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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63 커버스토리

완벽하지 않더라도 꼭 실천해야 할 때

2021.11.24 | SK하이닉스 기후변화 극복 공모전 참가 작가들과의 대담

기후위기를 피부로 느끼는 날이 잦아지고 있다. 이제는 정말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 ‘모두’에는 시민·정부·국제기구뿐만 아니라 기업도 포함된다. 전 인류적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SK하이닉스는 기후위기를 극복한 미래를 그림으로 만나는 공모전을 개최했다. 청년 아티스트를 지원하고, 미래를 긍정적으로 그리는 상상력을 가져보자는 취지에서다. 11월 3일, 타일러 라쉬와 함께 공모전을 주관한 에이컴퍼니 정지연 대표, 공모전에 선정된 10명의 작가 중 정지윤, 최지현 작가가 대담에 참석했다.

타일러 라쉬(이하 타일러’): 우선 공모전을 기획하고 진행하신 대표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정지연 대표(이하 지연’): 저희 회사는 ‘에이컴퍼니’라는 사회적기업입니다. 설립한 지 10년이 됐는데 장학 프로그램·SK행복나눔재단 벽화 프로젝트 등 계속해서 SK와 인연이 있었어요. 이번 공모전의 경우 SK하이닉스에서 먼저 제안해주셨습니다. SK하이닉스 발간 보고서에 삽화로 선정작을 수록함으로써 작가님들의 작품을 대중에게 알리고 기후위기에 대한 SK의 노력을 표현하자는 취지로 공모전을 열게 됐습니다.
기후변화를 극복했을 때 어떤 세상을 살 수 있을지, 긍정적인 상상을 그려주신 10명을 선정하기로 했는데 120명이 지원했고, 선정된 열 분 중 두 분이 오늘 이곳에 나오셨습니다.

타일러: 선정되신 두 작가님의 경우 작품 주제가 원래 환경과 관련된 것이었나요?

최지현 작가(이하 지현’): 저는 원래부터 환경을 테마로 작업했던 사람은 아니었어요. 그런 제 입장에서 이번 공모전 주제를 듣고 떠오른 건 멸종 동물 이슈였습니다. 내가 ‘동물’ 하면 바로 떠올렸던 평범한 동물들, 예를 들어 사자나 얼룩말 이런 동물이 기후위기나 환경 파괴로 없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심각하게 다가왔어요. 상황이 좋아져야 멸종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텐데, 이를 위해 미술작가로서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었습니다.

정지윤(이하 지윤’): 저는 환경과 관련된 작업을 해온 편입니다. 유년기를 시골에서 보내서인지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많이 받아요. 예를 들어, 천년된 은행나무를 보면 나무의 시선에서 생각하게 됩니다. 환경문제로 고목이 없어지면 자연의 역사와 내가 자연으로부터 받은 추억들, 추억의 장소들이 사라질 수 있잖아요? 너무 마음 아픈 일이죠. 저의 재능을 가지고 이런 문제를 어떻게 알리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아름다운 모습을 그리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 작품을 보며 ‘원래 자연의 모습은 이거였지.’라고 생각해봐주셨으면 합니다.

타일러: 기후위기에 대항하여 미술작가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예를 들어 정치인들은 법을 만들고 교육자들은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가르칠 수 있을 텐데, 미술작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지윤: ‘시각’의 힘은 크다고 생각해요. 5년 전 파리 COP(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요. 회의장에서 제 그림을 펼쳤는데, 그림에 관심을 가져주고 질문해주셔서 그림이 메시지를 나누는 매개체가 되는 일을 경험했어요. 설명하지 않아도 그림 자체가 메시지를 바로 전할 때도 있고요.

지현: ‘이것은 이래서 문제다’는 정보를 전달할 때 (수용자가) 강압적이라 느끼면서 반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미술을 통해 정서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림을 그려 대중에게 보여주고 전시하면 반감을 정화해주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요?

