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악한 팬을 대상으로 하는 아이돌 산업에서 윤두준의 자리는 좀 특수하다. 하이라이트의 팬이 아니더라도 다수의 여성들에게 윤두준은 “나 윤두준 좋더라, 이상형이야.”라는 말을 끌어낸다. 그래서 생긴 별명이 ‘남친돌’이고, 두준의 이름을 따 ‘두근두근’을 ‘두준두준’으로 부른다거나, 장난기 많지만 듬직한 리더로서 팬들에게는 ‘윤리다’로 불리고, 한 번의 연기 논란도 없이 빠르게 배우로 안착해 ‘연기돌’로도 불린다. 아, 스포츠 선수인지 아이돌인지 분별이 안 되는 뛰어난 피지컬과 축구 실력으로 ‘호날두준’이라 부르는 팬도 있다. 팬 커뮤니티에서는 윤두준을 ‘장모님 프리패스상’이라고 호명하기도 한다. 어른들이 좋아할 법한 듬직함과 <식샤를 합시다>의 캐릭터가 주는 능글맞은 친화력이 윤두준이라는 연예인의 것으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 예능에 나가서는 시끌벅적하게 분위기를 맞추고, 스포츠 예능에서는 현역 선수들도 혀를 내두르는 집념으로 몸 사리지 않는 그를 보면 윤두준이라는 사람이 어떤 자리에서든 ‘열심히’ 하는 터테이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거기다 뭐든지 자연스럽게 자기 옷처럼 걸쳐 입는다. 타고난 것처럼 자연스레 노래도 춤도 연기도 축구도 해내지만, 아마도 그는 그 뒤에서 티 나지 않게 움직이고 고민하고 도전하고 있을 것이다. 데뷔 10년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사진 찍히는 건 좀 어색하다.”며 쑥스럽게 웃는 윤두준의 표정을 독자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 우리가 아직 포착하지 못한 윤두준의 표정은 얼마나 무수할 것인가. 윤두준이 만들어갈 아이돌이자 배우 윤두준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지난 7월, 데뷔 후 11년 만에 솔로 앨범 를 냈다. 팀 활동을 좋아해서 여태 솔로로 활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발매하고 혼자 활동한 소감은? 외롭진 않았나.
발매하고 외로울 겨를이 없었다. 음악 방송 활동을 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그렇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녹음도 혼자 하고 화보도 혼자 찍어야 해서 어색한 부분이 있었다.
앨범에 대해 하이라이트 멤버들은 뭐라고 하던가.
많은 코멘트를 해주지는 않았다. 앨범이 나오기 전에 먼저 노래를 들려줬더니 좋다고, 자기들도 몰랐던 내
목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뿌듯하고 좋았다.
올해 4월 전역 후 방송에 복귀했다.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서다 보니 어색할 수도 있을 텐데, 방송 활동을 다시 하면서 환경의 변화를 느꼈나.
큰 변화는 모르겠는데 TV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콘텐츠가 생긴 게 군 입대 전후로 달라진 점 같다. 군 복무 기간이 길지 않았는데도 나와보니까 아주 많은 콘텐츠가 생겼더라. 출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진 셈이니 연예인 입장에선 반갑다. 아직까진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군 복무 기간이 바쁜 연예인 생활에서 멀어져 쉬는 시간이기도 했겠다.
그렇다. 군대에서도 정신적 압박이 물론 있었지만 활동에 대한 걱정 없이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았다. 그간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해보는 좋은 경험이었다. 건강도 좋아졌다. 20대 때는 규칙적인 생활을 거의 못
했는데 군대에선 규칙적으로 생활해서 그런가? 잠도 잘 오더라.
음악과 연기를 하고 싶은 갈증은 없었나.
그립긴 했다.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 드니까 TV 예능 프로그램을 잘 안 보려고 했다. 프로그램에 내가 아는 동료나 선후배들이 나오면 반가우면서도 부럽고 벽이 느껴졌다. 나와 함께 생활했던 군대 동료들은 그런 내 모습을 1년 넘게 보니까 날 배려해서 TV를 잘 안 보더라.(웃음) 그 친구들은 <쇼미더머니> 같은 예능 프로나 한국 드라마 보는 걸 되게 좋아하는데도 나 때문에 일부러 안 봤다. 같이 TV를 보게 되면 외국 영화를 봤다.
전역과 맞물려 코로나19가 악화됐다. 요즘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을 텐데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코로나19 때문에 스케줄도 많이 밀리고 활동 반경이 좁아졌다. 좋아하는 축구도 못 하고 있다. 집에서 넷플릭스 콘텐츠 보고 게임 하고 유튜브 시청한다. 또, 요즘은 <하이 스코어>라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를 즐겨 본다. 게임의 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인데 <스페이스 인베이더> 같은 갤러그 게임과 닌텐도 등 여러 가지 게임이 언급된다. 게임을 좋아해서 재미있게 보고 있다.
