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Y(루시)에 입덕하게 된 팬들의 경로는 다양하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커버 영상을 봤거나 페스티벌에서 무대를 봤거나, 친구에게 ‘이 노래 진짜 좋다.’고 추천을 받아 듣게 된 경우도 있고, 밴드 무대로는 흔치 않은 예찬의 바이올린 연주에 홀렸을 수도 있다. 루시의 노래는 한 가지 장르로 규정할 수 없지만 이들의 곡만 플레이리스트에 가득 담아두고 산책길을 나서면 괜히 콧노래가 나오고 발걸음도 경쾌해진다. 오롯이 청춘이 생으로 밀려 들어오는 것 같은 음악이다.
편한 옷차림으로 러그에 모여 앉은 루시 멤버들은 자연스러운 포즈를 취해달라는 말에 잠시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손에 쥔 드럼 스틱으로 바이올린을 켜며 금세 자신들만의 장난스러운 놀이에 빠져들었다. 서로를 믿기에 나오는 과감한 포즈와 네 명이 마치 한 몸이라도 된 듯 소파 위에서 서로에게 몸을 맡기는 모습에서 그들이 함께한 시간이 엿보였다. 촬영 내내 유쾌한 텐션이 유지되기에, 팀 분위기의 비결을 묻자 서로를 동료이기 이전에 아주 친한 친구라고 생각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런 루시의 바람은 5주년, 10주년에도 지금처럼 무대에서 뛰어노는 것. 언제까지나 지금 모습 그대로 오래오래, 친구들과 함께 무대에 서고 싶고, 또 분명 그럴 거라고 말하는 루시(신예찬, 최상엽, 조원상, 신광일)의 얼굴은 미래에 대한 확신에 차 있었다.
ⓒ 왼쪽부터 최상엽, 신광일, 신예찬, 조원상
페스티벌의 계절입니다. 컴백 준비에 단독 콘서트까지 아주 바쁘게 지내고 있을 것 같아요.
원상 물론 바쁘기도 하지만, ‘다음 스텝은 어떻게 준비해야 팬분들을 행복하게 해드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즐겁게 해나가고 있습니다. 저희가 준비한 것을 보고 행복해하시는 팬분들을 보는 것이 모든 일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밴드 음악의 매력은 라이브 무대에 있다고 하죠. 관객과의 호흡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공연 때 유독 관객의 반응이 좋은 곡은 어떤 곡인가요?
상엽 얼마 전에 단독 콘서트 <열, 다섯>을 무사히 마쳤어요. 앨범 발매 이틀 후 연 콘서트였는데도 신곡 ‘내버려’를 아주 뜨겁게 즐겨주시더라고요.
광일 반응이 좋은 무대는 ‘개화’인 것 같아요. 루시를 많은 분들에게 알린 곡이기도 하고, 전주가 시작되면 유난히 크게 호응해주시더라고요.
굉장히 많은 무대에 섰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무대가 있나요?
상엽 최근에 한 단독 콘서트요. 열심히 준비한 모든 것을 보여드려서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다 같이 노래를 따라 불러주셔서 무대의 여운이 더욱 오래가요.
광일 저도 최근 진행한 콘서트의 여운이 아직까지 남아 있어요. 아주 많은 순간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미공개 자작곡 두 곡을 처음으로 선보인 무대가 기억에 남아요. 많이 떨렸는데, 팬분들이 좋아해주셔서 행복하게 마칠 수 있었어요.
ⓒ 밴드 LUCY 조원상
오늘 촬영 콘셉트는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바라본 루시’입니다. 평소 직접 촬영하고 편집한 브이로그나 버블(스타의 메시지를 일대일 채팅방으로 수신하고 수신한 메시지에 답장을 보낼 수 있는 월 구독형 자동 갱신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을 통해 팬들에게 시시콜콜한 일상을 공유하시잖아요. 보통 쉴 때는 뭘 하며 시간을 보내는 편인가요? 요즘 푹 빠진 것이 있는지 루시의 소소한 일상을 소개해주세요.
상엽 멤버들마다 휴식하는 방식이 다른데, 저는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고 집에서 영화를 보는 것도 좋아합니다. 얼마 전에 집에 빔 프로젝터를 설치했거든요. 그렇지만 제일 좋아하는 건 역시 축구죠.
