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FP 민초, INTJ 큐, INFP 백도, ESTP 홍, INTP EDS. 자신을 MBTI 유형으로 분류한 다섯 명의 ‘MBTI 덕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MBTI 유형도, MBTI에 빠지게 된 계기도 제각기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MBTI를 나와 타인의 관계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자신의 유형을 캐릭터화해서 오락처럼 즐기고, 자신과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과 공감을 나누고, 나와 많이 달라서 안 맞는다고 느끼는 사람을 이해한다. 이들과 일상에 자리 잡은 MBTI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홍 화끈한 호구, ESTP 홍이라고 합니다. 저와 민초님은 인스타그램에서 ‘MBTI툰’ 계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민초 인간 댕댕이 ENFP 민초라고 합니다.
EDS 블로그를 운영하는 백수, INTP EDS입니다. 반갑습니다.
큐 청년 정책 관련 상담을 하는 INTJ 큐라고 합니다. 인스타그램 ‘@qrrating_mbti’를 운영하고 있어요.
백도 안녕하세요. 디자이너 INFP 백도입니다.
MBTI가 ‘신(新) 사주’로 불릴 정도로 관심이 뜨거운데, MBTI 덕후로서 인기를 실감하나요?
EDS 블로그에 MBTI 관련 포스팅을 올렸는데, 조회수가 잘 나오는 편이에요.
홍 특히 INFP 유형 관련 게시 글이 인기가 많아요.
백도 인프피(INFP)는 나랑 비슷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안정감을 얻어요. 그래서 인기가 있는 것 같아요.
큐 제 계정에선 MBTI 기도문과 빙고판이 인기였어요. 인스타그램에 짤로 된 형태로 올리면 팔로어들이 주로 친구들을 태그 하는 식으로 많이 즐기는 듯해요.
나와 많이 다른 타인을 이해하는 경험을 한 거군요.
민초 전 감정적 공감을 더 중시하는 편이라 각각 ISTJ, ISFJ인 부모님의 너무나 객관적인 조언과 직설적 표현에 상처를 엄청 많이 받거든요. 부모님께 약식 MBTI 성격유형 검사를 권한 후 저도 부모님의 조언을 왜곡해서 받아들이지 않게 되었어요.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꼭 MBTI 성격유형을 아는 것만으로 해결된 건 아니고, 3~4년간 이론을 공부하고 실천하면서 만들어낸 변화예요.
MBTI는 필연적으로 타인과 함께 나눌 수밖에 없는 문화인 것 같아요. 주변엔 MBTI를 어떻게 ‘영업’하시나요?
홍 요즘 유행하는 밸런스 게임이 있어요. 예를 들어 산꼭대기에서 ‘포대 타고 내려가기’, ‘백덤블링으로 내려가기’ 중 선택하는 건데요. 굳이 왜 골라야 하냐며 괴로워하면 ‘S’에 가깝고, 포대의 소재가 뭔지 물어보면 ‘N’에 가까운 것 같더라고요.
민초 저는 소개팅 자리에서 상대에게 MBTI 검사를 권할 만큼 과하게 몰입했어요.ㅋㅋ 백덤블링, 할 수만 있다면 하고 싶은데…. 재밌을 것 같아요!
백도 백덤블링은 돌면서 위험한지 확인해야 하니까 포대를 타고 내려갈래요.
EDS 그러고 보니, MBTI의 인기에 확실히 코로나19 여파가 한몫한 듯해요.
홍 오, 저도 자가격리 하면서 15시간 내내 MBTI 콘텐츠만 본 적 있어요. ㅋㅋㅋ
큐 서로 마음을 알아주는 경험이 굉장히 어렵고 특별해진 시대 같아요.
각자의 MBTI 과몰입 방지 팁을 알려주세요.
EDS 이론이랑 실제를 동일시하지 않아야 할 것 같아요.
민초 나와 타인을 이해하는 도구로서 보되, 그 유형의 특성이 사람의 모든 걸 설명하지는 못한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예외는 늘 있는 거고요.
백도 모든 MBTI 관련 콘텐츠에서 강조하듯 “재미로만 즐겨주세요!”
면접에서 지원자에게 MBTI 성격유형을 묻거나 MBTI를 통해 직원 역량 강화 교육을 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잖아요.
큐 청년들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이 크고, 스스로를 정의하기 쉽지 않은데 MBTI는 그걸 도와주니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EDS MBTI는 역사가 꽤 오래됐는데, 원래 직업적성 분류용으로 썼다가 큰 효과를 보지 못해서 현재에 크게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홍 제가 직원을 뽑는 입장이 되면 참고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특정 유형을 기피하기 위해 테스트에 솔직하게 임하지 않는 상황도 올 듯해요.
인간관계 구축에 MBTI를 유용하게 활용한 경험이 있다면요?
백도 아빠와 제가 완전히 상반된 성향이라고 생각했는데, MBTI 유형이 비슷하게 겹쳐서 놀랐어요. 아빠를 조금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됐고요. 저와 반대되는 성향의 MBTI로 나뉘는 친구와 오래 쌓인 오해를 풀고 다시 잘 지낼 수 있게 된 게 최근의 아주 좋은 경험이었어요.
홍 오랜 친구와 별거 아닌 걸로 심하게 싸웠어요. 저는 문제가 생기면 풀어야 하고, 그 친구는 갈등 상황 자체가 싫어서 참는 성향이었는데, 이 부분에 MBTI로 접근하니 도저히 설명이 안 될 것 같던 미묘한 감정의 앙금이 풀리더라고요.
MBTI로 노는 과정이 여러분에게 무엇을 남겼나요? 앞으로는 무엇을 남기고 변화시킬까요?
큐 인간관계를 깊이 이해하게 된 듯해요. 또, 심리학 학사학위를 남길 거고요. 최근에 학교폭력 상담사 자격증을 땄거든요. 직업상담사 자격까지 갖추고 관련 기관에서 일하게 된다면 내담자에게 좀 더 구체적인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백도 나와 타인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서 좋은 인연을 더 많이 남길 기회가 생겼어요.
EDS 저에게 자아 성찰을 남겼고, 앞으로는 MBTI를 아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대화에서 꺼낼 주제가 늘어나겠죠?
홍 MBTI를 바탕으로 많은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어쩌면 저도 큐 님처럼 자격증이나 교육과정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리고 유난히 밈이 부족한 ESTP 유형이 공감할 수 있는 저만의 만화도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민초 MBTI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하나 더 얻었다고 봐요.
※ 기사 <MBTI 덕후들의 모임>의 전문은 매거진 '빅이슈' 262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글 황소연
그림제공 인스타그램 ‘MBTI툰’, ‘qrrating_mb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