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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33 커버스토리

앤과 다이애나를 그림책으로 엮다

2020.08.28 | <앤과 다이애나> 방새미 작가

<빨강머리 앤>을 보면서 ‘나에게도 다이애나와 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많은 소녀들이 꿈꿨을 것이다. 언제나 앤의 옆에서 응원해주고 장점을 찾아내 칭찬해주는 신실하고 현명한 친구 다이애나. 그런데 생각해보면 왜 내가 누군가의 다이애나가 되어줄 생각을 하진 못했을까 싶기도 하다. 앤과 다이애나는 자타공인 전 세계가 인정하는 ‘짱친’이다. 앤에게만 포커싱을 맞추지 않고, 그 옆의 묵묵한 조연으로 보였던 다이애나를 주인공으로 소녀들의 친밀한 우정을 그림책으로 묶어낸 방새미 작가에게 ‘당신에게 <빨강머리 앤>은 어떤 의미였냐.’고 질문을 보냈다.

‘그림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 그림 작가’라고 자기소개를 한 것을 봤습니다. 이야기를 그림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그림으로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그림으로 이야기를 만든다.’라고 얘기했던 것은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창작 생활의 큰 축이 되었고, 또 그것이 결국은 그림을 원천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처음 이야기를 만들어 책으로 엮을 때에도 하나의 그림이나 어느 한 장면에서 출발했어요. 아, 그리고 요즘은 “그림을 그리고 그림책을 만듭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독립출판으로 쭉 그림책을 만들어오다, 작년에 ‘새앙북스’라는 1인 그림책 출판사를 만들었거든요.

<앤과 다이애나> 그림의 특징은 ‘빨강머리 앤’만이 아니라 다이애나도 주인공으로 함께 그렸다는 점 같습니다. 이 작업을 시작한 이유가 궁금해요.
둘에게 초점을 맞추어 그리는 것이 가장 즐거웠기 때문이에요. 이 둘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9년 전쯤인데 사실 어느 팬시 회사의 의뢰로 시작을 했어요. <빨강머리 앤>으로 팬시를 만들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고 그때부터 그리기 시작했죠. 그런데 의뢰인의 잠적으로 흐지부지되어서 그림들이 그대로 제 것이 되었고, 이후 꾸준히 조금씩 그려왔습니다. 저도 둘을 그리는 것이 행복했고, 그림 대부분이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2019년 겨울에 마침내 책으로 엮게 되었지요.

이 작업물로 전시도 하고 책도 냈어요. 특히 텀블벅의 경우 독자들의 반응도 특별했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앤을 정말 좋아하는 구나.’ 체감한 부분이 있나요?
맞아요. 제가 지금까지 만든 책 중에 가장 널리 사랑받았던 것 같아요. 원작의 후광을 많이 느꼈습니다. 제 그림과 책들의 주요 구매층이었던 2~30대 여성뿐 아니라 4~50대의 여성들에게까지 가닿았던 책이에요. 앤 관련 책들은 교보 등 큰 서점에 가면 늘 잘 보이는 곳에 놓여 있죠. 끊임없이 관련 책, 상품 들이 나오고 있고요. 대단한 작품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앤과 다이애나> 그림책에 관련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캐릭터 구현이나 색감, 빨강머리 앤의 긴 이야기 중 어떤 장면을 그려야겠다 하는 선정 과정도 있을 것 같아요.
각각의 그림이 비슷한 완성도나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 전체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을 것. 작업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그림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음을 의식하고 주의했어요. 배치 순서 등 편집도 많이 고민했습니다. 장면 선정에도 공을 들였죠. 책에 줄긋고 메모하고 플래그 달아가며 열심히 공부했어요. 너무 그리고 싶은 부분인데 한 장의 그림으로 표현하기는 어려운 에피소드가 꽤 있어서 고민 끝에 만화 형식을 택하기도 했습니다.

<빨강머리 앤>을 좋아하나요? 소설, 혹은 애니메이션 중 어떤 것으로 처음 접했고 이 이야기가 작가님께 매력적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물론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합니다! 현재 가장 좋아하게 된 버전은 최근 넷플릭스에서 제작된 <Anne with an E>입니다. 처음 접한 것은 일본 애니메이션이었어요. 아주 어릴 때 TV에서 방영해주던 것을 정말 열심히 봤습니다. 보면서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나요. 이후 소설로도 읽고, 또 1985년에 캐나다에서 제작한 드라마로도 보고, 최근엔 넷플릭스로 보고, 그림책 작업하면서 다시 책으로 읽었죠. 꼬마 때부터, 시절마다 앤이 있었네요. 어느 버전에서든 이 작품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은 앤이죠. 앤과 주변 사람들이 관계 맺는, 또 그 관계가 변화하는 모습이 될 것 같습니다. 타고난 내향인인 제가 ‘부끄러워서, 남들의 반응이 두려워서’와 같은 이유로 묵음 처리했던 수많은 생각과 느낌들을 앤은 낱낱이 입 밖으로 꺼내줘요. 그것에 안도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런 앤이 다이애나와 커스버트 가족, 결국은 마을 사람들에게까지 받아들여지고, 함께 변화하는 과정을 보며 위로를 받았습니다.

앤이라는 캐릭터의 대사나 상황 중 작가님이 가장 크게 감동한 내용이 있다면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역시 셰리주와 미니메이 에피소드예요. 셰리주를 마신 다이애나가 고주망태가 되고, 그걸 앤의 탓으로 오해한 배리 부인 때문에 결국 둘은 작별을 하게 되죠. 이후 갑자기 크게 아프게 된 미니메이를 앤이 구하고, 그에 배리 부인이 앤에게 사과와 감사를 하고 결국 다이애나와의 관계를 극적으로 회복하게 되는 에피소드. 같이 재밌어하고 웃고, 슬퍼하고 긴장하고 안도하고. 가장 이입해서 봤던 에피소드들인 것 같아요.

지금 작업 중이신 만화 작업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세요.
올가을 저를 포함한 네 명의 작가가 독립 연재 플랫폼 딜리헙에서 릴레이로 만화를 연재하기로 했는데요. 제가 그릴 이야기는 마녀의 이야기에요. 2017년에 만들었던 그림책, <마녀와 까마귀 이야기>의 마녀의 과거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예정한 10편을 다 그리게 되면 총 250페이지 정도가 나올 것 같아요. 현재 5화를 그리고 있어요. 즐겁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여성들에게 의지가 되는 여성 창작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송은이 씨나 김숙 씨와 같은 든든한 선배가 되고 싶다고도 했는데요.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미래의 후배보다는 미래의 동료라고 말하고 싶어요. 현재 교류하고 있는 주변의 저보다 어린 여성 창작자들을 동료에 가깝게 생각하고 있거든요. 여성 창작자들이 고립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고립감이 어떻게 사람을 옥죄는지, 연결감(동료 여성들과의)이 얼마나 힘이 되는지 깊이 체험했기 때문에 더 그래요. 현재의 동료, 미래의 동료들에게 밥과 커피를 사고 싶어요. 일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송은이 씨처럼요. 그럴 수 있는 벌이 상황과 위치에 가고 싶어요. 아직은 저 하나 매달 헤쳐 나가기도 벅차서 슬픕니다.

<앤과 다이애나> 혹은 그 외의 작가님 작업물에 대해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사랑해주셔서,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작업을 지속할 수 있어요. 그림책에도 많이 관심 가져주세요. 어느 나이에도, 어느 상황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그림책이에요. 《빅이슈》를 통해서 제 작업을 새로이 알게 될 분들이 많이 있으실 것 같아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반갑습니다!


김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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