예찬 저는 요새 여행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원래는 ‘집돌이’인지라 집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지 않았는데, 최근에 부산으로 혼자 여행을 다녀왔거든요. 그때 혼자 떠나는 여행의 재미를 알게 됐습니다.(웃음)
원상 쉴 때는 가족을 보러 가거나 집에서 게임을 하거나 만화를 보는 편입니다. 근데… 요새는 운동을 해서 몸을 만들어볼까 고민 중이에요.
광일 저는 요즘 차를 즐겨 마셔요. 맛도 있고, 차를 마실 때 편안해지는 느낌이 좋더라고요. 다양한 차를 접하면서 매일 새로운 맛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 밴드 LUCY 최상엽
촬영할 때도 그렇지만, 라이브 영상이나 자체 콘텐츠 등에서 네 분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 텐션이 남다릅니다. 이처럼 무대 아래서 보여주는 비글 같은 모습이 루시의 ‘입덕’ 포인트이기도 하죠. 팬덤명도 ‘왈왈이’라고 하던데, 밝은 팀 분위기의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예찬 아무래도 네 명이 모두 친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동료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아주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재미있고 밝은 분위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
상엽 멤버들끼리 나이 차이가 있는데도 다들 친구처럼 지내요. 특히 리더이자 맏형인 예찬이 형이 이런 부분에서 동생들을 잘 챙겨줘서 저희끼리 단합이 잘돼요.
루시 하면 커버곡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원상 님이 커버한 ‘moonlight’ 베이스 속주 영상을 비롯해, 많은 커버 영상이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되었죠. SNS에도 커버 영상을 자주 업로드하던데, 최근에 커버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곡이 있나요?
원상 아직 계획하고 있는 곡은 없지만, 최근에 르세라핌 분들의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라는 곡을 들으면서 루시가 커버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 왼쪽부터 밴드 LUCY 신예찬, 신광일
여름 감성이 물씬 풍기는 4집 미니 앨범 <열>은 청춘의 열병에 대해 노래하죠. 티저 사진이나 영상을 보니 학교를 배경으로 교복을 입은 멤버들의 모습이 특히 눈에 띄던데요.
상엽 오랜만에 학교에 가니까 옛날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복도에 백일장 같은 교내 대회에서 입상한 학생들의 작품이 걸려 있었는데, 그걸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했고요. 촬영 중에 체육관에서 밴드 플레잉 영상을 촬영했는데, 중간중간 대기하는 시간에 학생 때처럼 농구를 하기도 했어요.
예찬 말 그대로 ‘학교의 모든 공간이 청춘의 장이구나.’ 싶었어요. 제가 다닌 학교는 아니지만, 어릴 땐 느끼지 못했던 애틋한 감정을 한껏 느끼고 왔습니다.
원상 오랜만에 교복을 입어보니 새롭더라고요. 이건 여담인데, 처음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는 날 날씨가 흐려서 실내 체육관에서 연주 신을 촬영했거든요. 이후에 뮤직비디오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운동장에서 한 번 더 촬영을 했는데 그 장면이 아주 잘 나오기도 했고, 또 팬분들이 많이 좋아해주셔서 다시 촬영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무드 영상에는 MP3와 기타 등 각 멤버의 추억이 깃든 오브제가 등장해요. 네 분은 학창 시절에 어떤 학생이었나요?
상엽 저는 축구랑 농구를 워낙 좋아해 항상 살이 타 있었고, 동아리 모임도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어요. 또 창가에서 노래 듣는 걸 좋아해 쉬는 시간만 되면 창밖을 내다보며 노래를 많이 들었어요.
광일 일명 ‘까불이’라고 하죠. 친구들이랑 노는 것도 좋아하고, 장난기 많고 유쾌한 성격을 가진 학생이었던 것 같아요.
루시는 멤버들이 직접 작사, 작곡, 편곡까지 도맡아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번 앨범 역시 멤버들이 모든 트랙에 프로듀서로 참여하셨던데요. 데모곡을 처음 들려줬을 때 멤버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원상 사실 저희끼리 데모곡을 공유하면 처음에는 크게 피드백을 주고받지는 않아요. 근데 ‘아지랑이’ 데모를 보냈을 때는 다들 노래가 좋다고 반응을 많이 해줘서 저 또한 확신을 갖고 작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어요. 무척 고맙죠.
광일 제가 작업한 ‘Magic’을 처음 들려주었을 때 ‘신나고, 신박하고, 중독성 있다’라는 말을 해준 게 기억에 남아요.
이 글은 '밴드 LUCY (2)'에서 이어집니다.
글. 김윤지 | 사진. Hae Ran | 스타일리스트. Heestory | 헤어. 김우주 | 메이크업. 이수경