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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95 에세이

절규로 가득한 저녁

2023.03.21

ⓒ 뭉크 <절규>

MBC 예능 <무한도전>의 2010년 6월 19일자 방송을 보다 절규에 빠졌다. 이 회차에서 멤버들은 ‘도전! 달력 모델’이라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각자 원하는 색상을 선택하고 그 색상의 이미지를 갖춘 명화의 주인공이 되어 달력 사진을 찍는 게 주요 내용이다. 여기서 박명수는 보라색을 선택해 에드바르트 뭉크의 <절규>를 연기한다. 어두침침하게 화장한 그의 얼굴은 다른 멤버들로부터 ‘좀비’나 ‘산송장’ 같다는 놀림을 받지만, 원작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그의 보랏빛 다크서클을 보고 <절규>가 궁금해졌다.

<절규>의 노르웨이어 제목은 ‘skrik’, 영어 제목은 ‘Scre-am’이다. 사전에서 찾으면 명사인 ‘절규’ 외에도 ‘아픔과 무서움으로 비명을 지르다’, ‘흥분해서 괴성을 지르다’, ‘공포와 분노로 소리치고 악을 쓰다’는 의미가 나온다. 예전에는 멀고 무섭게 느껴졌던 그림이 왜 갑자기 친숙하게 느껴지나 했는데, 이젠 그 궁금증이 이해될 것도 같다. 과거엔 잘 몰랐던 무언가가 궁금해지는 걸 보니 나이를 먹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포스터 등을 사고 싶어 찾아보니 노르웨이 오슬로에 뭉크 미술관이 있다. 지금은 노르웨이 내에서만 배송이 가능한 <절규> 굿즈가 다양하다. 머그컵, 쟁반, 안경집 등등. 죽음이 연상되는 작품이 생활 소품에 프린트되어 판매된다는 사실까지도 뭉크의 생애처럼 드라마 같다. 작품에 네 가지 버전이 있고 판화본이 존재한다는 것도 새로 알게 됐다.

“나는 보이는 것을 그리는 게 아니라 본 것을 그린다.”는 뭉크의 말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고 싶어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그의 또 다른 그림에 빠졌다. 1892년 작품인 <칼 요한 거리의 저녁>이다. <절규>보다 1년 먼저 그려진 이 작품은 ‘오슬로의 샹젤리제’로 불릴 정도의 번화가인 칼 요한 거리를 걷는 사람들을 다루는데, 그들의 표정은 <절규>의 그것과 비슷하다. 뭉크는 무엇을 보고 있는지 불분명한 사람들의 눈빛을, 두려움을 말하고 싶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붐비는 거리의 고요함을 느꼈던 것일까? 번화가의 어둠 속, 고요한 <절규>에 대해 당분간은 더 알아볼 예정이다.


글. 황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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