데뷔한 지 10년이 넘었고 30대를 맞았으며, 군 전역 등을 거치면서 생각의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입대할 때가 서른 살이었다. 그 전후로 변한 게 있다면 지금은 좀 더 여유롭게 살고 싶어졌다. 군대에 가기 직전에 지쳐 있기도 했다. 군대 덕분에, 혹은 군대 때문에 바뀐 점들이 있다. 좋은 점을 꼽는다면 여유를 찾게 된 거다.
지난 10여 년 동안 소속사를 옮기면서 순탄치 않은 시기도 있었다. 부담감이나 고민을 해소하는 윤두준만의 방법이 있나.
고민해봤는데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매 순간 다른 일을 하면서 리프레시를 하는 게 방법이라면 방법이다. 여행을 좋아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못 가니까 요즘 많이 답답하다.
지금 당장 여행을 떠난다면 어디로 가고 싶은가.
산과 바다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웃음)
자연인 같다. 코로나19 전에 가본 여행지 중 기억에 남는 곳이 있다면.
3~4년 전에 가족과 제주도에 갔었다. 가족과 해외여행은 한 번도 못 가봤고 제일 멀리 간 곳이 제주도였는데 그 때문인지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 후로 여행을 많이 못 갔다. 내가 여행인지 아닌지 가르는 기준이 매우 높다. 장소는 따지지 않는 편인데, 촬영이나 예능 프로그램을 위해 가는 여행은 여행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족과 함께 간 여행은 어땠나.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었나.
여행 기간 내내 아버지가 운전을 하셨다. 처음엔 아버지니까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웃음) 누나가 운전하면 불안해하시더라. 알고 보니 남이 운전하는 차를 못 타시고, 무조건 당신이 운전하셨다. 여행하는 동안 부모님 취향대로 유명한 관광지에 주로 다녔다. 어른들은 그런 데 가야 진짜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랑 누나는 숨은 명소를 찾아가고 싶었는데 많이 맞춰드렸다.
지난 10년의 연예 활동 되돌아볼 때 가장 잘한 점과 아쉬운 점을 하나씩 꼽는다면?
잘한 점이라면 군대에 무사히 다녀온 점? 어느 시기에 가야 할지 20대 내내 걱정이었다. 일반 남자들은 20대 초반에 가니까. 그런데 막상 갔다 오니까 큰 걱정거리를 하나 덜었다. 다행이다. 좋은 점이 많았고 시간도 빨리 갔다. 아쉬운 점은 크게 없는 것 같다. 지난 일에 연연하지 않는 편이라 이미 벌어진 일은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요즘 유튜브 채널 중 <문명특급>의 ‘숨어 듣는 명곡’이라는 코너에서 추억의 히트곡을 소환한다. 만약 문명특급에 출연한다면 구 비스트, 현 하이라이트의 어떤 곡을 소개하고 싶은가.
‘미스테리’가 좋겠다. 실은 그때 활동하는 내내 스트레스였다. 조금 창피했다.(웃음) 그런데 너무 큰 사랑을 받아서 감사했고, 멤버들과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가 멋있다고 추구하는 거랑 팬들이 반응하는 건 다르구나, 그 간극을 좁혀가는 게 숙제겠구나. 피부에 와닿았다.
얼마 전 하이라이트 멤버 양요섭도 군에서 전역했다. 컴백을 기대해도 될까.
올해 연말에 동운이가 나오니까 내년부터는 같이 활동할 수 있을 거다. 코로나19가 끝이 보이지 않는데얼른 다 같이 공연하고 싶다. 가수는 공연할 때 가장 행복한데, 못 하고 있으니까 아쉽다.
올해 창간 10주년을 맞은 《빅이슈》에 한마디 부탁한다.
10년이면 내 연예계 커리어와 비슷하다. 내가 지하철을 안 타고 다니니까 《빅이슈》를 접해보지 못했지만, 1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10년이란 세월 동안 이어온 건 축하받아 마땅하다. 오래오래 좋은 일에 힘써주셨으면 좋겠다. 《빅이슈》를 읽는 모든 분이 건강하길 기원한다.
※윤두준의 더 많은 고화질 화보와 인터뷰 전문은 매거진 '빅이슈' 235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진행 김송희·양수복
사진 김영배
스타일리스트 구동현
헤어&메이크업 황수진·김미애(미장원 by 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