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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를 사서 집에 들어온 날은 향수를 뿌리지 않게 된다. 씻을 때도 향이 덜 나는 제품을 쓰려고 거품이 뒤덮인 얼굴로 욕실 선반을 뒤적거린다. 집을 채울 정도로 딸기 향이 가득해서는 아니다. 오히려 반대라서 딸기의 과일 풋내를 가릴 수 있는 향기는 자제하게 된다. 술이나 음식 냄새는 즐기고 난 뒤에 환기를 하고 싶지만 딸기는 그렇지 않다. 오래오래 딸기 냄새가 방에 머물렀으면 좋겠다. 하지만 언제나 ‘순삭’되는 접시 위 딸기처럼 향은 금방 사라진다. 어쩔 수 없이 다음 날 또 딸기를 산다. 대충 3월까지는 이런 행동이 반복될 것이다.
요즘 거의 매일 뱃속에 들어가는 딸기에 대해 궁금해져서 이것저것 검색해보니,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농촌진흥청에서 지난 1월 18일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딸기는 토양재배에서는 3월, 수경재배에서는 4월까지 화분 매개용 꿀벌의 활력을 유지해야 한다.” 꿀벌 해충으로 인해 꿀벌의 활력이 감소하는 현상이 있어서다. 더 대박(?)인 건 “딸기 비닐온실(비닐하우스) 660m2 기준으로 오전 10시에서 12시 사이 시간당 꽃을 방문하는 꿀벌이 10마리 미만이면 기형 과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딸기가 어떤 모양이든 상관없지만, 어쨌든 현재의 시스템에서 상품성이 떨어지는 모양의 딸기가 발생하는 건 꿀벌의 의사(?)에 달려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홍성군에 따르면 미국 구매자의 요청으로 신품종 ‘홍희’를 수출할 예정이고, 밀양시는 딸기 착즙액 5⁓8%가 들어간 ‘딸기맥주’를 출시했다. 논산시 공식 유튜브 채널을 보면, 논산딸기축제에서는 딸기잼 만들기, 딸기떡 길게 뽑기 등의 행사가 열린다.
향 얘기로 출발했지만, 모두가 알듯 맛 측면에서도 지금은 딸기를 즐기기 좋은 계절이다. 고물가가 피부로 느껴지는 시절이지만, 사실 나는 언제나 딸기가 조금 비싸게 느껴졌고 그럼에도 손이 갔다. 물가가 오르면 버섯같이 부가적으로 사용되는 식료품이 덜 팔린다는 뉴스를 보고 딸기는 부재료일까, 주인공일까 생각했다. 될수록 많은 이들이 메인으로 즐길 딸기를 가격 걱정 없이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게 된다면, 세상이 좀 덜 까칠해지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글. 황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