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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37 스페셜

빈곤한 이주여성이 겪는 코로나 특수 차별

2020.10.30 |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허오영숙 상임대표 인터뷰

지난 7월 말, 허오영숙 상임대표는 ‘이주민 긴급 재난지원을 위한 토론회’ 를 열고 “취약한 이주민은 최소한의 안전망도 없이 사각지대에 방치된 상태”라고 발언했다. 그중에서도 언어, 경제권 등 무엇 하나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한 이주여성은 사각지대 중에서도 더 외진 가장자리에 있다. 2007년부터 이주여성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활동에 투신해온 허오영숙 대표에게 COVID-19로 이주여성이 겪게 된 어려움에 대해 물었다.

올해 초 COVID-19 사태가 심화되면서 공적 마스크 보급이나 기타 문제들에 대해서 이주민 사회에서 항의 활동이 이어졌다. 어떻게 문제의식을 느꼈나.

처음에 마스크 보급 때부터 시작해서 결혼 이주여성에 대한 외국인 혐오 문제가 불거지면서 문제의식을 느꼈다. 베트남 여성의 사례였는데, 한국인 남편과 스파에 입장하려고 하다가 여성분만 출입을 거절당했다. 남편분의 제보로 알게 됐고, 찾아보니 홈페이지가 있을 만큼 규모가 큰 사우나였다. 홈페이지에도 ‘모든 외국인의 출입을 금지한다’ 는 공고가 올라와 있었다. 그래서 그 공지 화면을 캡처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을 넣으면 차별 진정 당사자가 조사에 응해줘야 하는데, 인권위 조사 단계로 넘어가자 피해 당사자가 조사까진 하고 싶지 않다고 하셔서 더 진행하지 못했다. 나중에 공문이 왔는데, 비슷한 사례의 차별 진정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서 잘 살피겠다고 했다. 이 사건을 신호탄처럼 생각하고 있었는데 공적 마스크 보급에 있어서 정부의 차별도 발생했다.

이주민의 마스크 수급이 원활하지 않았던 건가.
대구에서 집단 감염이 일어났을 때 대구에 거주하는 이주여성분이 전화를 주셨다. 태국 출신이고 한국 남성과 결혼해 자녀도 있는 영주권을 가진 분이다. 집단 감염 사태가 일어나자 그분이 사는 지역 주민센터에서 집마다 마스크를 가구원수당 3매씩 우편함에 넣어주고 가는 방식으로 보급이 이뤄졌다. 그런데 그 집에는 한 사람 분량이 덜 온 거다. 이 사실을 확인한 시어머니가 주민센터에 전화했더니 외국인은 보급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그때는 바이러스 사태 초반이라 놓치는 부분이 많았을 거라고 애써 이해하려고 했다. 그런데 재난지원금 수령과 공적 마스크 보급에서 계속 이주민이 소외되면서 이해심이 바닥났고 우리 같은 민간기관에서 마스크를 나눠주는 등 구호 활동도 하고 항의도 하는, 코로나로 인한 특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재난지원금의 경우에도 가구 세대주 중심의 지급 방식도 문제지만 주민등록된 결혼 이민자나 영주권자만 지급 대상에 포함됐다. 한국인과 결혼한 이주민이 아니면 배제한다는 건데, 어떻게 봤나.
한국 정책상의 다문화 가정의 정의를 찾아보면 한국인과 외국인이 결혼한 형태만을 다문화 가정이라고 본다. 외국인과 외국인이 결혼하면 다문화 가정이 아닌가? 가부장적이고 혈통 중심적인 문제가 있다. 한국 다문화 가정의 85%가 한국 남성과 외국인 여성이 결혼한 형태고 15%가 그 반대다. 만일 그 비율이 반대라면, 한국인 여성과 결혼한 외국인 남성의 비율이 더 높았다면 이런 정책이 나왔을지 의문이 든다. 별거 중이거나 폭력 등의 문제로 쉼터에 있는 사람들은 따로 증명해야 부가적으로만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문제이다. 또 하나는 긴급복지지원법의 외국인 복지 지원 대상이 한국인과 결혼한 경우, 난민법상의 난민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영주권자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런데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선 영주권자가 포함되고 난민은 포함되지 않는거다. 이상한 거다. 생각해보면 영주권자는 영주권을 받고 3년 후에 지방선거 선거권이 생기기 때문에 이 표를 노린 게 아닌가 싶다. 국가가 이주민이 어떤 신분이냐에 따라 포섭과 배제를 반복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본다.

서울과 경기에서 재난지원금을 이주민에게 지급하지 않은 문제도 있었다. 인권위 시정 권고가 내려졌는데도 경기도는 여전히 이주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1인 시위도 하고 언론에서도 기사가 많이 나왔는데 변화는 없다. 경기도정에 기대한 것과 반대로, 뚝심이 있더라.

이주민은 언어의 문제로 바이러스 관련한 정보 소외에 처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 문제에 대해선 정부의 지원이 없는 건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이주노동자 상담센터 10개를 운영하고 다문화가정지원센터도 있다. 다누리 콜센터에서도 한국어 포함 13개 언어가 지원되고, 다누리 포털도 있고 법무부도 외국인 민원 전화를 운영한다. 특히 감염은 외국인, 내국인 구분되는 위험이 아니니까 전염병 정보와 상황과 지침을 빨리 번역해서 제공해야 하는데 원활하지는 않다. 자원과 채널을 활용해서 번역하고 업로드만 하면 되는데, 이게 안 되니 민간기관에서 산발적으로 하게 된다. 어떤 면에선 자원 낭비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하듯이, 최소한 정부 발표문이라도 번역해서 제공하면 좋겠다.

