단할 수 없게 하는 복잡하고 애매모호한 것들이 많았다. 그때 깨달았다. 정의 내릴 수 없는 혼란스러움 자체가 서울이 가진 정체성이라는 것을 말이다. 물론 각자가 경험한 서울이 다르기에 이것 또한 명쾌한 정의는 아닐 것이다.

서울이지만 서울 같지 않은

서울이 아닌 것 같다’는 말에는 고층 빌딩이 시야를 가리지 않고, 인구 밀도가 낮아 북적대지 않고, 그로 인해 전반적으로 여유로운 이미지가 담겨 있다. 이런 맥락에서 서울 같지 않은 동네라고 칭할 수 있는 곳들이 있는데, 나는 이곳들을 그냥 ‘서울 동네’라 부르기로 마음먹었다.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구분과 비교 이전에,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나 맥락을 살피는 것이 먼저다.

‘서울 같지 않은 동네’. 당신이 이곳을 보면 가장 먼저 이 문장이 떠오를 것이다. 그런 ‘서울 동네’는 관악구 삼성동이다. 이곳은 예전에 신림 10동과 신림 6동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2008년에 행정구역을 통폐합하면서 ‘삼성동’이라는 이름으로 합쳐졌다. 서울로 편입되기 이전에는 경기도 시흥군으로 집성촌이 형성되어 있었으나, 1967~68년 전후로 청계천 일대의 도심 철거민들이 이주·정착하였다. 현재의 삼성동의 모습은 도심 철거민들의 정착 이후 변화된 채 형성되어 있다. 도시개발사와 생활사 측면에서 여러모로 중요한 동네라고 생각되는 곳이다.

약 5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재개발이 시작되었다. 삼성산 기슭 아래 있던 마을은 이미 철거되어 사라졌고, 지난해 겨울 이주가 끝난 신림 2구역은 철거를 앞두고 있다. 도심에서 이주 후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은 이들은 또 어디론가 떠났다.

이주가 한창 진행 중이던 그때, 짐을 정리하던 한 아저씨와 대화를 나누며 살았던 집 내부를 살펴보았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곳 식당에서 따뜻한 족탕 한 그릇을 먹었다. 스치듯 지나갈 수 있는 순간의 기억들이지만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몇 년 뒤 변화된 동네를 둘러보는 내내 그들이 생각날 것이다.

도시가 멈춰 있지 않은 이상, 재개발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온다. 분명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그 변화가 찾아올 때마다 느끼는 헛헛함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수십 년을 쌓아온 시간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리는 것이 정말, 당연할까? 그동안의 시간은 다 무엇이었을까? 한때의 추억이라고 웃어넘겨 버리기에는 각자가 쌓아온 시간과 삶이 가볍지만은 않다. 당사자가 아니기에 그 정도를 알 수 없지만, 잠시나마 상상은 해볼 수 있었다. 곧장 재개발 현장으로 걸어 들어갔다. 과연 나는 이곳에서 어떤 부분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을까?

이 글은 '동네의 미래는 누가 결정할까 (2)'로 이어집니다.


글 | 사진. 이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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