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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94 컬쳐

잘 알아서 하는 말 말고, 꼭 필요해서 하는 말 (2)

2023.03.17


이 글은 '잘 알아서 하는 말 말고, 꼭 필요해서 하는 말 (1)'에서 이어집니다.

나는 나에게 어떤 말을 들려줬나

ⓒ unsplash

임상심리학자들이 쓴 글과 책을 찾아봤다. 특히 뼈아팠던 책 한 권을 소개한다. 임상심리학 박사 헤이든 핀치의 <게으른 완벽주의자를 위한 심리학>(시크릿하우스, 2022)이다. 제목보다는 부제에 끌려 집어 든 책이었다. 부제는 ‘미루기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심리 처방’이다.

저자는 미루기의 원인을 ‘게으름’이라는 태도에서 찾지 않는다.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보다 그는 감정에서 미루기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다. 해야 할 일을 떠올리면 느끼지는 부담감, 지루함, 압박감 등이 그것이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그런 불편한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는 시급하고 중요한 일을 제쳐두고 재미있거나 덜 부담스러운 일에 몰두했다. 장기적인 목표나 미래에 일어날 일은 애써 외면했다. 현재의 감정에 집중하며 충동에 몸을 맡겼다. 게으른 자신이 싫었지만, ‘다음부터는 진짜 안 그래야지.’ 생각만 할 뿐이었다. 어느새 그 모든 과정은 습관으로 굳어졌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이미 형성된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는 새로운 습관을 덧씌워야 한다. 이 책에서는 평균적으로 66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단, 66일 동안 온 힘을 다해 헌신적으로 습관을 바꾸기 위해 매일을 노력해야 했다. 절망감을 느끼며 ‘이걸 대체 왜 해야 하지?’라는 의문이 들지라도 새로운 전략의 시도를 멈추지 않을 단단함이 요구됐다.

ⓒ unsplash

일단은 미루기의 시작이 감정의 회피임을 알아차려야 했다. 그것이 발동하는 순간, 내 감정이 어떤지 돌아보고 왜 그러는지 인식하며 자기 합리화(라고 쓰고 개소리라고 읽는다)를 멈추는 것이다. ‘또 미루려고 이러네.’라는 인식으로 스스로와 맞서 싸우는 것이다.

싸움의 전략은 이렇다. 시작이 가장 어렵다.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은 버리자. 그 마음이 안 먹어져서 문제 아니던가? 해야 할 일과 연관된 아주 작고 쉬운 일을, 일단 해야 한다. 단 5분만이라도. 5분이라도 할 일을 하면 도파민이 분비돼 기분이 좋아진다는 과학 지식을 떠올리는 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원고 작성의 경우, ‘마감 일주일 전부터 매일 자기 전 5분간 끼적이기’를 해보면 어떨까?

추상적이고 거대하게 느껴지는 목표는 쪼개서 부담을 줄이자. 항상 뇌의 한계를 잊지 말아야 한다. 뇌가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해야 할 일의 목록을 줄이자. 하루에 우선적으로 처리할 사항을 세 개 이하 선정하고, 잊지 않게끔 눈에 띄는 곳에 목표 목록을 두는 것이 좋다.

ⓒ unsplash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그러고 보면 새로 세운 새해 계획의 반쯤은 지키고 있었다. 탱고 루틴 지키기, 살사·바차타 배우기, 성우 학원 다니기(더 좋은 목소리와 음성 전달력, 표현력을 가지고 싶었다)가 그것이다. ‘배울 곳’을 찾아 등록하고 정해진 시간에 그곳에 가면 되는 심플한 미션이라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일주일 단위로, 일종의 루틴을 형성한 것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화요일은 성우 학원을, 수요일은 모 탱고 아카데미의 연습 모임을, 목요일 또는 금요일은 탱고바를, 토요일은 살사·바차타 수업을, 일요일에는 탱고 수업을 가는 식이다. 자, 이제 집중적으로 글 쓸 요일과 시간, 장소를 정해보자….

스스로와의 대화도 중요하다. 나는 ‘아마 안 될 거야’ ‘체계적이지 않으니까’ ‘포기하면 편해’ ‘뭐 대단할 걸 하겠다고’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자’ ‘다들 이러는 거 아냐?’와 같은 말을 들려주며 살아온 것 같다. 책에서는 긍정확언(positive affirmation)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제시한 문장은 이렇다. “실행이 완벽보다 낫다” “도전은 성장의 기회다” “행동하면 목표에 가까워진다” “나에게는 문제를 해결할 역량이 충분히 있다” “두려움은 감정에 불과하다.” 66일간 매일 같이 이 문장들을 내게 말하려 한다. 66일 후 어떻게 됐는지 독자분들에게 떳떳이 전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이제 정말 2023년이다.


글. 최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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