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다하고 행복을 찾아가는 ‘아가씨’와 ‘신사’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파란만장한 이야기. KBS2가 설명하는 드라마 ‘신사와 아가씨’의 주제다. 그러나 드라마에서 ‘아가씨’, 단단(이세희)이 하는 선택은 의문을 자아낸다. 프로그램 기획 의도에도 설명되어 있듯, 단단은 자신보다 열네 살 많은 영국(지현우)을 좋아한다. 그 선택을 믿고 운명을 개척할 예정이라고 한다. 많은 나이 차뿐 아니라 영국에겐 아이가 셋이 있다. 95년생 ‘아가씨’라는 점을 연신 부각하는 기획 의도는 프로그램에도 반영되어, ‘사랑을 믿는 주인공 여성의 파란만장한 스토리’가 아름다운 여정임을 증명하고자 한다.
이 과정 중 아름다움은 어디서 발견할 수 있을까? 1화에서 10대 ‘꼬마 아이’였던 단단이 ‘아저씨’ 영국과 자전거를 타는 장면? 재회했을 때 단단이 영국을 ‘잘생긴 사이코패스 살인마’로 오해하는 장면? 겹쳐진 우연을 통해 드라마는 두 사람이 운명임을 암시한다. 그리고 단단이 영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변호하기 시작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남녀가 ‘최대한 자연스럽게’ 만난다는 설정을 위해 드라마에선 단단이 영국의 집에 입주 가정교사로 들어가게 되지만, 아주 어린 시절 만난 ‘아저씨’와 애정 관계로 발전한다는 설정은 시청자를 당혹스럽게 한다. 단단이 영국과의 첫 만남 이후 성인이 되었음을 드러내기 위해, 드라마는 단단이 거울 앞에서 화장을 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시대의 변화에 맞지 않는 인물 묘사도 드라마에 대한 의문을 더한다. 젊은 남성은 절대 혼자 아이를 키울 수 없을 것이란 편견이나, 똑같이 싸워도 늘 혼나는 쪽은 딸, ‘닭다리’ 같은 맛있는 음식을 뺏기는 쪽도 늘 딸이라는 점은 단단의 새침함과 말괄량이 같은 면을 부각 하기 위한 도구로 등장한다. 그 직후 단단은 영국을 만난다. 가족이 밉고 집이 싫은 어린 단단에게 그는 백마 탄 왕자와도 같다. 그리고 이런 묘사는 단단이 어른이 된 후에도 크게 바뀌지 않는다. 전세금을 날린 오빠와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아빠를 피해 단단은 집을 나가고, 이후 기적처럼 영국과 재회한다. 입주 가정교사로 일을 시작했지만, 다른 여성에 의해 불청객으로 묘사되거나, 너무 쉽게 ‘첩’이란 단어가 대사에 등장하기도 한다.
훌쩍 흐른 시간의 변화를 보여줌으로써 시청자의 눈길을 잡아끌고, 열심히 사는 여성을 보여주는데도 어딘가 공허하다. ‘아득바득’ 사는 여성의 발걸음마다 ‘아저씨’의 도움과 개입이 끊이지 않는 드라마의 논리가 보여서 아닐까.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다할 때, 단단에게 영국이 아닌 또 다른 선택지를 드라마가 쥐어주게 될 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글 황소연
사진 KBS 방송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