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회용기를 들고 다니며 음식을 포장하다 일주일 만에 백기를 든 친구는 “다양한 크기의 용기를 갖추지 않은 이상, 메뉴의 양에 알맞은 다회용기를 내미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고 후기를 전했다. 성공적인 체험을 하고 싶었다. 유튜브로 다회용기에 음식을 포장하는 콘텐츠를 여러 편 보고, 하루에 한두 개씩 용기를 갖고 다녔다. 어떤 메뉴가 당길지 모르니까.
첫 도전은 친구들과의 주말 파티. 모듬전, 닭볶음탕, 계란말이 중 성공한 메뉴는 모듬전뿐이었다. 탕을 담을 냄비는 너무 작고, 손잡이가 뜨거워서 못 들고 간다며 사장님께 만류당했다. 계란말이 역시 ‘락앤락’에 담아보기도 전에 거절당했다. 대신, 모듬전 가게에선 서비스로 김치를 얻었다.
김밥류나 적은 양의 반찬, 빵은 수분이 적어 상대적으로 눌러 담기는 쉬웠다. 다만, 이미 포장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포일에 이미 여러 줄 포장된 김밥뿐 아니라, 반찬 가게에서도 대부분의 메뉴가 작은 플라스틱에 소포장되어 있었다. 늘어난 1인가구의 수요에 맞춘 것이라고 직원은 설명했다.

국물 있는 메뉴도 다회용기에 담을 그날까지
순대볶음, 떡볶이처럼 국물이 샐 우려가 있는 메뉴는 어떨까. 배달을 시키면 일회용기에 여러 겹의 랩이 감겨 오는 음식들이다. 동네 친구와 함께 배달앱에서 순대볶음 리뷰를 확인해, 어느 정도 크기의 포장용기가 사용되는지 확인했다. 다회용기에 포장과 똑같은 양으로 받기는 어려워 보였다. 특히 밑반찬을 받기 위해 일일이 작은 다회용기를 챙기는 것이 어렵게 느껴져, 메인 메뉴를 위해 큰 용기만 두 개를 챙겼다. 가게에 용기가 준비되어 있으니 다음부턴 가져오지 말라는 핀잔을 들으며 조심조심, 천천히 걸어 순대볶음과 국물을 사수했다. 어디서든 다회용기는 불편함과 번거로움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인기 절정의 로제떡볶이를 포장하기 위해 30분 거리의 가게에 방문하러 가는 길, 가방 속 재사용기가 달그락거렸다. 손님이 언제까지나 반찬통을 챙겨 다니긴 어려울 것이라던 친구의 조언이 떠올랐다. 늘 퇴근 시간에 맞춰 주문해, 집 앞에 도착해 있던 떡볶이를 ‘픽업’ 하던 기쁨이 플라스틱 배출의 죄책감과 공존이 가능할지 의문이 들었다.
아무런 불편함 없이 저녁을 먹는 건 욕심을 부리는 것 아닐까. 다만, 다회용기 포장 체험을 마친 뒤 언제나처럼 분리배출 봉투에 겹겹이 쌓인 플라스틱 용기를 보고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할 것은 분명했다. 잠깐의 체험이 지속적인 경험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개인의 의지와 불편함으론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더 많은 사진과 기사 전문은 매거진 '빅이슈'263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글·사진|황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