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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37 컬쳐

10월의 콘텐츠 - 뮤지컬 <베르테르>

2020.10.23 | 내 사랑을 사랑이 아니라고 하지 말아요

[ M U S I C A L]
<베르테르>

뮤지컬 <베르테르> ‘애달픈 짝사랑의 아이콘’ 베르테르가 한국 뮤지컬 공연장에 처음 오른 지 20년이 지났다. 괴테가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발표한 18세기엔 유부녀 ‘롯데’를 짝사랑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베르테르’를 따라 유럽 전역의 젊은이들이 모방 자살을 시도하는 ‘베르테르 효과’가 나타났건만, 2020년의 정서로 바라본 베르테르는 지질하기 그지없게 느껴진다.

베르테르는 롯데의 약혼자 ‘알베르트’가 돌아오자 심기 불편한 티를 팍팍 내더니 과음하고 술집 사장 ‘오르카’ 앞에서 주정을 부린다. 술을 더 달라고 소리를 지르질 않나, 들고 있던 컵을 깨질 않나, 만약 베르테르가 친구였다면 “누군 짝사랑 안 해봤냐!”고 냅다 등짝을 휘갈겨주고 싶었을 거다.

뮤지컬로 번안된 <베르테르>는 서정적인 넘버로 그의 괴팍한 사랑론을 설득시키려 한다. 그러나 마음이 가는 건 베르테르를 존중하는 동시에 롯데를 지키려 고군분투하는 알베르트 쪽이다. 알베르트는 롯데를 향한 베르테르의 눈빛에서 이상한 빛을 감지함에도 그가 스스로 마음을 접을 때까지 내버려둔다. 친구인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라고 자리를 비켜줄 정도로 관대하기도 하다. 이쯤 되면 롯데가 왜 알베르트를 오랫동안 기다려왔는지, 베르테르에게 흔들리지 않는지 알 것도 같지만 오직 베르테르만 모른다. 롯데 역시 예의 있고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라 베르테르가 불쾌하지 않을 방식으로 충분히 거절 의사를 밝히고 그를 밀어낸다. 그러나 불타는 자신의 감정이 먼저인 베르테르는 애잔함과 공포감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스토커처럼 롯데에게 계속해서 사랑을 고백한다. 수척한 낯빛의 베르테르가 불안한 눈동자로 롯데에게 다가갈 때마다 원작의 결말을 알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일었다. ‘사랑’을 이유로 집착을 정당화하는 이야기가 주변에서 너무 많이 반복되어왔기 때문일 거다. 그럼에도 공연장에서 나올 땐 베르테르를 미워할 수 없다. 아무리 지질한 남성의 표본처럼 해석되더라도, 베르테르를 상징하는 해바라기가 무대에 만개하고 단발의 총성과 함께 딱 한 송이를 제외한 모든 해바라기가 바닥으로 내리꽂히면 그는 아름답고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기억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 장면은 너무 아름답고 롯데를 향한 마지막 연서는 너무 애절하다. “가령 말하자면 내가 죽을지라도 죽어 사라질지라도/오로지 그대는 나와 단둘이만 함께 있어다오.”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이 중요하단 사실을 <베르테르>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기간 11월 1일까지
장소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


양수복
사진제공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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