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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37

지금이라도 멈추지 않으면

2020.10.30 | 녹색빛

‘안녕하세요?’
무심코 건네던 가벼운 인사말 한마디조차 내뱉기 쉽지 않은 요즘입니다. 이상하리만큼 따뜻했던 지난겨울,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때에 찾아온 코로나19 는 일상 안팎에 거리를 만들어내며 끈질기게 우리 곁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사이 우리는 시베리아의 기온이 38 ℃까지 치솟을 정도로 뜨거웠던 봄을 지나, 54일(역대 최장 장마 기간 기록) 동안 전국에 비를 쏟아부으며 신나는 여행의 추억 대신 상처만을 안겨준 여름을 간신히 지났습니다. 성큼 다가온 가을은 또 어떤 ‘예상 밖’의 일들을 우리 앞에 던져줄까요.

예견된 재난
‘예상 밖’이라고 했지만, 사실 오래전부터 예견된 일들이 하나씩 벌어지고 있을 뿐입니다. 스웨덴의 화학자 스반테 아레니우스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두 배 상승하면 지구의 온도는 5~6 ℃ 올라가게 된다는 연구 결과를 무려 1896년에 발표하며, 석탄 소비 증가로 지구온난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지적한 바 있습니다. 당시의 과학기술이 매우 제한적이었음에도, 그가 계산한 이산화탄소 농도에 따른 지구의 기온 변화치는 오늘날 과학자들이 예측하는 수치와 거의 일치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레니우스는 ‘더 빨리, 더 많이, 더 편하게’ 를 향한 인간의 욕심은 과소평가했나 봅니다. 그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두 배 상승하는 현상이 최소한 1000년 뒤에나 일어날 일로 내다봤지만, 지금은 고작 한 세대 이후인 2050년 즈음으로 예측되거든요. 그간 인간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는 이야기겠죠. 120여 년 전부터 예견되었던 인간의 활동이 가져올 기후변화, 그리고 그로 말미암아 벌어질 각종 재난. 우리는 이미 그 사이의 연결 고리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녹색연합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올해 8월 말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97% 가 넘는 수가 ‘폭염, 폭우 같은 이상기후가 기후변화와 관련 있다’ 고 응답했습니다 .

오랜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복잡다단하게 일어나는 기후변화 현상을 우리가 전부 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석탄을 태울 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대기에 필요 이상으로 쌓이면 결국 지구의 기온을 높여 각종 재난을 불러온다’는, 새로울 것 하나 없는 사실 하나만 기억한다면 재난을 막기 위해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각종 재난으로 드러나는 기후변화의 현실을 막기 위해 석탄을 그만 태워야 한다는 주장에 국민 대다수가 동의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멈춰야 할 석탄화력발전소를 7기나 ‘새로’ 짓고 있다는 사실을, 아주 중요한 사실을, 우리 국민 다섯 명 중 네 명은 모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접한 사람들은 신규 발전소 건설을 지금이라도 중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제 와서 멈추라고?’가 아닌 ‘이제라도 멈춰라!’
​저는 얼마 전 강원도 삼척에 다녀왔습니다. 새로 지어지고 있는 발전소 7기 중 2기가 있는 곳입니다. 발전 사업자인 포스코가 석탄 하역 부두를 짓겠다고 휘저어놓은 맹방 해변은 예전의 아름다운 모습을 잃었고, 수십 년 동안 그곳에서 민박업과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오던 주민들은 살길을 잃었습니다. “어차피 전기 만들면 서울로 다 보낼 건데 왜 삼척에 발전소를 더 짓느냐.”는 주민들의 분노에 서울 시민인 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아무도 원하지 않는 발전소지만, 발전소가 내뿜을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 재난의 피해는 누구나 입게 될 것입니다. 올가을엔 ‘예상 밖’의 재난 대신 ‘포스코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멈춰라.’라는 목소리를 더 자주 접하게 되길 바랍니다.


유새미
사진제공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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