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게 내부 사진
일본에는 킷사텐(喫茶店)이 있다. 한문을 그대로 읽으면 끽다점. 예전에 찻집, 다방을 이르던 말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커피를 주로 판매하는 커피숍이라기보다 나폴리탄 스파게티나 프렌치토스트 등의 가벼운 식사 메뉴를 비롯해 푸딩 같은 디저트에 커피와 차를 곁들일 수 있는 예스러우면서도 편안한 분위기의 가게를 의미한다.
최근 일본 여행에서도 인상 깊었던 킷사(킷사텐을 줄여서 킷사라고 부른다.)가 많았다. 1966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후쿠오카의 ‘코히샤 노다’라든가 1996년에 오픈한 삿포로의 ‘모리히코’ 같은 곳들.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세련된 카페도 좋지만 그런 카페는 우리나라에도 충분히 많기 때문인지 일본의 옛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킷사에 더 마음이 끌렸다.

푸딩 파르페와 커피 젤리
물론 수십 년 된 가게만을 킷사라고 하지는 않는다. 킷사의 특징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 새로이 문을 여는 곳도 많다. 레트로한 가구들과 식기, 원목 마감재 위주의 공간, 클래식한 글자체의 간판과 메뉴판. 세월의 흐름에 따라 사라지기엔 아쉬울 만큼 고유의 풍경이 확연하기에 이제는 하나의 세분화된 장르로써 자리매김해나가는 듯하다. 무척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가지 더 반가운 일은 우리나라에도 일본의 킷사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가게가 생겼다는 것이다. 문래동에 위치한 ‘킷사고구마’다. 킷사고구마는 가게 바깥 입간판부터 시작해 모든 게 그야말로 킷사텐이다. 그저 흉내를 낸 공간이 아니라 하나하나 진심이 담긴 공간.
듣자마자 속 노랗고 달콤한 고구마가 떠오르는 가게 이름에도 스토리가 있다. 일본어로 ‘코구마(こぐま)’가 ‘아기 곰’이라는 의미가 있는데, 일본인이신 사장님이 처음 고구마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유사한 발음이 인상적인 데다 원래 아기 곰을 좋아해 가게 이름도 고구마로 지었다고. 그래서 가게 곳곳에서 곰과 관련된 소품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멜론소다, 커피 플로트, 푸딩, 프렌치토스트
클래식함 속에 깃든 귀여움
메뉴들도 하나같이 마음을 들뜨게 만든다. 멜론 소다라든지 커피 플로트도 그렇거니와 푸딩, 그리고 푸딩 파르페! 아이스크림이 듬뿍 올라간 프렌치토스트는 또 어떤지. 에스프레소 머신이 아닌 필터로 내리는 브랜드 커피도 무척 부드럽고 맛이 좋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음료 메뉴 중에서 카페 로와이얼(Cafe Royal)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카페 로와이얼은 티스푼에 각설탕을 올리고 그 위에 브랜디를 부어 불을 붙인 뒤 커피에 섞어 마시는 음료로 늦은 저녁 시간에 홀로 천천히 즐기고 싶은 맛이었다. 우리나라 카페에서는 판매하는 곳이 드물어 킷사에 온 기분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메뉴 중 하나였다.

가게 간판
디저트로는 커피 젤리. 푸딩과 바나나, 생크림, 과자가 먹음직스럽게 올라간 푸딩 파르페가 인상적이었다. 파르페 잔의 안쪽도 푸딩이라 정말 원 없이 푸딩을 먹을 수 있다. 커피 젤리는 진한 커피 향의 젤리 위에 달콤한 아이스크림과 생크림이 올라간 디저트로 일본에서는 흔히 만날 수 있는 카페 메뉴다. 워낙 좋아하는 디저트 중 하나라 어디서든 보이면 주문하고 볼 정도인데, 먹고 싶은 커피 젤리 그대로의 맛이라 참 즐겁게 먹었다.
문래동은 시간이 멈춰 있는 듯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풍경을 마주할 수 있어 남다르게 정이 가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문래동 옛 아파트 상가 건물에 언제나 거기에 있었던듯 자리한 킷사고구마. 정이 가는 풍경에 자주 떠올릴 곳이 될 것 같다.

카페 로와이얼
킷사고구마
서울 영등포구 경인로77길 19
남성아파트 상가동 2층 2호
금~월 12:00–20:00 (화~목 휴무)
인스타그램 @kissa_koguma
소개
김여행
먼 타지로 떠나는 여행이든, 동네 카페 투어든, 항상 어딘가로 떠날 궁리를 하는 가장 보통의 직장인. twitter @_travelkim
글 | 사진. 김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