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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65 인터뷰

청소년 쉼터가 필요한 이유

2021.12.30 | 엑시트 X 자립팸, 10년의 기억으로 안고 다음 장으로

필요할 때 곁을 내어주는 이는 얼마나 귀한가. 움직이는 청소년센터 EXIT(이하 엑시트)와 청소년자립팸 이상한나라(이하 자립팸)는 거리의 청소년이 잠시 쉬어갈 쉼터가 되어주었고, 배고플 땐 따뜻한 밥과 간식을 내어주고, 어떤 이야기라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되어주었다. 엑시트, 자립팸과 인연을 맺었던 청소년들은 이곳을 환대의 공간이자 나이와 지위에 따른 차별 없이 무엇이든 해볼 수 있었던 자유롭고 평등한 공간으로 기억한다.

[©움직이는 청소년센터 EXIT]

청소년을 위해 존재하는 현장

모든 참가자가 활동 종료를 믿기지 않아 했고, 때로 눈물을 쏟기도 했으며, 다시 만날 그날을 염원했다. 엑시트×자립팸이 사업 실적을 남기기 위해 청소년을 단순히 숫자로만 대했다면 이별이 이렇게 슬프지는 않았을 것이다. 엑시트×자립팸은 척박한 청소년 지원 현장에서 “청소년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사명을 잊지 않고 한 명 한 명의 청소년을 ‘사람’으로 대했던 귀한 곳이었다.

엑시트는 버스를 이용한 아웃리치 방식으로 거리로 나가 탈가정/거리 청소년을 만나 휴식부터 보드게임, 수다, 병원, 법률 지원 등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함께했다. 기록집의 인터뷰에 참여한 청소년 경순은 엑시트를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가 아니라, “넌 지금 어떻게 하고 싶어?”라고 묻고 답을 기다려주는 유일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움직이는 청소년센터 EXIT]

한편 자립팸은 여성 청소년 주거 공간을 마련해 청소년이 ‘살고 싶은 집’을 만들었다. 다른 청소년 시설에서 강제하는 규칙을 없애고 구성원이 원하는 방향으로 집을 꾸려갈 수 있는 ‘가족회의’ 시간을 가졌다. 청소년에게 주어지지 않는 ‘자유’가 자립팸에서는 긴밀한 관계를 맺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알게 했다.

“귀가 시각이 새벽 2시였어요. 통금이 아니라 우리가 가족이니까 서로 걱정해야 되지 않겠냐는 뜻으로 정한 거예요. 너를 새벽 2시까지 걱정하겠다.”(엑시터 곰곰)

엑시트는 물음표다

[북콘서트 장면 캡처]

엑시트×자립팸이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하고도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것은 활동가들의 끊임없는 질문과 대화가 주효했다. 청소년과 관계 맺기를 할 때도, 활동가끼리 고충을 나눌 때도 결코 쉽게 결론 내리지 않고 집요한 대화를 통해 방법을 찾았다.

“질문을 받으니까 고민을 하고 생각해야 했어요. 그게 어렵고 힘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나의 의견을 묻는 것이 기분이 좋았어요. 함께 일하는 동료들 덕분에, 명령이나 지시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고민하면서 활동할 수 있게 변해가게 된 거 같아요.”

- 엑시트 활동가 인성

“저희 조직은 다 말이 많고 수다쟁이에요. 그런데 말을 건다는 것은 당신의 삶을, 당신의 일을 그냥 지나치지 않겠다, 당신과 내가 연루되겠다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마음이 어때? 어떻게 해보고 싶어?’라고 묻는 순간에 저는 활동에 연루되는 거죠. 책임이라는 말이 타인의 고통에 응답한다는 말과도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 자립팸 활동가 한낱

엑시트×자립팸은 활동을 종료하지만 10년의 발자취는 결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2011년 엑시트가 생기고, 2013년 자립팸이 만들어지고, 유관 기관과 협력해 2015년 청소년 지원 현장을 지원하는 활동가 네트워크 ‘자몽프로젝트’가 시작되고, 2019년 결성된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에 자립팸이 결합하는 흐름이 있었다. 이 빈자리는 쉽게 채워지지 않겠지만 다른 자리에서의 환대와 연대가 엑시트×자립팸의 시즌 2를 여는 문이 되어주길 바란다.

거기는 제게 특별한 곳이라기보다는 그냥 삶이었고, 세상이기도 했고, 청소년들과 동료로서 같이 했던 곳이니까. 엑시트를 만나고 좋은 사람들 곁에 있을 수 있었고, 그들과 함께하면서 나도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게 되었어요. 활동이 종료되더라도 우리 삶은 계속 이어지고 어디서든 만나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 변미혜 함께걷는아이들 팀장

※ 더 많은 사진과 기사 전문은 매거진 '빅이슈'265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글. 양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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