지연: 이 공모전이 그런 맥락에서도 의의가 있다고 생각해요. 주제가 ‘기후위기 극복’이다 보니 이 공모전을 접한 예술가들은 기후위기에 대해 고민해봤을 거예요. 지원자는 120명이지만 공모전을 접하고 고민해본 예술가들의 숫자까지 생각하면, 많은 예술가들이 이번 기회로 기후위기에 대해 고민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빅이슈: 최근 양상추 수급이 어려워 햄버거의 양상추가 줄어드는 일이 있었는데, 이조차 기후위기와 관련됐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어요. 한국 역시 기후변화로 먹거리와 밥상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떨 때 파괴된 환경과 기후위기를 느끼시나요?

지윤: 기사의 경우 호주 산불에 대한 뉴스가 크게 와 닿았고, 체감적으로 와 닿은 거는 여름이 정말 더워지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그런데 한국이 더워지면 망고 생산이 되니까 오히려 좋다는 일부 사람들의 반응이 있어서 난감해요.

타일러: 유튜브로 심해 탐사 채널을 즐겨 봐요. 로봇으로 심해를 탐사하며 심해 생명체를 기록하는 채널인데, 쓰레기가 너무 많이 촬영되고 있어요. ‘마리아나 트렌치’라는 엄청나게 깊은 곳까지 내려갔는데 거기에도 사람들이 만든 쓰레기가 발견됐어요. 해파리인 줄 알았는데 접근해 보니까 비닐봉지이기도 하고요. 해양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느껴요.

지윤: 사실 황사와 미세먼지도 기후변화로 인한 사막화와 관련 있잖아요. ‘사막에서 나무 심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 있어요. 그래서 사막에 가게 됐는데, 처음 사막을 봤을 때는 아름답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할수록 이걸 아름다움으로 치부할 게 아니며 그 안에 내면을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간의 이기심과 환경 파괴로 사막지대가 점차 넓어지고, 이로 인해 커다란 산불이 발생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습니다.

빅이슈: 이런 심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각자 어떤 실천을 해야 할까요?

지윤: 제가 계속 텀블러를 쓰니까 친구들도 점차 사용하고 있습니다.(웃음) 그리고 되도록 채식을 하려 해요.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어릴 때부터 고기 먹는 날이 몇 없었거든요. 집안 분위기가 고기 먹는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그런데 요즘 도시 아이들은 대개 햄 없으면 밥을 잘 안 먹는다더라고요. 부모가 식문화를 집에서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타일러: 사람들이 음식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모르기 때문에 패키징, 마케팅 되어 있는 걸 그냥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동물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잘린 고기를 소비하는 거죠. 그 작은 덩어리를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식량과 자원이 들어가는지, 키워보면 알아요. 작은 조각의 소고기를 먹기 위해 큰 소 한 마리를 만들어야 하고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몇 년에 걸친 작업이 필요하며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는 구조와 지금의 음식물 섭취 문화가 기후위기에 미치는 악영향을 안다면 달라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무엇보다 기업, 정부, 커뮤니티 차원의 집단적이고 집합적인 움직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에서 미국 사람들이 1인당 탄소배출량이 가장 많다고 해요. 그런데 가장 많이 배출하는 미국 사람 한 명이 갑자기 세상에서 없어져도 0.0000000003밖에 줄지 않아요. 한 사람이 끼치는 영향이 작다는 뜻인데, 그렇다면 개인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뜻일까요? 저는 이 개개인을 모두 다 합친다면 100퍼센트가 된다는 데 주목하려 합니다.

빅이슈: 개인의 실천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다른 사람도 움직이게 만들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말씀으로 들려요. 이를 위해서는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끊임없이 이에 대해 말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공모전 또한 사람들이 문제에 대해 얘기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을 것 같고요.

타일러: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서, 제품을 만드는 데 효율 좋고 환경을 덜 파괴하는 생산 과정이 중요해요. 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게 문화 형성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맥락에서 SK하이닉스가 좋은 시작을 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지연: SK하이닉스의 경우 대기업이라서 영향력이 더욱 클 텐데요, 전사적인 노력이 병행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SG 팀에서만 이런 활동을 하고 다른 팀은 하는지도 모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타일러: SK하이닉스라는 대기업이 이런 공모전을 한 것이 다른 기업들도 경쟁적으로 기후위기 방지 캠페인을 벌이게 되는 시작이면 좋겠습니다. SK하이닉스와 참여해주신 예술가분들에게 감사합니다.

※ 더 많은 사진과 기사 전문은 매거진 '빅이슈'263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정리. 최서윤 | 사진. 박기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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