이주여성 중에선 자녀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이 등교를 안 하니 혼자 육아를 떠안는 돌봄의 문제도 있다.
왜 가장 먼저 공공기관에 셧다운 조치를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 방역 수칙을 잘 지키고 이용하도록 하면 좋았을 거다. 코로나 상황에서 대면 상담이나 기관의 자원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학부모가 온라인 수업을 위한 기기 사용 등 학습 지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데 아무리 온라인이나 전화로 설명을 해도 직접 가르쳐주는 게 훨씬 낫지 않나. 다문화가정지원센터가 시군구마다 다 있는데 이주민 학부모들이 전면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했으면 좋았지 않았을까. 이 문제는 이주민뿐 아니라 사회 보편적으로도 마찬가지다. 도서관을 폐쇄하는 게 아니라,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열어야 빈곤한 사람들이 공공기관이 보유한 기기를 통해서라도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가정폭력 피해를 겪은 이주여성들을 위한 쉼터도 폐쇄됐지 않나.
지금은 입소를 받고 있긴 하지만, 사태 초반에는 쉼터에서도 입소를 받지 말라고 했다. 긴급 피해자가 생기면 입소해야 하는데 대책이 없어서 난감했다. 쉼터는 생활시설이니까 감염에 취약하다. 그러면 검사는 어디서 받을지,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어디에 있을 수 있을지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개별 쉼터에서 알아서 대처해야 했다. 초기에는 우리 모두가 처음 경험하는 사태라 혼선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몇 개월이 지나도 마찬가지라는 게 문제다.


COVID-19 이후 해외에선 가정폭력이 증가했다는 통계가 있는데, 국내에선 작년과 상담 건수를 비교했을 때 차이가 없다고.
그렇다. 표면적으로 크게 늘지 않았다. 예년과 비슷하다. 대면 서비스를 금지하고 쉼터 입소를 못 받게 했기 때문인 건지, 아니면 위기 상황이기에 상담이 더 어려워서 확인이 안 되는 건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학교에서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향한 혐오발언 등 차별이 심화되는 문제에 대한 상담이 많이 들어오진 않았나.
그렇지는 않았다. 정책이 주는 메시지가 강하기 때문에 교육 현장에서 다문화 가정을 구분하면 오히려 ‘너는 국민이 아니야’라는 차별을 조장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공교육 단계에서 한국인과 외국인이 결혼한 이주 배경의 아이들을 굳이 구분해야 하나 싶다. 공교육에 들어가고 나면 취약한 아이들은 항상 있다. 부모가 외국인이어서만이 아니라, 빈곤해서일 수도 있고 부모에게 장애가 있는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 학습 능력의 경우에도 다문화 가정이라고 학습 능력이 더 떨어지는 것보단 빈곤을 원인으로 보는 게 정확하다. 특히 수업이 온라인으로 전환된 후 조손가정이라든지 돌봄이 부족한 아이들은 다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취약성을 가진 아이들에 대한 지원은 이주 배경을 구분하지 않아야 차별이 덜 생길 거 같다.

여태껏 COVID-19로 인한 차별을 살펴봤을 때 이주 배경의 가정이라 겪는 문제보단 소득이나 영주권 등 외국인 등록 여부의 문제 등도 큰 것 같다.
맞다. 청소년 관련 연구를 한 논문을 읽었는데, 가구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인 경우엔 엄마가 미국인이든, 캄보디아인이든 아이에게 별 영향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일정 수준 이하이면 아이가 영향을 받는다. 사실은 빈곤의 문제인 거다. 한국에선 남성들이 양육에 거의 참여 안 하는 상황인데, 소득이 적은 데다 엄마가 외국인이면 거의 엄마가 육아를 다 해야 하는 구조다. 게다가 외국인은 네트워크나 정보가 너무 적기 때문에 부담이 가중되는 거다. 빈곤 문제를 다문화 가정의 문제로 치환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빈곤 문제를 풀면 엄마가 외국인이든 아니든 상관이 없어진다.

덧붙여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코로나19와 관련해서 정부 정책의 미비로 이주민들이 배제되는 상황이 눈에 띄게 됐고 이들을 배제한다는 사회적 메시지가 전달되고 있어서 우려스럽다. 한편으론 돌봄이 취약한 곳이면 이주 배경이든 아니든 모든 곳에서 난리가 났는데, 정부의 대응은 안일해서 굉장히 아쉽다. 특히 한국처럼 돌봄 노동이 여성에게 전가된 상황에서 정부 예산을 어디에 우선으로 써야 할지 생각하면 돌봄 영역이다. 그리고 만일 예산을 쓰게 되면 외국인과 비외국인을 구분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선 안 된다. 또 “요즘 누가 스마트폰이 없어?”라고 하지만 분명 없는 사람이 있다. 정보 접근이 어려운 약자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우리 사회가 보다 나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양수복
사진제공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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