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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58 컬쳐

코로나 19 시대의 만남

2021.09.12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이 세계를 뒤덮은 지도 1년 반이 넘어가는 시점이다. 팬데믹이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정확히 보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리겠지만, 우리 일상이 뿌리부터 달라진 건 확실하다. 출근, 등교, 여행, 외식, 운동, 공연 등 평범하게 별생각 없이 했던 많은 일이 금지의 영역에 들어가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서 인간 네트워크도 달라졌다.

©오케이광자매


그런데도 외관상 달라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TV 속, 특히 드라마 안이다. 한국 드라마 속 사람들은 코로나19가 없는 ‘평행 세계’에 사는 듯하다. 여러 명이 모여서 식사하거나 여행을 가고, 우리가 과거에 그러했듯 평범하게 직장을 다닌다. KBS2 주말드라마 '오케이 광자매'에서만 마스크를 쓰거나 목에 걸고 다니는 사람들이 가끔 등장했을 뿐, 대부분의 드라마는 팬데믹을 흔적도 없이 지워버렸다. 현장에서는 확진자가 나와서 촬영을 중단하고, 모두가 긴장해 방역 수칙을 지킨다고 해도, 카메라 앞에서는 이런 고충을 드러내지 않는 원칙이 한국 드라마에선 지켜지고 있다.

©#리모러브 ~보통의 사랑은 사도

그렇기 때문에 모든 인물이 시종일관 마스크를 쓰고 나오는 일본 드라마 '#리모러브 ~보통의 사랑은 사도'(이하 '#리모러브')를 보았을 때는 이것이 현실인데도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리모러브'의 배경은 코로나19가 닥쳐온 일본 도쿄다.


주인공 오자쿠라 미미(하루)는 카네기 펄프 코퍼레이션, 줄여서 ‘카네펄’이라는 회사에 근무하는 산업의다. 산업의란 사내 직원의 건강을 관리하는 의사와 같은 개념으로, 일정 이상의 인원이 근무하는 회사라면 의무적으로 두어야 하는 직책이다. 미미는 모든 직원에게 엄격한 방역 수칙을 요구해 사내에서는 독재자로 악명 높다. 하지만 사적으로는 자기에게 어울리는 이상형의 남자를 꿈꾸는 평범한 여성인 미미는 팬데믹 시국을 맞아 온라인 만남을 시도하고, ‘쑥떡’이라는 이름으로 ‘레몬’이라는 사람과 대화를 이어간다.

#리모러브 ~보통의 사랑은 사도

사‘랑’적 거리두기

'#리모러브'는 현재 모두가 절실히 느끼고 있을 거리감을 보편적인 연애 스토리에 섞은 이야기다. 미미는 타인을 요리에 비유하는 습관이 있다. 자기도 모르게 사람들을 분류하고 어울리는 짝을 찾는 내적 편견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프랑스 요리에 비유할 만큼 자긍심도 높다. 하지만 연애란 늘 이런 자기 확신을 무너뜨리는 행위가 아닌가? 계속되는 연애의 실패, 그리고 찾아온 외로움, 거기에 필연적으로 거리를 두어야 하는 사회적 상황까지 더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얼굴과 조건을 모르는 온라인의 상대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미미는 드디어 좋아하는 상대를 만났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미미는 레몬이 보낸 사진을 보고 그 사람이 같은 카네펄 직원임을 알고, 용기 내어 그를 찾기로 한다.

#리모러브 ~보통의 사랑은 사도

과연 그는 누구일까? 신입 간호사 야기하라 다이키(다카하시 유토), 영업부의 시끄러운 베테랑 미사키 쓰네오(와타나베 다이), 아재 개그를 달고 사는 싱글 대디 아사나리 하지메(오이카와 마쓰히로), 미미를 짝사랑하고 살가운 고모지 준타로(마미야 쇼타로), 유능하지만 사소하게 대립하는 아오바야시 후이치(마쓰시타 코헤이), 이 다섯 명 중에 미미와 온라인 대화를 나눈 레몬이 숨어 있다.

#리모러브 ~보통의 사랑은 사도

드라마 전반부가 레몬의 정체를 밝히는 내용이라면, 후반부는 그렇게 연애를 시작한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감을 극복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온라인으로 대화할 때는 더없이 말이 잘 통하고 서로 이해하는 듯했던 쑥떡과 레몬은 현실의 연애에서는 속마음을 말하지 못하고 엇갈리기만 한다. 집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대화하는 두 사람, 거기에 더해 마음의 마스크도 쉽게 벗지 못한다. 바이러스가 불러온 거리감은 손 소독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해도, 마음의 거리감은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쉽게 좁히지 못한다. '#리모러브'라는 제목은 이런 상황을 함축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멀게(리모트) 만난 사이, 오프라인에서 연인이 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마음이 멀다.

#리모러브 ~보통의 사랑은 사도

코로나19 관련 캠페인 영화인가 싶을 정도로 철저한 방역 수칙을 강조하는 1화를 넘어가면서 '#리모러브'는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보통의 연인이라면 공감할 보편적인 사랑을 말한다. 이것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이다. 모두가 멀리 있어야 하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사랑은 있다. 사람을 새로 만나고, 관계를 만들고, 먼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애쓰는 이들이 있다. 우리의 삶은 이렇게 정체된 듯 보이는 시대에도 실은 계속 나아가고 있다. 마스크를 쓰고, 둘이 손을 잡기 전에는 꼭 소독하고, ‘밀접 접촉’을 하고 싶으면 코로나19 음성 확인서가 필요한 코로나 시대의 연애. 어쩌면 거리가 더 편안하고 안전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마음의 거리라는 면에서는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가까워지고 싶다. 그렇게 사랑하고 싶다. 이것이 '#리모러브'가 알려주는 보편적인 연애이기도 하다.

#리모러브 ~보통의 사랑은 사도* '#리모러브'는 OTT 플랫폼 왓챠와 웨이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글. 박현주
작가, 드라마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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